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년 15만명 영세…전망 밝아”
한국 홍콩 필리핀 추기경 선임은
아시아 복음화 위한 교황의 선택
[로마=이승환 기자]
아시아교회는 보편교회의 의지에 발맞춰 아시아 복음화라는 기나긴 여정에 나서야 한다. 미개척지 중국을 향한 홍콩교회, 또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가톨릭신자가 대부분인 필리핀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복수추기경 시대를 연 한국교회에 거는 보편교회의 기대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본지는 새 추기경 서임식 직후인 3월 29일 로마에 본부를 둔 ‘아시아뉴스(AsiaNews)’ 편집장 베르나르도 체르벨레라(Bernardo Cervellera) 신부를 만나 아시아 복음화에 대한 보편교회의 관심과 아시아 교회의 역할을 들어봤다.
체르벨레라 신부는 인터뷰에서 새 추기경 서임은 교황이 아시아 대륙을 복음화의 대상으로, 그리고 교회의 미래가 달린 대륙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아시아 복음화의 미래는 밝다고 확신했다. 또 북한이나 중국 선교와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그리스도교를 삶으로 알리는 누군가가 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증거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한국교회가 이 역할을 해 주기를 당부했다.
다음은 체르벨레라 신부와의 일문일답이다.
-아시아뉴스의 역할에 대해 소개해주십시오.
=아시아뉴스는 크게 세 가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아시아교회들로 하여금 아시아 이외의 지역에게 말하게끔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취재원들은 각 지역의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목소리를 이탈리아어와 영어로 번역해 세계 곳곳에 알리는 것이죠. 두 번째는 교황님과 교회의 구성원들로 하여금 아시아 교회에게 말할 수 있도록 합니다. 세 번째로 아시아 교회 서로가 서로에게 소식을 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많은 아시아 교회는 아직도 소수의 작은 교회들이기 때문에 서로간의 소식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교회들이 자신의 나라에서 보도하지 못하는 소식들을 아시아뉴스를 통해 이야기합니다. 중국교회가 우리에게 많은 소식들과 문헌들을 전하고 있는 것이 한 예입니다.
-아시아뉴스가 생각하는 아시아 복음화에 관한 보편교회의 관심은 어떠한지. 특히 이번 한국과 중국(홍콩), 필리핀 추기경 서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새 추기경 서임을 볼 때 서울이나 홍콩, 마닐라 등이 파리, 바르셀로나, 더블린처럼 오래 전부터 추기경이 교구장을 맡았던 곳처럼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째서 교황님께서 이들 교구 교구장을 추기경으로 서임하셨을까요? 무엇보다도 아시아 교회는 유럽교회들과 비교할 때 아주 활발하고 살아있는 교회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교황님께서는 선교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교회, 박해 받고 있는 교회들에 대해 잘 알고 계십니다. 이 때문에 한국교회는 북한교회에 대해서, 홍콩교회는 중국교회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필리핀교회 역시 많은 이슬람 국가에 선교사들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아시아 추기경 서임은 어떤 면에서 아시아 선교를 위한 선택이라고 보여 집니다.
-하지만 아시아 교회 선교에는 사회.경제적 불안, 종교간 불평등 등 많은 난제가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아시아 복음화의 선결과제는 무엇일까요?
=아시아뉴스의 활동에서 해답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아시아뉴스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아시아교회에 우리들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우리들의 기도를 드러냅니다. 그래서 우리는 순교자들을 위한 묵주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매달 박해받는 순교자들을 위한 묵주기도에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고 알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시아 교회의 상황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지요.
두 번째로는 정보전달을 통해 현 상황에 대한 실제적인 모습들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박해나 어려움을 야기하는 지역의 정부나 당국에 압력을 가하도록 각국 정부나 국제적인 인물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종종 독재정부들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것이 이런 여론입니다. 예를 들면 얼마 전 아프카니스탄에서 벌어진 일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사형이 선고된 압둘 라흐만의 경우 사형선고에 항의하는 공개적인 여론 형성을 통해 형을 모면하게 한 일이죠. 중국에서 주교님들이 체포당했을 때도 마찬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교회가 이러한 노력을 한다면 복음화에 큰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시아복음화의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아시아교회는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매우 생동적입니다. 아시아에서 가톨릭 신자들의 성장률은 매년 5%를 기록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아시아의 모든 사람들이 종교와 신앙, 그리고 신과의 통교에 주목하고 관심이 많다는 사실도 한 이유입니다. 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물론 박해가 계속되고 있는 지역에서도 종교가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정말 놀랄 일은 매년 중국에서 15만 여명의 성인 세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국회와 지하교회를 통틀어서요. 마치 교회가 고립된 것처럼 보이고 교회가 하려는 일을 표현하지 못하고 주교님들이 가택연금 당한 상황에서도 복음화는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교 전파를 막기 위해 교회를 불태우고 학교를 파괴하는 정당이 있는 인도에서도 복음화는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교회가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존재를 알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현존이 인도 사람들의 필요에 잘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아시아 사람들에게는 종교심이나 신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하기에, 이런 사실이 아시아 복음화가 성공하는 데 있어 큰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껏 지켜봐 온 한국교회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신다면.
