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가정 지킴이로 새롭게 태어나겠습니다"
애독자 여러분, 「참말로 한말씀 알리는 보람」으로 살아온 저희 가톨릭신문이 올해로 76번째의 생일을 맞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1927년 4월 1일, 남방천주교회 평신도 사도직 단체인 청년회에서 기관지로 「천주교회보」란 이름으로 한국 가톨릭 교회에서는 처음으로 세상에 태어난 가톨릭신문은 창간호에서도 밝혔듯이 듣고 싶고, 말하고 싶고, 적고 싶은 신자들의 소망과 열정을 대신한다는 사명감으로 온갖 어려움을 딛고 이 세상에 태어난 지 벌써 7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참으로 76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온갖 역경을 겪으면서도 오늘에 이르도록 해 주신 주님의 은총에 감사드리면서 또한 긴 세월동안 잊지 않고 매주 가톨릭신문을 찾아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와 함께 일흔여섯 번째의 생일을 함께 기뻐하고자 합니다.
새천년기 세 번째 해인 올해 2003년은 참으로 어수선한 해이기도 합니다.
인재(人災)라고도 하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로 아무런 죄도 없는 수백명의 생명을 잃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두었더라면 얼마든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재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안일한 삶의 자세로 인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화를 자초하고 만 것입니다.
또한 교황 요한 바오로2세를 비롯해 전 세계의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전쟁반대」의 간절한 소망을 뿌리치고 결국 미국은 이라크를 대상으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수많은 선한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 무시당한 채 죄 없는 이들이 생명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순시기를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인 우리들은 이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철저한 회개와 함께 전쟁으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선량한 이들이 더 이상의 고통에 시달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기도해야만 하겠습니다. 어느 누구의 생명도 하찮은 것이 없고 모두 귀중하고 지켜져야만 하는 것입니다.
생명은 정말 소중한 것입니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신문으로 거듭나고자 애쓰고 있는 저희 가톨릭신문은 창간 76주년을 맞아 「생명과 가정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가톨릭신문은 올 한해동안 「가정을 살리자」를 주제로 우리 가정이 안고 있는 문제를 심층 취재 보도하고, 귀감이 되는 성가정 사례를 보도함으로써 가정문제가 곧 생명문제임을 환기시켜 나갈 것입니다. 교회의 기초인 가정이 튼튼한 가정으로 바로 서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신앙이 굳건해야 할 것입니다. 신앙이 바탕이 되고 그 신앙 안에서 온 가족이 함께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고백할 때 그 가정은 어떠한 어려움도 반드시 이겨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고자 하면 무엇보다도 하느님에 대해서, 그리고 교회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근 한국어로 번역 출판된 가톨릭교회교리서를 정하권 몬시뇰 특유의 필력과 쉬운 해설로 지면에 담아 독자들에게 하느님과 교회 사랑을 듬뿍 드릴 것입니다.
아울러 다양한 사목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의 목소리를 담은 「사목체험기-현장에서」를 통해 이들의 애환과 기쁨, 보람과 좌절이 교차되는 삶의 체험을 함께 체험하면서 우리들에게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 넣어줄 것을 확신합니다.
무엇보다도 가톨릭신문은 76주년을 맞아 지면개편을 통해 다시 한번 새로운 모습으로 애독자 여러분 곁을 찾아갑니다. 지금까지 분산되어 보도하던 「한국교회 토착화를 위하여」, 「세상살이 복음살이」 등 기획/특집물을 한 곳으로 모아 일목요연하게 보실 수 있도록 했으며 글자의 자간, 행간, 장평을 조절해 더욱 시원하고 읽기 쉽게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애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임을 저희 가톨릭신문은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지니고 있는 신앙은 우리 신앙선조들의 피와 땀으로 얻은 소중한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사회에서 신앙을 지키고 사는 것만 해도 「현대의 순교」라는 말이 있듯이 각박하고 위험한 세상살이에서 우리는 신앙을 지키면서 알려야합니다. 다시말해서 교회가르침, 신앙을 이웃에 알리는데 적극적인 선교사가 되어야하겠습니다. 가톨릭신문을 구독하고 계시거나 군부대, 교도소, 중국 조선족 등에 신문보내기 운동에 동참하고 계시는 애독자님들은 이미 선교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계십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가톨릭신문의 역사는 한국천주교회의 역사」라는 중요성을 절대 잊지 않으면서 한국교회의 정론지로서 신앙을 지켜주고 북돋아 주는 신앙지로서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다시한번 다짐합니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은 신문, 독자들이 읽기에 좋고 도움이 되는 신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끊임없이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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