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무대와 뜨거운 환호로 기쁨 넘쳐
‘이날을 마련해 주신 주님께 찬미와 흠숭드리자’.
4월 2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정진석 추기경 서임 감사미사 참례자들과 이어 펼쳐진 축하식, 축하연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마음을 드러내는 말이다. 26일에는 한국평협 주최로 서임 축하음악회도 열렸다. 정추기경은, “축하 행사와 각계각층 지도자들의 예방 등 계속되는 행사와 만남으로 피곤하지 않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축하해 주고 기도해주는 많은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피곤함을 느낄 새가 없다”고 답했다.
한국 종교계 전체의 경사
⊙…명동성당 제대 왼쪽 벽에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 한글 걸개가, 오른쪽 벽에는 같은 뜻인 라틴어 ‘Omnibus Omnia’가 적힌 걸개가 매우 인상적이다. 정추기경 사목표어다. ‘밤하늘의 작은 별’과 함께 사목자로서의 정추기경 모습을 드러내는 말들 중 하나다. 성당과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성당마당, 꼬스트홀을 꽉 메운 신자들은 정추기경이 이러한 다짐을 되새겨 우리 민족의 훌륭한 지도자로서 우뚝 서 줄 것을 소망했다.
미사 참례자들중, 사회각계인사로는 강영훈.이회창 전 국무총리, 박근혜 한나랑당 대표, 신국환 국민중심당 대표, 안택수·정진석·고흥길·곽성문·김기춘·김낙성·김문수 의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황인성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황영기 우리은행장 등이 보였다. 타종교 인사로는 정교회 한국대교구장 소티리오스 트람바스 대주교를 비롯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박경조 주교, 원불교 교정원 문화사회부장 이명신 교무, 어약 성균관 상임 부관장 등이 참석, 추기경 서임이 가톨릭교회 뿐만 아니라 한국 종교계 전체의 경사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정치인 당파 초월해 기쁨 나눠
⊙…이날 미사는 정치인들이 당파를 초월, ‘추기경 서임 축하’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오랜만에 한마음이 된 자리가 되기도 했다. 신자든 아니든, 미사중 평화의 인사때 서로 악수하거나 포옹한 정치인들, 미사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으로 대립의 각을 세우던 시점이었는데, 평화의 인사를 나누자 그런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2부 축하식에서 황인성 대통령 비서실 시민사회 수석은 축사를 통해 “정추기경은 이제 교회 지도자일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큰 어른”이라고 강조하고 “우리 민족과 사회의 막힌 담을 헐고 갈등을 치유해 화해와 통합의 큰 길로 이끄시는 산위의 등불이 되어 주실 것을 소망한다”고 말했다.
교구민 마음 모은 영적예물 전달
⊙…서울대교구 홍보실장 허영엽 신부 사회로 진행된 축하식에서 서울대교구 ME 대표 정효권(안드레아)·양혜경(아녜스)씨 부부와 두 어린이가 정추기경에게 꽃다발과 화환을 전했고, 이어 서울평협 이기연(루치아) 부회장은 서임을 축하하는 교구 평신도들의 영적 예물을 담은 패를 전달했다. 영적 예물은 1인당 미사참례 7번 이상, 영성체 7번 이상, 묵주기도 30단 이상, 주모경 50번 이상, 새추기경을 위한 기도 50번 이상, 십자가의 길 7번 이상. 축하연에선 가톨릭연극인회 회장 전세권(모세.67.서울 성북동본당)씨가 자신이 직접 촬영한 명동성당 전경사진 액자를 정추기경에게 선물하기도.
