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과 사랑나눔을
나는 99시즌을 끝으로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은퇴했다. 사실 은퇴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아직 몇년은 더 현역으로 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정상에 있을 때 깨끗하게 물러나자는 평소 소신을 지켰다. 돌이켜보면 참 잘한 결정이었다. 사람은 모름지기 떠날 때를 알아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았던가.
지난 2005년은 내게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맡은 첫해 덜컥 우승을 해버렸다. 언론에서는 내가 야구사를 새로 썼다고 했다. ‘국보급’ 투수에서 ‘명장’반열에 올랐다고 했다. 과분한 얘기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결실이었다.
여러번 언급했지만 나는 인복이 많다. 내 야구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김응룡 감독님이 계셨던 삼성으로 온 것도 그렇다. 사실 다른 구단로부터 제의도 많이 받았지만,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던 내겐 든든한 정신적 후원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택한 곳이 삼성이었다. 더구나 구단은 내게 전례없는 5년 계약을 보장했다. 이처럼 내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준 구단이 너무나 고마웠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을 전적으로 믿는다. 야구계에는 이런 얘기가 있다. 스타 선수는 감독으로 성공 못한다는. 이런 통념을 감독 데뷔 첫해에 깰 수 있었던 것은 일본에서 ‘눈물젖은 빵’을 먹었던 경험이 컸다. 야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1군과 2군을 오르내렸던 아픈 경험이 나를 더욱 강하고 철저하게 만들었다.
우리 구단엔 스타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야구는 결코 몇몇 스타 선수들만의 ‘놀음’이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소화할 때 비로소 훌륭한 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선동열의 30년 야구인생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선수 선동열이 아닌 지도자 선동열의 첫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 아직도 내가 야구계에서 해야할 역할과 몫은 크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책임감도 느낀다. 한번도 멈추지 않고 숨가쁘게 달려온 나의 외길인생. 이젠 하느님과 은인들, 팬들로부터 받았던 과분한 사랑을 조금이라도 나누며 살고자 한다. 부족하지만 어렵고 힘든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고 싶다. 이것이 신앙인으로서 해야할 당연한 소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물심양면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든든한 힘이 되어준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지난해 나는 한국교회에서 전개하는 사형제도 폐지 홍보대사에 임명됐다.
신앙인으로서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흔쾌히 승낙했다.
이 활동 역시 힘닿는데 까지 열심히 해서 하느님 구원 사업에 동참하고 싶다.
이제 나의 야구와 신앙얘기를 마치려고 한다. 시작할 때 내가 과연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런데 이 연재를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 귀한 지면을 허락해준 가톨릭신문에 감사드린다. 또 부족한 내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야구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신앙인으로서도 부끄럽지 않은 ‘선동열’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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