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의 대화에 푹 빠졌죠”
감사·청원 등 갖가지 사연과 진솔한 삶 넘쳐
미사지향 봉헌하며 전례로 공동체 활력찾아
‘인자하신 주님. 제가 키우고 있는 사슴벌레가 산란기가 되었습니다. 알 많이 낳게 해주세요.’(박재영 제노 올림)
‘주님, 철이 결혼식 잘 치르게 도와주심에 감사합니다.’(최수남 사라)
의정부교구 구리본당(주임 서춘배 신부) 신자들은 예수님과의 대화에 푹 빠져 지낸다. 기도를 신자들의 삶으로, 미사를 주님과 함께하는 잔치 마당으로 일궈나가기 위해 성당 입구에 마련한 ‘기도지향’판과 ‘미사지향’판 덕이다. 지난 2004년 초 처음 설치된 이후 2년 가까이 운영돼오고 있는 ‘기도지향’판에는 신자들의 갖가지 사연과 진솔한 삶이 넘쳐난다.
‘우리 교장 선생님, 건강하시길’(해인) ‘인자하신 주님. 제가 요즘 목이 아픕니다. 빨리 나아서 친구들처럼 공부도 하고 놀 수 있게 도와주세요. 부활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정지요 안토니오)
삐뚤빼뚤한 아이들의 소박한 바람을 담은 쪽지에서부터 9일기도 기간동안 바쳐온 기도를 정성스레 기록한 쪽지까지 기도지향판을 빼곡히 채운 60여장의 쪽지에서는 신자들의 체온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성당을 드나드는 이들은 걸음을 멈추고 한번쯤 지향판을 들여다보고는 한층 따뜻해진 마음으로 삶의 자리를 찾아가게 된다.
구리본당 주종철(요한.61)씨는 “기도판을 통해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누구나 와서 고민을 털어놓고 쉴 수 있는 교회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도지향판에 이어 설치된 미사지향판도 교구와 본당의 사목적 지향인 ‘함께하는 교회’를 일구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특히 미사지향판은 누구나 미사지향을 써서 꽂아두면 미사 때마다 사제가 들고 입당해 제대 위에 두고 미사 중에 공동체와 함께 기억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전례를 통해 신자공동체가 활력을 찾아나가는데 한 몫을 한다. 신자들은 기존의 예물 형식에 더해 봉사나 자선, 선행, 기도 등 이웃을 위한 나눔으로 미사예물을 바칠 수 있어 기쁘게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또 한달에 한번 두 지향판에 오른 쪽지들을 모아 추첨해 성경을 비롯해 신심서적, 묵주 등 신앙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나눔으로써 개인의 기도마저도 공동체의 지향으로 승화시켜내고 있다. 이 때문에 타 본당 신자들도 일부러 찾는 등 두 지향판은 날을 더해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서춘배 신부는 “신자들이 신앙생활의 기본인 미사와 기도를 통해 기쁨과 자긍심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지향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히고 “신자들이 교회에서 힘을 얻을 때 그들의 삶의 자리가 교회가 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서춘배 주임 신부와 아이들이 기도지향을 쓰고 있다. 본당 기도지향판에는 신자들의 기도들이 빼곡히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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