새 성경 선물에 웃음꽃
⊙…‘미사 참례도 하고 성경도 선물받고…’. 서임 감사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은 정추기경의 문장이 새겨진 신약성경을 선물받자 얼굴에 즐거운 표정이 가득. “미사 참례하는 것만해도 영광인데, 성경까지 생겼네”라며 정추기경 마음에 고마움을 표시. 서울대교구 홍보실은 정추기경 생애와 서임식 사진화보,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홍보대사인 아나운서 강수정(마리아)씨를 비롯한 연예인들 자필 축하인사 등을 담은 소장용 안내책자를 배포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감사미사의 원활한 진행에는 서울 메리지엔카운터(ME) 봉사자들과 가톨릭운전기사사도회 회원들의 수고로움이 크게 한몫. 이들은 안내와 주차 봉사를 위해 이른 시간부터 나오는 등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또 가톨릭합창단은 지휘자 백남용 신부가 직접 작사 작곡한 축가 연주와 웅장한 성가로 서임 축하미사의 감동을 더했다.
천상의 소리 이어진 축하음악회
⊙…음악회 구성이 참 이색적이었다. 오르간과 트럼펫 연주에 핸드벨 연주, 이어 필리핀 민요와 성가, 판소리, 독창, 합창 등 다양했다. 청중들도 다양했다. 신자에다 다른 교회와 종교 지도자들, 정부대표와 외교사절도 많이 입장했다. 추기경 서임이 ‘한국 뿐 아니라 온 세계가 함께 경하해 마지 않는 일’임이 드러났다.
한국평협이 4월 26일 마련한 ‘정진석 추기경 서임 축하음악회’는 ‘볼만한 축제’였다.
정추기경은 소리꾼 서진희(헬레나)씨가 판소리 ‘심청가 중 심황후 심봉사 상봉’ 대목 말미에서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심봉사가 눈을 번쩍 뜬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정신이 확 들었죠. 밝은 눈으로 무엇이든 열심히 하라는 말 같았어요”. 정추기경은 “음악회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며 “음악회 내내 천상의 소리를 듣고 있다고 느꼈다”는 말로 연주자들을 격려.
‘주 천주의 권능과’ 부르며 막내려
⊙…‘뜨거운 환호, 끊이질 않는 박수소리’. 음악회 분위기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당한 말인 듯. 민속의상을 입고 축하자리를 빛낸 주한 필리핀 신앙공동체 중창단, 수준높은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선보인 도리안 프린스 주한EU대사, ‘몸이 불편해도 서임 축하에 빠질 수 없다’며 감동적인 핸드벨 연주를 한 장애우 핸드벨 연주단 ‘바오로 벨콰이어’, 코리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반주로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 C장조 K.V 317’를 무리없이 소화한 ‘아마뚜스합창단’…. 이외에도 많은 음악가들이 참가했다.
무엇보다도 음악회의 하이라이트는 모든 참석자가 함께 부른 성가 ‘주 천주의 권능과’(가톨릭성가 77번). 참석자들은 ‘시작이 없으시며 영원히 계시리라’는 노랫말처럼 오묘하신 주님의 섭리를 찬미하기 바빴다.
-축사-
◎김수환 추기경
"갈라진 형제 복음화 힘쓰길"
정 추기경을 새 추기경이라 하고 나는 헌 추기경인데, 헌 추기경에서 새 추기경까지 무려 3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추기경 서임 소식이 있은 이후 온 나라가 기쁨에 가득차 있습니다. 신자들은 물론이고 일반사회, 특별히 언론에서 새 추기경님의 일거수 일투족을 세세히 계속해서 보도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 저 자신도 놀랐습니다. 왜 이렇게 새 추기경 임명에 큰 반응을 보일까 생각해보니 너무 오래 기다려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 추기경님의 탄생으로 한국 교회는 새로운 계기를 맞이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새 추기경을 주신 것은 하느님께서 영예를 주시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이를 계기로 새로운 힘을 얻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특별히 갈라진 북쪽 동포의 복음화,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 힘이 되어달라는 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새 추기경을 위해 기도드리면서 이를 계기로 우리 자신도 새로운 마음으로 그리스도를 따르고 증거하는 교회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사제단 대표 최용록 신부
"어둠 속 빛으로 인도하소서"
추기경님의 영광은 자당님께서 꾸셨다는 상서로운 태몽이 현실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점지해 두셨다가 오늘에 와서 실현시켜 주신 하느님의 섭리라 생각됩니다.
