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부활의 기쁨으로 다들 기뻐하고 있는데, 제 마음은 그렇지 못합니다. 삶의 변화도 없이 사순시기를 보내고, 아직도 판공성사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판공성사를 봐야하는데, 이러다가 성당과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답]
지친 삶 발걸음 멈추고 주님 앞에 짐 내려놓길
여러 가지로 바쁘고 삶에 지치셨나 봅니다. 평범한 일상사에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고 무엇인가 자신의 목적과는 관계없이 수레바퀴처럼 반복되어 돌아가는 삶의 연속은 마음의 평화를 깨며 우울하고 지치게 하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주님 부활의 기쁨이 나하고는 무관한 메아리로 다가오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실천해야 할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조차 무거운 짐과 죄책감으로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무력한 삶이 닥쳐 올 때야말로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할 수 있는 은총의 기회라는 것을 그리스도를 믿고 따랐던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의 부활체험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신자라면 누구나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게 되었던 계기가 있었을 것입니다. 대부분 자신의 삶 안에서 주님의 사랑과 은총을 풍성하게 체험했던 사건들은 우리를 위해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과 용서를 체험할 때일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가치에 매달리다 보면 신앙생활에 게을러지고 엠마오로 돌아가는 제자들처럼 삶에 실망하고 초조한 발걸음이 되어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요. 이 때야 말로 자신의 발걸음을 멈추고 주님을 처음 만났던 그 현장으로 되돌아가야 할 시간이지요. 그리고 우리의 삶 안에서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모든 것들, 끈질기게 성취해야 하는 것들과 이루어지지 않은 소망들에 대한 좌절감,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여러 사건들 안에서 쥐고 놓지 못했던 무거운 짐들을 주님 앞에 내려놓아야겠습니다.
주님께 돌아가는 발걸음은 삶의 어둠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빛을 발견할 것이며 우리 마음 안에 들려 오는 주님의 말씀과 평화를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활의 기쁨은 내가 바라보았던 세상의 가치가 예수 그리스도의 가치와 삶으로 전향되는, 회개의 삶을 통해서 체험되는 주님의 평화와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앙의 길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통한 부활의 신비가 우리 일상의 삶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믿음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과 교회 공동체는 어둠의 세상 안에서 수난과 죽음을 겪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하느님 나라의 증인이 될 것입니다.
문크리스티나 수녀(포교성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