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아시아 복음화에 각고의 노력을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타교구와 긴밀한 협력·유대 이뤄야
서울대교구의 책임과 역할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서임은 아시아 복음화에 있어서 한국교회의 중요성, 특별히 서울대교구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커다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미 누차 지적됐듯이, 이번에 추기경으로 임명된 필리핀 마닐라 대교구장과 홍콩 교구장 역시 아시아 복음화에 있어서 그 지역적 특성과 해당 지역교회의 잠재력, 가능성, 역량이 높이 평가된 것이다. 이처럼 아시아 복음화에 있어서 이들 교구들이 지니고 있는 중요성이 높이 평가됨에 따라서 앞으로 이들 세 교구의 교구장은 추기경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추기경 임명 발표 당시부터 이러한 구도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정추기경의 임명 발표 후 가진 여러 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대교구장이 추기경으로 임명됨으로써 서울대교구장이 추기경이 되는 전통이 마련됐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한국평협 회장 한홍순 교수(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위원)는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교황청이 한국교회에 걸고 있는 높은 기대에 대해 지적하면서 “또 하나 의미 있는 대목은 서울대교구장이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두 번째로 추기경으로 임명돼 이제 한국의 수도 서울이 추기경을 갖는 전통이 세워지게 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로마에 본부를 둔 ‘아시아 뉴스’(Asia News) 편집장으로 아시아 지역교회 소식에 정통한 베르나르도 체르벨레라 신부는 이번 새 추기경 서임과 관련해 교황이 “아시아 대륙을 교회의 미래가 달린 대륙으로 생각하고 있는 증거”라면서 특별히 “서울이나 홍콩, 마닐라 등이 파리, 바르셀로나, 더블린처럼 오래 전부터 추기경이 교구장을 맡았던 곳처럼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아시아 복음화에 있어서 한국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며, 특히 서울대교구는 한국교회의 사목활동과 복음화의 노력에 있어서 그 중심축이 될 교구이며, 서울대교구장의 추기경 서임은 서울대교구가 이처럼 중요한 몫을 지닌 교구임을 분명하게 나타내는 것이다.
사실 서울대교구가 한국교회 안에서 지니는 위치와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우선 역사적으로 볼 때에도 서울대교구는 한국교회의 중심 교구이다. 한국 최초의 교구이자 신앙과 교회 활동의 중심지로서 1831년 서울대목구로 설정돼, 1911년 대구, 1920년에 원산, 1927년에 평양, 이어서 춘천, 대전, 청주, 인천, 수원교구, 최근에는 의정부 지역에 이르기까지 가히 한국교회의 맏이가 아닐 수 없다.
교세에 있어서도 서울대교구는 한국교회의 중심이다. 2004년말 현재 한국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전체 한국교회 신자수 450여만명 중에서 130여만명이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약 28%에 달한다. 사제수는 서울대교구가 878명으로 한국교회 전체 사제 수(3719명)의 23.6%를 차지하고 본당 수는 206개로 전국 본당 수(1414개)의 14.6%이다.
더욱이 서울대교구는 이처럼 교세면에서 높은 비중을 떠나 그 인적 물적 자원을 고려한다면 한국교회 전체의 사목 방향을 이끌고 나아갈 중심교구라는 것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교구의 쇄신과 노력
이러한 시대적 소명에 따라 서울대교구는 다양하고 다각적인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서 교구의 쇄신 노력에 박차를 가해왔다. 2003년 폐막한 서울대교구 시노드는 이러한 시대적 소명에 대한 교구 전체의 응답의 노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사목교서를 통해 시노드 개최를 선언하고 이듬해 의제 선정 과정에서부터 2003년 5개월여에 걸친 대의원회의를 마치고 9월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교서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를 발표하기까지 서울대교구는 교구민 전체의 뜻을 모아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소명에 귀를 기울였다. 이에 따라 서울대교구는 이후 시노드 과정에서 축적된 역량과 그 결과물들을 바탕으로, 자기 쇄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서울대교구장의 추기경 서임은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더욱 확고하게 다지는 기회가 됐고, 한국교회, 나아가 아시아 복음화의 주역으로서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 서울대교구는 한국교회 전체의 복음화 노력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 복음화의 최일선에서 보편교회로부터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더욱 애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우리는 서울대교구가 지닌 또 하나의 중요한 몫, 즉 북한의 복음화에 대해서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잘 알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최근 그 큰 걸음의 하나로 민족화해센터 건립을 위한 첫 발걸음을 떼어놓았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추진하는 민족화해센터는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에 들어서 향후 우리 민족의 참된 화해와 일치를 위한 중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추기경은 북한 선교에 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북한 선교를 위한 제반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는 이제 한국교회의 중심으로서 보편교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차분하게 하지만 결코 쉼없이 해나갈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이러한 서울대교구의 노력은 반드시 한국교회의 다른 모든 교구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유대 안에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대교구는 타 교구에 비해 풍부한 인적 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사목 여건이 열악한 지방 교구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과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대교구는 경제력이나 사목 인프라가 부족한 타 교구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한국교회 전체의 차원에서 더욱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지원과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의 모든 사목 활동과 사목 프로그램들은 단지 교구 안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교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것은 결국 한국 사회와 교회 전체, 나아가 북한과 아시아 지역교회들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설명
서울대교구가 북한과 아시아 복음화의 최일선에서 보편교회로부터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4월 8일 거행된 민족화해센터 축복식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에 들어설 센터부지를 축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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