50여년 전 가톨릭대학교에서 수학할 때 학생 웅변대회에서 추기경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 당시 소련에서 사상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해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이때 추기경께서 이 세상의 모든 죄악을 이 스푸트니크에 실어서 우주 밖으로 쏘아 버렸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박수갈채를 받은 바 있었습니다. 이렇듯 추기경께서는 죄를 미워하고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이 세상을 하느님 나라, 지상천국을 이루는데 빛이 되고 작은 별이 되어 암흑 속을 헤매는 우리를 잘 인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북한 동포들도 잊지 마시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이루는 착한 목자되시길 바랍니다.
◎한국평협 한홍순 회장
"새 천년대 힘차게 이끄시길"
새 천년대에 맞게 된 새 추기경 서임은 빛나는 영광 못지않게 막중한 책임을 하느님께서 새 천년대의 한국교회에 안겨주어 추기경님과 함께 수행해 나가도록 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생각해보면 추기경님께서 안으로는 교회의 쇄신과 밖으로는 생명문화 창달, 더 나아가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 더욱이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북녘 동포의 인권 신장과 우리 민족의 화해를 위해 하실 일, 그 어느 하나도 중요하고 어렵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한 만큼 저희는 항상 교황님과 추기경님과 교회와 일치해 그리스도님에게서 다시 출발하여 저희 신앙을 더욱 새롭게 하며 새 천년대 희망의 증인들로서 두려워하지 않고 이러한 도전에 대응해 나갈 각오를 새로이 하고 있습니다.
-정진석 추기경 답사-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별 되고 싶어"
추기경 서임의 뜻은 구세주 예수님 말씀을 더 잘 전파하도록 하시기 위함이라 생각합니다.
구약시대 예언자들은 처음 하느님의 소임을 받을 때 두려워 했습니다. 소임을 받은 아브라함, 모세를 비롯해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예언자들이 주님의 소임을 받을 때 모두 두려워 했습니다.
저도 추기경 임명 발표를 들었을 때 얼마나 두려웠는지 모릅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두려웠습니다.
앞으로 제가 수행할 임무는 구세주의 길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구세주는 누구를 구원하려 오셨습니까. 예수님은 육체적으로 살기 힘든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과 장애인, 맹인 등을 우선적으로 고쳐주셨습니다. 또 영적으로 마귀들린 사람, 죄에 억눌린 사람들을 고쳐주셨습니다. 구세주는 궁극적으로 죄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신 분입니다.
추기경 서임은 이 사명을 수행하면서 우리나라 전체 그리고 아시아에서 구세주의 임무 수행을 계속하라고 주신 소명입니다. 추기경 서임을 받고 첫 미사 때에 육체적으로 살기 힘든 사람들, 마음이 괴로운 사람들, 죄에 억눌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은 별이 됐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말씀드렸습니다.
능력이 부족해 큰 별은 되지 못하고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지 않는 포근한 작은 별이 되겠습니다. 이 소임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편달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진설명 (시계방향으로)
▶정진석 추기경 서임 감사미사가 4월 2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봉헌되고 있다.
▶소리꾼 서진희씨가 판소리를 선보이고 있다.
▶음악회 후 어린이들에게 둘러싸여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정추기경과 염수정 주교, 에밀 폴 체릭 대주교 등이 공연중 박수치고 있다.
▶서임 감사미사에 앞서 서울대교구 사제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임 감사미사 후 김수환추기경, 교황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를 비롯한 한국 주교단과 기념촬영했다.
▶축하식에서 꽃을 전달한 어린이들을 격려하고 있다.
▶도리안 프린스 주한EU대사가 파이프오르간 축하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코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아마뚜스합창단이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 C장조 K.V 317을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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