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사람은 없다” 모두가 동등
불평등한 대우는 늘상 ‘사회적 약자’들에게 쏠린다.
‘혼혈인’. 그들도 우리 사회에서는 불평등한 ‘취급’을 받는 약자가 되어있다. 그들이 누군가를 해코지해서도 아니다. 여러 인종의 장점을 고루 갖춘 인재라서도 아니다. 단지 ‘나’와 ‘다르다’는 이유다.
지난주 미국 미식축구스타 하인즈 워드의 방한을 즈음해 정부는 ‘혼혈인 차별금지법’(가칭)을 제정하기로 했다.
‘금지’라는 표현에 어패가 있지만, 혼혈인 처우개선과 인권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거론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혼혈인 차별은 법·제도의 문제보다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된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을 짚어봐야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성을 강조하고, 게다가 국내 혼혈 1세대가 한국전쟁 이후 미군과 우리나라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차별적 시각을 키워왔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이주노동자와 우리나라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코시안’, 2000년대 들어서는 농어촌 남성의 국제결혼으로 혼혈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은 아직 다인종·다문화를 적극 포용하기엔 역부족이다.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국내 혼혈인의 약 40%가 차별에 따른 고통을 겪다 자살까지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혼혈아동들의 교육문제도 심각하다. 대다수 혼혈아동은 소위 ‘왕따’를 당해 학업을 포기한다. 아예 학교에 다니지 않는 혼혈아동도 3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혼혈인의 실업률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취업자 중 사무직 종사자는 2% 정도에 불과하다. 제도적으로 병역의무도 할 수 없었다. 올해부터는 자원하면 군대에 갈 수 있지만 실제 입대한 혼혈인은 거의 없다. 혼혈인은 어려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해 단체생활 적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란다.
혼혈인 자녀의 국적 취득 요건을 완화하거나 외국인 친권자에게 국적이나 영주권을 주는 등의 지원은 제도로 가능하다. 그러나 만연된 차별의식은 우리 스스로가 바꿔가야 한다.
교회 안에서도 혼혈아동교육 등에 대해 사목적 배려를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은 혼혈인과 관련된 사안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지원하는 임시방편과 다를 바 없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이웃을 어떠한 예외도 없이 또 하나의 자신으로 여겨야하고 무엇보다 이웃의 생활을 고려하여 그 생활을 품위있게 영위하는데 필요한 수단들을 보살펴야한다”(사목헌장 26항)
‘낮은’ 사람은 없다. ‘차별받을 만한’ 사람은 없다. 하느님이 주신 동등한 존엄성을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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