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듣는 매력에 끌리더니 이젠 부르는 맛에 푹”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박광호(대건안드레아.27.상지대 산업공학과)씨는 성당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여자 때문이라고 했다.
“수능 후 대학 합격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겨울방학을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오더라고요.”
박씨는 그 연락이 참 뜬금없었다고 했다. “자기들이 성가대 한다고 같이 하자는 거에요. 말 그대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냥 웃어 넘겼죠.”
이때부터가 문제(?)였다. “제가 음악 듣는 걸 좋아하거든요. 특히 성가가 은근히 사람 끄는 매력이 있잖아요. 고민 좀 하다가 덜컥 제 발로 찾아갔어요.”
서울 잠실본당 성가대에서 테너파트를 맡게 된 박씨. 그저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듣는 것과 달리 부르는 맛에 빠져버렸죠. 특히 성당 청년들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인상적이었어요.”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새는 줄 모른다’고 그는 결국 성당에 ‘퐁당’ 빠져버렸다. 매주 목요일 저녁 2시간 반, 주일 청년 미사 전까지 2시간 이어지는 바쁜 연습도 그에게는 그저 즐거움이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성당활동을 한다는 것.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그런 그에게 성가대 동료들은 선물을 덜컥 줬다. 박씨가 느끼는 기쁨을 다 같이 공유해보자며 부단장을 맡긴 것이다.
“당황스러웠죠. 그게 2003년이었어요. 활동한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그저 재미있게 한 성당활동에 비해 너무 큰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해 그는 성가대 단장까지 맡았다. 자신의 선물을 책임감을 갖고 키워나간 것이다.
그러던 그에게 어느 날 본당 청년노래 모임 ‘아쑴’에서 S.O.S를 요청했다. “아쑴은 매년 성당 마당에서 정기공연을 갖거든요. 난데없이 객원싱어를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늘 이랬다. 가만있는 박씨를 청년들이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이후 그는 몇 번 하던 객원싱어 역할에서 자신도 모르게 아쑴의 단장이 돼버렸다.
“어차피 성가를 통해 주님의 향기를 발산하는 건데요. 성가대 단원들도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줘요. 바쁘긴 한 것도 사실이지만요.”
사실 박씨의 삶은 무척 바쁘다. 지방에 위치한 학교 때문에 인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고 주말은 성가대와 아쑴 활동 때문에 쉴 틈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만이 전혀 없었다. “저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어차피 청년 모두의 힘으로 이뤄지는 일들이니까. 그냥 저는 대표일 뿐이에요.”
불만이 없다는 박씨도 청년 신자가 떠나가는 상황에 대해 묻자 표정이 바뀌었다. “아쉽죠. 제가 성가대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단원이 30명이 넘었는데…지금은 15명 정도에요.”
그래서 그는 더욱 성당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저라도 열심히 해야죠. 취업 준비도 해야 하긴 하지만 주님 사업에 핑계를 댈 순 없잖아요.”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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