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은 사람
인본주의 심리학자 메슬로우(Maslaw)는 인간의 욕구를 다섯 가지로 구분하였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적인 세 가지 욕구는 생리적인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 그리고 소속감(사랑)에 대한 욕구입니다. 이 기본적인 욕구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 사람은 남에게 인정(認定)을 받고 싶어 합니다. 인정의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자신의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게 되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생기는데 이를 창조적인 욕구라 했습니다.
인간의 욕구들 중에서 인정에 대한 욕구는 기본적인 욕구와 창조적인 욕구의 경계에 있는 욕구로서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에 인정의 욕구도 자연스럽게 발생하며 창조적인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도 발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모든 인간이 지닌 갈망입니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자신을 가꾼다.”(士爲知己者死 女爲說己者容)는 옛 말은 사람에게 있어서 인정받고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이웃과 더불어 살면서 남에게 인정을 받고 산다는 것은 사는 보람을 누리는 길이고 살맛나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타인으로 부터의 인정을 받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줄 아는 용기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긍감이 부족한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망에 집착하거나, 타인의 인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시는 사랑을 믿고 사는 사람은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에 집착하지 않으며, 타인을 잘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성소주일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착한 목자’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삶을 통하여 착한 목자의 몫을 다하셨습니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습니다. 늑대들로부터 양을 지키는 목자처럼 예수님도 위험을 무릅쓰고 당신을 믿는 이들을 지키며 그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셨습니다.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양들을 지키시는 튼튼한 울타리가 되었습니다. 착한목자는 또한 당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러기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며 각자의 이름을 모두 알고 계십니다. 당신의 양들을 잘 알고 계신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은 잃어버린 양을 찾아 나서십니다. 그리고 길을 잃고 헤매는 양들을 찾으시고 기뻐하십니다.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은 자신을 잃어버리고 흩어져 숨죽여 살아가는 우리를 찾아내시고 우리가 온전해지고 충만한 삶을 살아가도록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착한 목자이신 주님께서는 당신의 양들을 잘 알고 계시고 그 양들을 위해 당신의 목숨까지도 내어 주십니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움과 소외감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님께서 우리 각자의 이름을 부르신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착한목자이신 주님께서 우리를 잘 알고 계시듯이 그분께 속한 양들도 목자의 목소리를 잘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일들 안에서 먼저 주님의 뜻을 찾는 삶은 목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를 따라가는 착한 양들의 삶입니다. 목자이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알고 계신 것처럼 그분의 양떼인 우리도 그분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어야만 그분 안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성서에서 ‘알다’라는 말마디는 단순한 지식을 넘어서서 하나의 실존적 관계를 드러내 주는 것입니다. ‘안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체험하는 것을 말하며 그 사람과 깊은 관계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느님을 안다는 것은 하느님과의 친숙한 관계를 통하여 가까워짐을 뜻합니다. 하느님을 아는 사람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체험을 통하여 깨닫고 그것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착한목자가 양들을 잘 알듯이 양들도 그 목자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을 때 목자와 양은 깊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성소‘(Vocation)는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살아가는 삶을 말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본 제자들이 주님 능력으로 살아갈 수 있었듯이 세상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애쓰기 전에 먼저 예수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애쓰는 삶은 사는 일에 힘을 얻게 되고 예수님으로부터 오는 사랑의 힘으로 인생을 기쁘고 당당하게 살아나갈 수 있습니다.
베드로와 요한은 평범하고 무식한 사람들이었지만 이스라엘의 지도자들과 원로들은 그들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행하는 놀라운 표징을 보고 그들을 통해 주님의 능력을 보았습니다.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부어주신 큰 사랑을 믿는 사람은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삶을 살게 되고 하느님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삶을 누리게 되어 부활하신 주님을 증거 하게 되는 것입니다.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본받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김영수 신부 (전주 용머리본당 주임 henkys@hanmail.net)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