=저는 한국교회가 사회 안에서 잘 활동하고 있는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사회 안에 있는 가난한 이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고 노인들을 잘 보살피며 무엇보다도 북한의 주민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회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그 중심에 살고 있는 증거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교황청 평신도 평의회 일원이신 한 토마스(한홍순 한국평협 회장) 형제님이 나에게 한국의 여러 선교활동들에 대해서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그분이 한국에서의 선교성소의 증가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선교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한 교회가 원숙하게 성장하였음을 보여주는 가늠자입니다.
다만 사회적인 활동의 증거자로서의 역할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그런 사회적인 활동들이 진정으로 또 명확하게 그리스도교적인 활동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회는 활동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영성적이어야 합니다. 먹고 마시고 살고 입고하는 일 외에도 사람은 하느님을 만나기를 갈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이는 교황님의 첫 번째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에서도 나타납니다.
-한국교회는 북한과 중국 선교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웃음)여러분이 더 잘 아실텐데요.
이미 한국에는 중국 선교를 위해 준비하는 선교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선교회나 다른 관계자들에게 언제나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에는 우선 누구든지 가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고요. 만약 그리스도인이 그곳에 있다면 얼마 동안은 복음을 드러나게 전할 수 없을 지라도 그 사람의 삶으로 그리스도교를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그곳에 있다는 것은 젊은이들이나 성인들이 하느님을 찾는 경향이 아주 큰 중국에 어떤 식으로든 효력이 있을 것입니다.
북한선교와 관련한 정진석 추기경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북한과 북한주민들을 돕기 위해 형제애를 나누고 또 종교의 자유를 요구해야 합니다. 선교사들이 가서 북한 경찰이나 감독하는 이들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그리스도인들을 만나는 일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으로 요청해야 합니다.
-가톨릭신문은 창간 80주년을 준비하며 아시아지역 복음화를 위한 아시아 교회 언론인들의 연대체를 준비중입니다. 물론 아시아뉴스와의 협력방안도 모색 중입니다만.
=아시아뉴스가 한국어로 번역돼 알려진다면 좋겠습니다. 다만 교회 내부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단순히 어느 주교님이 무슨 일을 했는지, 어느 신학교.본당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와 같은 소식이 아니라 세상의 복음화와 관련된 교회의 일을 전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으면 합니다. 가톨릭신자들만을 위해서 가톨릭신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그런 언론지가 아니라, 세상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가톨릭신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언론을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연대에 무척 관심이 갑니다. UCAN이나 인도 뭄바이의 가톨릭 엑사미널, 파키스탄 정평위의 소식지 등 많은 아시아교회 언론과 손을 잡는다면 아시아 각국 교회가 서로를 보다 잘 아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 작은 교회와 박해 받는 교회에도 소식을 알리고 그들에게 힘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체르벨레라 신부는 1994년 한국 방문 때 가톨릭신문을 인쇄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본지와의 인연을 밝히고, 창립 80주년을 맞이한다는 기자의 말에 거듭 축하 인사를 건넸다.
체르벨레라 신부는 “추기경 서임식을 지켜보며 한국교회가 정말로 매우 든든하고 활력이 넘침을 알게 됐다”며 “지역적으로는 거리가 멀지만 마음으로는 이렇게 가까운 교회 언론 사도직의 여러분들을 알게 된 것이 정말 멋진 일”이라고 밝혔다.
■ 아시아뉴스는?
교황청립 외방선교회가 1986년 설립한 온·오프라인 매체
아시아뉴스는 교황청립 외방선교회(PIME, Pontificio Istituto Missioni Estere)가 설립한 것이다. 19세기 중반부터 아시아지역에 많은 선교사를 파견하고 순교자와 성인까지 배출한 교황청립 외방선교회는 아시아 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선교사들의 활동이 열매 맺도록 돕고 아시아교회의 어려움과 함께 하고자 1986년 아시아뉴스를 만들었다.
오프라인으로는 월간 책자가 발행되며, 인터넷판(www.asianews.it)은 2003년 11월 1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판은 이탈리아어 영어 중국어로 볼 수 있다. 인터넷 개통 당시 17만 여 명이었던 월 방문자수가 현재는 500만 명에 달할 만큼 영향력 있는 온라인 매체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뉴스는 아시아교회 뿐 아니라 지역 내 정치·사회·문화 전반의 소식을 다루는 온·오프라인 매체로 보편교회가 바라보는 아시아교회, 아시아교회가 추구하는 복음화의 노력 등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아시아 소식에 정통한 언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시아뉴스 편집장 체르벨레라 신부는 사제서품 후 이탈리아 밀라노와 홍콩에서 아시아뉴스 기자로 활동했으며 1997년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산하 피데스(FIDES) 편집장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체르벨레라 신부는 각종 교회소식을 분석한 사설과 칼럼을 통해 아시아교회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내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오피니언 리더(의견 선도자)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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