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관심과 이벤트, 가슴에 못박는 일이죠”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없어요. 단지 힘든 것이 있다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며 부정적으로 변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죠. 무척 마음이 아픕니다.”
‘하이모’ 회장 김용길(제랄드.31.서울 신천동본당)씨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하이모는 ‘하나를 이루어가는 모임’의 앞 글자들을 따 붙인 것으로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서 주관하는 탈북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이다.
현재 하이모는 매달 1회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고 하이모 소속 도우미들은 수시로 탈북 청소년들의 가정을 방문 1:1 공부를 지도해주고 있다.
김씨는 촉촉이 젖은 눈으로 마음이 아픈 이유를 한 가지 더 이야기 했다. “사실 하이모에 관심을 가져주는 기업이나 단체가 많아요. 하지만 대부분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고 말죠. 탈북 청소년들의 가슴에 못 박는 일 밖에 안됩니다.”
김씨가 하이모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에게 있어 하이모라는 단체는 우연치 않은 기회에 찾아왔다. 2004년, 전 직장에서 동료와 함께 고아원을 방문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동료가 대뜸 김씨에게 물었다.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시네요. 혹시 제가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곳이 있는데 함께 하시겠어요?”
순간 당황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마음에 순간적으로 동의했다. 그곳이 바로 하이모였다. 직장 동료는 당시 하이모의 회장이었다.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마음에 덜컥 동의했는데, 탈북 청소년들인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시작부터 험난했다. 탈북 청소년들과의 관계 설정부터 도우미로서의 역할까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워낙 상냥하고 적극적인 그의 성격에 탈북 청소년들도 차츰 마음을 열었다.
“오히려 그들에게 받은 게 많았어요. 사고방식의 틀도 깰 수 있었고, 또 인간의 힘으로 안되는 것은 주님의 뜻대로 된다는 것도 얻게 된 소득 중에 하나죠.”
김씨에게 예전 청년활동에 관해 물었다. 머쓱해하며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저 세례 받은지 4개월째에요.” 거기다 무교 집안이란다.
지난해 8월에 탈북청소년들과 함께한 캠프가 신앙인으로 태어난 계기라고 말했다. “당시 한 수도회의 수사님들을 초청했어요. 근데 매사 적극적이고 여유있어 보이는 그분들의 향기에 취해서 저도 모르게 예비신자 교리를 신청했습니다.”
우연한 향기는 그를 훌륭한 신앙인으로 탈바꿈하게 했다. “아직 잘은 모르지만 복음적인 삶과 선교활동이 신자의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모 활동도 선교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실제 그의 하이모 내 활동 모습을 보고 탈북청소년들이나 그들의 부모가 찾아와 성당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한 경우도 부지기수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신자 4개월차의 걱정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하이모 관련 업무가 많아 신자로서 해야 할 성경 읽기, 기도 등을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레지오 협조단원으로 가입했어요. 주님이 혼내실까봐 걱정스럽습니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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