“사목자 결단·아낌없는 교회투자 절실”
말씀 읽고 기도하는 사목으로 변화 필요
청년 지도자 양성 조직 활성화 이끌어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갈 상담 토대 마련을
전문-‘위기의 청년’ ‘위기의 교회’
한국교회 곳곳에서 점멸하고 있는 ‘위기’ 신호는 경고로 그칠 것인가, 현실로 확대재생산될 것인가.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가 3월 30일 오후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복음과 청년’을 주제로 개최한 간담회는 청년 그리스도인들을 둘러싼 현실과 교회가 딛고선 위기의 현재를 확인한 자리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일선 사목자들과 청년 신자들은 청년사목의 성장을 위해서는 복음이 중심이 된 접근과 사목적 토대 확보를 위한 교회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이루어냈다. 참석자들은 나아가 아직 연마되지 않은 교회의 보석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펼쳐지고 있는 사목의 한계와 청년사목의 영성적 토대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절실함을 재확인했다.
청년사목에 대한 인식 확대를 위해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교회 내 청년들을 둘러싼 현실과 사목적 전망 등을 고민하는 장을 마련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국교회가 교회의 미래인 청년들에 대한 기대치를 꾸준히 높여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을 위한 사목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어 이런 현실을 뛰어넘기 위한 성찰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참석자들이 내놓은 청년사목에 대한 진단과 처방들은 이미 교회 내에서 수없이 제기돼온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교회가 과거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날 토론은 자연스레 복음 중심의 청년사목을 어떻게 활성화시키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논의로 모아졌다. 결론은 사목자의 결단과 그에 상응하는 교회의 투자로 귀결됐다.
‘위기는 성공에서 싹 튼다’는 말이 있다. 7, 80년대 높은 성장과 발전을 구가해온 가톨릭교회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교회가 그간의 성공에 도취돼 타성에 젖을 경우 하느님나라를 향한 교회의 항해는 별다른 준비없이 폭풍우 속을 항행하는 무모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이날 간담회는 당장 청년사목이 그 시험대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교회 안팎에서 청년사목을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홍인식 신부(서울대교구 가톨릭청년성서모임 지도신부)
영적인 것을 교회로부터 얻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이런 젊은이들이 본당을 찾았을 때 그들의 갈망을 채워줄 수 있는 교회 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다. 1980년대부터 제기된 문제인데도 아직도 핵심적인 문제로 남아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목자들마저도 교회의 청년사목 정책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달리 말해 일관된 정책이 없는 셈이다. 청년사목을 담당하고 있는 젊은 사제들도 사도직을 통해 양성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로 인해 청년사목은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자기 역할을 깨달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가톨릭교회가 성사 중심이어서 말씀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실제 교회의 성사는 위급한 경우가 아니면 말씀이 없는 경우가 없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예화에서 예수님의 복음화 방법이 확연히 드러난다. 제자들에게서 볼 수 있듯 말씀으로 뜨거워졌을 때 삶 속에서, 사회운동 속에서 그리스도인다운 실천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사목을 이야기할 때 ‘말씀’이 전제돼야 한다. 이 복음 중심의 사목은 젊은이에 국한해서는 안될 일이다.
교회는 젊은이들의 자발성을 북돋우고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아울러 젊은이 양성과 교육, 영적 성장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단체와 활동, 행사 중심의 사목에서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사목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엄기호(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
교회 내 다양한 관계 안에서 청년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 우리 교회의 문제다.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체험을 하고 감동을 하게 해주는 스승이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현재의 교회 구조와 분위기 안에서 청년들이 감화와 감동을 받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 교회의 청소년.청년 양성 커리큘럼 방법론은 상당히 소학(小學)적이어서 자신의 체험을 영성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데 한계가 있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삶 자체를 영성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해석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나경일 신부(대구대교구 사목국 청년담당)
청년들을 교회의 미래라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지금 당장 활용 가능한 노동력으로 취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때그때 필요할 때만 청년들의 존재를 아쉬워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나 뒷바라지는 부족한 실정이다.
‘교회의 현재’이기도 한 젊은이들이 교회 안에서 활발히 움직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교회에 나오고 봉사하는 이유를 내적으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재미를 좋아하지만 교회는 그런 재미를 주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교회만이 가지고 있는 것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근본으로 돌아가 그동안 교회 안에서 놓쳐온 ‘말씀’의 중요성을 되살려내야 한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기쁨을 깨닫게 할 때 목적의식을 지니고 투신할 수 있다.
‘청년성서모임’을 단체로만 받아들이는 현실이 안타깝다. 성서모임은 기본적인 신앙운동의 단계로서 교리의 핵심을 제공하고자 운동이자 ‘열린학교’다. 이 모임을 체험한 후 다른 활동에 뛰어들 때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신광식(한국그리스도생활공동체 사무국장)
청년기는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선택의 시기이자 신자로서의 전망을 비롯해 영적 성장 등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시기다. 이에 비해 본당 차원에서 이뤄지는 영적인 공급은 그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청년들의 삶 속에서 끝없이 제기되는 고민을 나누고 풀어갈 토대가 없는 교회의 현실이 청년들을 겉돌게 하는 현실이 된다. 청년들이 체험하고 있는 현실의 폭은 매우 넓다. 많은 정보를 접하고 선택을 해야 하는데, 교회의 이런 분위기 안에서 어떻게 복음적 가치들을 기준으로 청년들에게 다가서야 하는가가 풀어야 할 숙제다.
교회 내 청년 양성은 장기적이어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나 산술적인 결과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에 대한 교육은 지식적인 차원에서 출발하기보다 체험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체험하는 것을 복음정신 안에서 읽어낼 수 있는 힘을 키워줘야 하는데 이 점에서 교회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복음 정신이 젊은이들의 삶과 맞닿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양성 프로그램이 지식과 체험, 영성을 아우를 수 있도록 균형있고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김종봉 신부(마산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지도)
교회의 현실에서 보면 청년사목이 부주임이나 보좌 신부에게 맡겨지는 등 담당 사목자들이 한정되어 있다. 사목자가 청년사목에 있어서 동반자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를 이끌어가는 청년 지도자로 인해 그 청년조직이 활성화되는 경우를 볼 때 청년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교회 내에서 싹이 트면 성장하기도 전에 교회 일 속에서 소진되고 사그라지는 상황이다. 특히 대학생사목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들이 많음에도 고려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년들이 삶을 나누며 서로의 모습에서 배울 수 있는 통합교육과 연대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러할 때 스스로 채워야 할 부분을 깨닫게 되고 성숙한 신앙인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설명
한국사목연구소가 3월 30일 마련한 청년사목 간담회는 젊은이들을 둘러싼 현실과 교회가 직면한 위기의 현재를 확인하는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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