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방법이 다를 뿐
하느님 계명 살아있어
[질문]
천주교에서 말하는 십계명과 개신교에서 말하는 십계명이 다른가요? 개신교 신자가 천주교는 제2계명을 없애버렸다고 비난했습니다.
[답]
그것은 무지에 의한 비난입니다. 성경의 원문에 있는 십계명을 보면 첫째 계명, 둘째 계명하는 구분이 명확하게 돼있지 않습니다. 성경의 장, 절도 성경 저자들이 구분한 것이 아니고 후대 사람들이 편의상 그렇게 나누어 놓았을 뿐입니다.
십계명에 대한 구절은 탈출기 20장 2~7절, 그리고 신명기 5장 6~21절입니다. 가톨릭교회에서도 전에는 개신교 측의 분류대로 쓰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유다인 필론이 분류한 것입니다. 이후 성 아우구스티노는 우상숭배 금지를 첫째 계명에 포함시키고 남의 아내나 재물을 탐내지 말라는 계명을 따로 나누어 아홉 째 계명과 열 째 계명으로 분류하였는데 이것이 더 합리적인 분류라 하여 가톨릭교회에서 오늘날까지 통용하고 있습니다.
루터교회도 이 분류를 따릅니다. 분류 방법이 다를 뿐 하느님의 계명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하느님을 공경하라는 것과 우상숭배를 하지 말라는 것을 하나의 항목으로 본 것입니다. 즉 하느님을 공경하라는 적극적인 계명 안에 우상숭배를 금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안식일을 거룩히 지내라는 것 안에 안식일에 일을 하지 말라는 소극적 계명이 포함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옛날 교리문답이나 현재의 교리서를 보면 하느님을 공경하라는 계명 안에 마술, 점, 악마 숭배, 점성술, 손금 등의 미신행위에 대해 정확히 지적하고 금지하였습니다. 이것을 읽어 본 사람은 천주교가 둘째 계명을 삭제했다는 비난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남의 아내와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옛날에는 남의 아내에 대한 탐욕과 재물에 대한 탐욕을 하나로 보았지만(여성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시대), 지금은 남의 아내를 탐하는 것과 남이 재물을 탐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죄악입니다.
때문에 그 죄로 말미암아 손상되는 덕행과 의무도 다릅니다. 그래서 각각 하나의 계명으로 분류한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십계명은 각 계명들과 그리고 계명 전체와 깊은 결속을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물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계명을 어기면 다른 계명도 어기게 됩니다.
김연준 신부(광주대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