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걱정 말고 성당활동 하세요”
젊은 엄마들 성서공부 레지오 활동 도와
“아기 돌볼 사람이 없어, 성당활동을 하지 못한다구요? 이제는 걱정 하지 말고 성당으로 오세요. 성당이 아기를 돌봐 드립니다.”
어린 자녀가 있다면, 특히 걸음마도 제대로 떼지 못하는 아기가 있는 엄마라면, 성당과 담 쌓고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 성서 공부도, 레지오 마리애 활동 등 각종 단체 활동도 ‘아기 때문에’ 당분간 접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 화곡본동지역 공동사목(화곡본동.화곡6동.신월1동본당)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3월 14일 어린 자녀(1~5세)를 두고 있는 부모를 위한 ‘탁아방’을 개소했기 때문. 더 이상 ‘아기 때문에’라는 핑계는 불가능하다. 비용은 무료. 본당 단체 모임 및 성서 공부 등 교육이 많은 화요일과 목요일, 금요일 오전 9시30분~12시 운영된다. 이용 자격은 간단하다. 성당에서 활동만 한다면 언제든지 아기를 맡길 수 있다. 아기를 돌보는 일은 이미 성장한 자녀를 둔 또 다른 엄마 봉사자들이 맡는다.
초창기 임에도 매일 10여명이 탁아방을 찾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탁아방 봉사자 조정순(아녜스.48)씨의 설명. 조씨는 “자녀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지 못하는 엄마를 위한다는 생각에 더 큰 보람을 느낀다”며 “과거 아이들을 키우던 기억이 되살아 나는 등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뜻하지 않은 품앗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화요일에 아기를 맡긴 엄마가, 목요일과 금요일에 탁아방 봉사자로 나서기 시작한 것. 반대로 목요일과 금요일 아기를 맡긴 엄마는 화요일 등 다른 요일 봉사자로 나서고 있다.
또 그동안 성당 일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본당 단체에서 활동 하지 않는데도 아기와 함께 탁아방에 나오는 엄마들도 늘고 있다. 탁아방에 오면 자신의 아기가 또래 친구들을 함께 놀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화요일 아기를 성당 탁아방에 맡기고 성서 공부를 한다는 한 신자는 “아기 때문에 한동안 성당에 나오지 못했는데, 탁아방이 생긴 이후로는 성당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 편하다”며 “본당에서 젊은 엄마들의 불편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화곡본동본당 차원석 신부는 “처음에는 노인 봉사자들에게 탁아방 봉사를 맡기려 했는데, 많은 엄마들이 자청해 보육 봉사에 나서는 것은 의외”라며 “지역내 모든 신자들이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배려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탁아방 봉사자들이 아이들을 돌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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