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갈라지는 장면 장관 음악 안무 의상도 인상적”
모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유일한 뮤지컬이라 개인적으로 ‘레딕스’(십계)에 기대가 컸다.
‘레딕스’는 ‘노트르담 드 파리’, ‘로미오와 줄리엣’ 등과 함께 프랑스 3대 뮤지컬로 꼽힌다고 한다. 특히 성서의 탈출기를 아는 사람들에게 홍해가 갈라지는 모습은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또 친형제처럼 자라지만 결국에는 갈등을 겪게 되는 람세스와 모세의 관계는 어떻게 그려질까?
여러 가지 궁금증을 갖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의 ‘레딕스’ 초연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다고 본다.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이 뮤지컬의 큰 규모를 감당할 수 없었다는 말이 실감 날 만큼 한마디로 거대하고 웅장한 공연이었다.
천상의 소리 들리듯
뮤지컬 ‘레딕스’는 전체적으로 구약성서를 바탕으로 의형제 모세와 람세스의 우정과 갈등, 억압된 히브리 민족을 이끌고 ‘약속의 땅’에 이르는 모세의 험난한 여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억압받던 히브리인들이 자유를 찾으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뮤지컬의 내용이야 익숙한 것이었지만 대사 없이 노래와 안무로만 진행되다 보니, 미국이나 영국의 뮤지컬에 길들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낮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샹송 고유의 매력을 살린 음악이 배우들의 풍부한 가창력에 힘입어 마치 천상에서 내려오는 소리처럼 호소력이 있었다.
특히 2부에서 람세스와 모세가 듀엣으로 부른 ‘몽 프레(Mon Frere.나의 형제)’를 들으면서는 의형제이지만 결국은 적이 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안타까운 상황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가장 기대했던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은 정말 장관이었다. 엄청난 양의 인공안개와 화려한 레이저, 실감나는 영상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홍해는 정말 무대 세트인가 할 정도의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이밖에도 하느님이 파라오에게 열가지 재앙을 내리는 장면, 불타는 떨기나무에서 하느님의 음성이 들리는 장면 등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냉철한 이미지의 람세스, 자유를 갈망하는 지도자 모세, 사랑스러운 공주 네페르타리 등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난 안무와 의상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음악가, 안무가, 의상디자이너, 무대디자이너 등이 각자의 위치에서 심혈을 기울여 성경 말씀을 오늘날 다시 재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완전한 자유 추구
‘레딕스’는 모세라고 하는 위대한 인물과 이스라엘 백성의 탈출 여정을 소재로 하여 모든 소유로부터 탈출, 결국에는 자신으로부터 탈출하여 완전한 자유에 이르고자 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원의를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범인류적인 사랑과 관용을 주제로 하고 있어 사람들에게 더 큰 공감을 주리라고 본다. 사랑과 자유,형제애 등은 종교와 시대와 민족 등 모든 것을 초월하는 공통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이 뮤지컬 공연을 통해 웅장하고 멋진 무대 위에 옮겨진 이스라엘의 역사와 그 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물을 보면서 백성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약속의 땅으로 향하면서 모세가 겪었을 인간적인 고뇌를 역동적이고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성경을 잘 알지 못한다면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뮤지컬을 더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보려면 먼저 탈출기를 읽고 묵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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