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끝나면 달려가는 곳, 또 하나의 가정이죠”
본당과 공소 4곳서 ‘공부방’ 운영
일자리 마련 등 복지에도 힘쏟아
부활의 빛을 희망하는 초기 교회처럼 순박한 공동체가 있어 기쁨을 주고 있다.
전남 영암군 영암읍 월출산 자락에 위치한 영암본당(주임 최민석 신부)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등 저소득 주민들을 위한 자활후견기관을 지역사회와 함께하며 복음을 실천하면서, 특히 도시 본당에서도 1개의 공부방을 운영하기 힘든 지역아동센타인 공부방을 본당과 공소 4곳을 포함 5군데에서 시설을 갖추고 운영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영암본당은 2002년 7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천주교 영암성당을 모법인으로한 자활후견기관(관장 최민석 신부)을 승인받아 저소득층(조건부 수급자, 차상위층) 농민에게 자활사업단을 만들어 노동과 교육, 훈련을 통해 자활, 자립을 지원하며, 병원 요양시설의 간병 뿐만 아니라 집수리, 영농, 친환경 음식 등의 분야에서 100명의 지역민에게 일자리를 창출해 가고 있다.
이와 함께 공부방 운영도 자활후견기간의 급식지원과 영암신자들의 전적인 물심양면의 지원을 받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농촌이라는 열악한 조건 때문에 아직도 손이 미치지 못한 것이 많아 자원봉사자와 많은 후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공부방은 취학아동이 가정의 빈곤이나 부모의 가출 또는 맞벌이, 실직 등에 의하여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적절한 보호서비스와 방과 후 방치되어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생활지도 및 학습지원 프로그램으로 가정의 역할을 보조하고 있어 선교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영암본당 신자인 이경아(엠마누엘.47)씨는 “내 자식처럼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들을 돌봐줄 때, 처음엔 말을 전혀 안하던 아이들도 마음을 열고, 인사도 잘하고 학습지도와 숙제지도에 잘따른다”면서 “신자가 아닌 아이들도 개신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성탄절과 부활절에 만들기를 선물하면서, 성당 안에서의 생활을 즐거워하니까 부모들도 성당에 나와 새신자로 입교하는 사람도 있어, 공부방을 통해서 가족과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치원 다닐 때 엄마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아빠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동생과 함께 할머니 댁에서 살고 있는 강서희(초등학교 4학년)양은 “학교 끝나기가 바쁘게 동생 서남이 손을 잡고 공부방으로 달려 간다”면서 “공부방에 가면 사랑해주는 엄마같은 선생님이 계시고 따뜻하게 어울릴 수 있는 언니 오빠가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런 서희에게 공부방은 쉼터요, 안식처인 셈이다.
현재 영암에는 본당과 7개 공소가 자리하고 있는데, 공부방이 2005년 7월 영암본당을 시작으로 시종, 신북, 군서, 독천공소 5군데에 개소하여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양성과 관리를 통해 지역의 소외된 아동들에게 학교학습지원, 건강관리, 특기적성교육, 체험활동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여 농촌아이들에게 큰 희망을 제공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과 같이 간다’는 영암본당의 순박한 공동체의식과 이에 따른 가족적인 분위기는 주일 오전 11시 교중미사 후 전신자 공동 식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신자들은 구역 반별로 돌아가면서 본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그것을 나누어 먹음으로서 공동체 친교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이들 농촌신자들 대부분은 넉넉지 못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들의 신심은 풍요하기만 하다.
이처럼 소박한 가운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지역교회로서의 영암본당은 모범적인 신앙공동체로서 최민석 신부와 더불어 모든 신자들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어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참 모습을 보는 것처럼 밝은 미래를 보여 주고 있다.
■“낮고 낮은 곳으로 교회 눈길 돌려야”
영암본당 주임 최민석 신부
“방과후 공부방은 교회가 필수적으로 관심을 보여야할 분야입니다.”
영암본당 최민석 신부는 희망을 갖고 꿈을 키울 수 있는 배움터이자 보금자리인 공부방에 따뜻한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한다.
“제도교육이 이루어진 이후 대다수의 아이들은 부모님이 직접 보호하거나 사설학원을 통해서 보호를 받지만, 편모편부슬하의 아이들, 조부모 밑에 있는 아이들은 거의 방치된 상태로 문제아이를 양산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소외된 아이들의 따뜻한 어머니의 역할을 하며 사랑과 보살핌을 펼치는 것은 교회의 중요한 사목이요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신부는 오래전부터 농촌지역이 많은 광주대교구의 특성상, 농민사목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그래서 영암본당에 부임하자 ‘1면 1공소 운동’의 교구장의 사목방침을 받들어서 공소 공동체를 개척하고 활성화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폐쇄됐던 영보공소를 재개하고, 신북과 군서 면에 공소를 신설하여 본당에 7개 공소를 두게 되었고 지역내 불우이웃과 단체들을 찾아 지원함으로써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최신부가 신자들과 지역사회에 쏟은 땀과 정성이 이루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구체적인 활동은 자활후견기관을 통해 200세대 독거노인들을 매일 30명이 수발하는 간병 사업단을 운영하고 400세대의 결식아동에게 반찬지원 사업을, 저소득층의 집을 수리하는 일, ‘사랑의 집짓기’ 1호집, 2호집, 3호집을 무료로 지어줌으로써 지역에서 봉사하는 교회, 섬기는 교회, 나누는 교회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신앙공동체는 자신의 신앙 안에 머물러 매몰되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하고 주민을 섬기고 봉사하면서 그리스도와 같은 삶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 미래 교회로서의 모델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한 최신부는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안에 살아있는 신앙공동체로서 역할을 해나가야, 교회의 사명을 올바로 수행해 나가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조를 나눠 실시한 체험활동교육시간, 아이들이 시장에서 시금치와 당근을 사고 있다.
▶조개껍데기를 줍고 해맑게 웃는 아이들.
▶봉사자와 함께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