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던 남편 눈뜨고 눈물쏟아
하느님의 현존 체험
남편과의 화해
“우리 아들 말을 들어보니 하느님 당신은 세상 모든 것을 만든 분이라는데. 내가 당신을 믿지는 않지만 한번만 도와주세요. 남편을 만나 화해할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온종일 빌었다. 내가 그렇게 모질어서 미워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 한 건 진심이 아닌데. 술 말고 좋은 것 먹고 좋은 것 보면서 오래 살 길 바랬는데.
빌고 또 빌었지만 남편은 내가 가기 전에 눈을 감았다. 그러나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도 촬영이 진행 중이어서 곧바로 병원으로 갈 수가 없었다. 뒤늦게 촬영을 마치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남편의 온몸은 이미 보라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죽은 남편을 붙들고 울며불며 소리쳤다.
“한번만 만나고 떠나게 해달라고 그렇게 애걸을 했는데 너무하십니다. 너무하십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한번 더 불러봐라”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네?”하고 되물었다.
옆에는 아들과 의사, 간호사들이 있었는데 내가 막 울다가 갑자기 “네?”하고 말하자 모두들 놀라서 날 쳐다봤다. “뭐라고 그러셨어요?” 내가 허공에 대고 그렇게 말하자 의사와 간호사들은 혼비백산이 되어 병실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아들이 혼자 남아 날 붙들며 ‘조용히 불러보라’고 진정을 시켰다. 그때 남편이 눈을 뜨고 천천히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남편과 눈을 마주치며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했다. 당신도 나를 용서해달라고, 서로 용서하자고, 아이들은 내가 잘 키우겠다고 말했다. 남편은 눈물을 쏟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우리가 대화하는 중에 병실에 다시 들어온 의사는 별별 검사를 다하면서, 의학적으로는 사망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개신교 신자지만 이런 기적은 처음 본다며 감격해했다.
내 마음은 한가지 말로 가득찼다. “하느님이 정말 계시는구나.”
아들이 그렇게 성당에 가자고 권유할 때도 나는 ‘종교는 자유’라며 외면해왔다. 그러나 남편 장례식이 끝나자 나는 곧바로 성당엘 갔다. 딸아이도 함께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다. 참, 우리 아들은 어릴 때부터 친구와 함께 성당에 다니고 세례를 받았었다. 그리고 늘 나에게 하느님에 대해 설명해주면서 성당에 가자고 권유하곤 했었다.
하느님 사랑안에서 생활
현재 4남매 중 막내만 아직 세례를 받지 않았다. 우리 가정이 온전한 성가정을 이루는 것은 나의 가장 큰 소망이지만, 난 강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막내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매일 성경을 읽는다고 한다. 곧 세례도 받을 듯 하다.
내가 아직까지도 깊이 후회하고 있는 일 중 한가지를 꼽는다면 아들을 신학교에 보내지 못한 것이다. 아들도 무척 후회하며 안타까워한다. 요즘엔 우리 손자가 복사도 열심히 서고 성당에도 열심히 다녀 신학교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난 이렇게 은총의 체험을 하면서 하느님을 알게 됐고, 그 사랑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린 시절, 나는 무척이나 내성적인 아이였다. 아마 지금 TV 브라운관에서 비치는 나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나는 무척 조숙했었다. 또래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별로 수준이 맞지 않아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 특히 해방 전 일본학교를 2년간 다녔던 나는 학교에서 말을 한마디도 안했다. 출석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아 매를 맞았지만 일본사람들과 대화할 필요성을 전혀 못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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