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전국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들의 기도와 성원 덕분으로 가톨릭신문이 창간 74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먼저 고백합니다. 오늘 가톨릭신문의 일흔 네번째 생일은 바로 받은 은혜에 감사드리며 교회언론의 사명을 재다짐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수난하심을 묵상하며 보속과 회개, 희생과 극기로 부활신앙을 체현하겠다는 다짐과 다짐들이 전국적으로 메아리치고 있는 사순절 막바지에 창간기념일을 지내는 의미도 새롭습니다. 본사 임직원 모두는 바로 이 은혜로운 시간을 맞아 창간정신을 다시한번 되새기며 새출발을 약속드립니다.
잘 아시는 것 처럼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하고 있던 1927년 4월 1일, 한글 말살정책이 시행되던 그 어둡고 험난했던 시절에 남방천주교 청년회의 피끓는 젊음과 신앙열정으로 「천주교회보」가 탄생했습니다. 몇몇 청년 신자들의 선각적인 사도적 열망과 신심을 바탕으로 출범한 것이 가톨릭신문의 창간정신입니다.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인 자생교회, 한국천주교회의 초창기 역사와 닮은 본사의 창간 모토는 「소식보도, 의견교환, 보조일치」였습니다. 1933년 주교회의 결의에 따라 자진 폐간했다가 16년만에 속간하면서 좥조국성화좦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다시 내걸었던 본보의 이념과 정신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을 다짐해봅니다.
국내외 교회소식을 보다 빨리, 정확하게 알리는 일에 한층 더 노력할 것입니다. 더불어 건전한 여론형성과 대화, 다양성 안의 일치를 실현하는 데도 애쓰겠습니다. 우리 나라, 우리 민족의 구원과 성화를 위하여 최선을 다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가톨릭신문이 나아가야 할 길이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신문으로 거듭나고자 가톨릭신문은 창간 74주년을 기해 본사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기존의 디지털 가톨릭신문의 불편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오랜 시간 보완작업을 거쳐 4월1일부터 새로이 선보이게 됐습니다. 이러한 결단은 보다 양질의 정보를 보다 신속 정확하게 독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교회의 올바른 정보제공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는 경제사정이 어렵고, 실업자가 속출하는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본보는 창간 당시 험난하고 힘들었던 민족의 고난기를 이겨냈던 그 마음가짐으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굴욕적으로 상실한 민족 주권 되찾기를 최상의 과제로 삼았던 가톨릭신문 초창기 선배들의 신앙열정은 오늘 저희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급변하는 세속 환경은 우리를 혼란에 빠트리고 힘겹게 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더욱 더 굳건한 신앙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합니다. 주님 가신 그 길을, 그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갈 때 국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첩경이 될 것입니다. 국가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오늘 가톨릭신문은 과욕 부리지 않고 「작은 것」으로부터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이 사회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를 몰아내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오늘부터 「생명은 사랑입니다」라는 구호아래 시작하는 본사의 생명캠페인에 애독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기도를 당부드립니다.
연간 150만건 이상 자행되는 낙태를 비롯 사형, 인간복제, 인위적인 생명의 조작 등 각종 죽음의 문화는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이 일이야말로 가톨릭신문이 마땅히 떠맡아야 될 본분으로 알고 적극 나서겠습니다.
더불어 경제위기로 급증하고 있는 소년소녀 가장들을 돕는 일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겠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든 윤리적인 문제든 갑작스런 부모의 유고로 어려움에 처한 소년소녀가장들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 많습니다. 우리들의 자그마한 관심과 배려는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안겨줄 것입니다. 민족복음화라는 지상과제를 위해 뛰어온 가톨릭신문은 앞으로도 이웃의 따뜻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사랑을 전해주고 나눠주는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해나갈 것입니다.
지난 74년간 「사랑과 나눔이 있는 곳에 가톨릭신문이 항상 함께 했다」는 평판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수많은 사랑나눔 운동에 동참해주신 국내외 애독자 여러분들의 덕택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리면서 더욱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앙청드립니다.
이제 새로운 세기, 21세기를 시작하면서 가톨릭신문은 인류 구원에 적극 동참하는 가톨릭 언론으로서의 위상을 새로이 하고자 합니다. 새 생명이 약동하는 새 봄과 더불어 곧 부활하실 예수님과 함께 기쁨과 은총을 담뿍 받으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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