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비참했던 생활
하느님 만나고 삶의 기쁨 찾아
[전문]
‘약방의 감초’란 말로는 ‘2%’ 부족하다. TV 브라운관과 영화 스크린 등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감칠맛나는 연기를 펼치는 중견 연기자 김지영(마리아막달레나.69.수원교구 오전동본당)씨는 주연급 조연으로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푼수끼 넘치는 시골아줌마에서부터 속정 깊은 노할머니역까지. 그의 변신은 끝이 없다. 팔도강산 어느 지방 사투리라도 김씨 입에만 붙으면 청산유수처럼 흐른다. ‘된장맛을 내라면 된장맛을, 고추장맛을 내라면 고추장맛을 내는 연기자’. 연출가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났다.
올해로 연기 인생 53년째를 맞았다. 녹록치 않았지만 한결같은 열정으로 엮어온 세월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얼굴에서는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짐작되지 않는다. 특히 하느님을 알게된 후 찬란한 ‘장밋빛 인생’을 살고 있다는 김씨. 이번호부터는 탤런트 김지영씨가 자신의 연기 인생 ‘풀 스토리’를 펼쳐낸다.
불교신자였다 개종
연기자의 삶을 산 지 벌써 53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해온 역할은 너무 많아 당연히 헤아릴 수도 없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경험은 그 어떤 무대가 아닌 한 병원에서 일어났다.
나에게는 하느님께서 주신 체험이 참 많은 것 같다. 하느님에 대해 할 말도 참 많다. 어찌나 사랑스러운 분인지.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막 설렌다. 내 삶은 하느님을 만난 후로 장미빛이 되었다.
우선 하느님과 나의 첫 만남을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나는 지난 1986년에 세례를 받았다. 원래 나는 불교신자였다. 그 당시 남편은 오랜 투병 끝에 숨이 멎을 듯 오늘 내일하며 하루하루 버텨가고 있었다.
13년간 남편 병수발
나는 남편을 많이 미워하며 살았었다. 남편은 집에만 들어오면 행패를 부려댔기 때문이다. 남편은 결혼 후 생활비도 한번 제대로 갖다 준 적이 없었다. 늘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바깥으로만 돌았다. 열흘에 한번도 좋고 보름에 한번도 좋고, 한달에 한번도 좋고…, 언제든 자기가 내킬 때면 집에 들어왔다. 어떤 때는 이사를 갈 때까지 몇달동안이나 들어오지 않은 때도 있었다. 게다가 남편은 술만 먹으면 아이들에게까지도 행패를 부렸다.
아이들은 평소엔 잘 놀다가도 아버지가 들어오는 기척이 들리면 얼른 이불을 뒤짚어쓰고 잠자는 척을 했다. 아버지 행패에 늘 가슴 졸이며 지냈던 아이들과 나는 심장병이 생길 정도였다.
그런 남편이 어느날 완전히 집에 들어앉았다. 병원에서도 안받아줄 정도로 병든 몸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술에 찌든 남편은 병까지 들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거의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을 데려다 눕혀놓고 13여년간 병수발을 해왔다.
생활비 벌기 위해 온종일 일해
남편 대신 생활비를 벌고 병원비와 약값을 감당하려면 나는 온종일 일해야만했다. 남편이 눈을 감는 날에도 나는 촬영장에 매여있었다.
온종일 빌고 또 빌었다. “꼭 죽어야한다면 날 한번 만나고 죽어라. 우리가 서로 욕하고 싸운 일 화해하고 싶다. 내가 용서할 수 있도록 내가 갈 때까지 꼭 살아있어 달라”고.
그런데 촬영이 한참 진행 중인 정오경, 남편이 죽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기사입력일 : 200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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