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상태서 눈 떴지만 치료비에 기쁨도 잠시
오혜선(34)씨. 7년째 루프스 병을 앓고 있다. 루프스는 피부, 관절, 혈액과 콩팥 등 몸의 여러 조직과 기관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그간의 고통스러웠던 삶. 퉁퉁 부은 얼굴이 그녀의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오씨 가족은 남부럽지 않을 만큼의 경제적으로 넉넉한 가정이었다. 의류사업을 하셨던 아버지와 부동산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던 어머니 덕에 오씨를 비롯한 3남매는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왔다.
오씨 가족에게 불행의 씨앗이 싹튼 것은 어머니의 사업이 몰락하면서 시작됐다. 아버지의 의류사업도 뒤이어 힘들어졌다. 그 충격으로 어머니가 뇌종양으로 쓰러졌다. 그 후 어머니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아버지는 3년 전에 직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3남매만 남았다. 오씨는 언니와 함께 월세방을 얻어 살았다. 둘 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터라 세상은 말마따나 전쟁터였다. 언니가 먼저 일을 시작했다. 피자집 아르바이트. 시간당 받는 금액이라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귀한 돈이었다. 혜선씨도 팔을 걷어붙였다. 학원 강사와 베이비시터를 하며 힘든 세상 열심히 살아가보자며 언니와 다짐했다.
그러던 어느날, 오씨는 급작스런 피로감을 느꼈다. 열도 나고 관절의 통증과 흉통 증상까지 발생했다. 그냥 힘들어서 그려러니하고 지나쳤다. 며칠 후 오씨는 집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병원으로 급히 옮겨진 오씨에게 내려진 병명은 루프스. 언니가 한 걸음에 내달려왔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세상이 더욱 무서워졌다. 버거운 치료비에 입퇴원을 수시로 했다. 올 1월에는 병이 깊어져 혼수상태로 빠졌다. 없는 살림이지만 간병인을 구했다.
간병인, 언니, 외숙모 정경묵(루시아)씨가 3교대로 돌아가며 오씨 곁을 지켰다. 특히 외숙모 정씨는 오씨 곁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성가를 부르며 주님께 기도를 드렸다. 주님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오씨가 눈을 떴다. 담당의사는 기적이라고 했다. 기적…기적이 일어났다.
오씨를 돌보던 모든 이들이 울었다. 기쁨의 눈물도 잠시, 슬픔의 눈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막대한 치료비. 밀린 치료비가 1천여만이 넘었다. 외숙모 정씨는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도와주시겠죠. 주님은 어려운 이웃을 그냥 지나치시지 않는 분이잖아요. 계속 기도해야죠.”
오씨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하는 외숙모 정씨. 정씨의 눈물이 오씨 얼굴에 떨어지자 오씨가 말했다.
“외숙모 비오나보네. 아버지 비 맞으시겠네. 나 일어나야 돼…”
※도움주실 분 우리은행 1006-792-000001 (주)가톨릭신문사
사진설명
외숙모 정경묵씨와 오혜선씨는 주님을 의지하며 세상과 싸워가고 있다.
기사입력일 : 2006-04-09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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