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넘어 건전한 볼거리 장으로
‘고 시청률 무죄, 저 시청률 유죄’. 최근 방송 프로그램 제작 성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다름아닌 ‘시청률 지상주의’. 시청률만 올라가면 내용이야 어떻든 상관이 없다.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지만, 요즘들어 더욱 심각하다.
KBS 2TV의 ‘부부 클리닉-사랑과 전쟁’. ‘시청률’이란 덫에 걸려 있는 대표적인 드라마로 꼽힌다. 많은 전문가들은 “말만 클리닉이지, 클리닉은 없고 엽기·불륜만 있다”고 평한다. 방송 소재도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사랑’ ‘가정주부의 성매매와 스와핑’ ‘사돈 처녀에 대한 사돈 총각의 몰래 카메라’ 등 불륜과 선정의 극치를 지나 황당, 엽기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성인프로그램을 어린이들이 많이 보고 있다는데 있다.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해당 프로그램을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고, ‘부모들 의식 개선 시급’이라는 처방도 잇따라 내려졌다. 하지만 프로그램 제작자의 의식은? 황당과 엽기로 점철된 프로그램이 어디 어린이들 정서만 해치겠는가!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고 상을 번쩍 들어 휘두르며 어머니를 위협하는 10대 소녀’ ‘말을 중간에 끊었다며 할머니에게 발길질해 대는 초등학생 손녀’…. 최근 방영된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의 한 장면들.
시청률을 의식해 사회적 의제 설정 기능이 약한 이러한 엽기적 소재들을 선정적인 장면과 함께 내보내고 있다. 드라마에서부터 기대를 모았던 시사프로그램까지, 여기에다 소위 ‘돈내고 보는 폭력’이란 타이틀이 붙은 ‘이종격투기’까지 가세해 우리의 정서를 망가뜨린다.
한국에 있는 방송사나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머릿속엔 온통 ‘시청률’뿐인 것 같다.
교회는 일찍부터 이러한 사회매체의 폐해를 걱정, 지침이 될만한 문서들을 내놓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때 발표된 사회매체에 관한 교령 ‘놀라운 기술’(1963)에는 ‘건전한 오락과 정신적 향상을 도모하는 인쇄물과 영상물을 필요로 한다’(11항), ‘사회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올바른 사용에 관한 중대한 도덕적 의무를 지닌 사람들은 연출자, 제작자 등 매체의 제작과 전달에 관여하는 사람들이다’(11항) 등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있다.
교황청 사회홍보위원회 사목훈령 ‘일치와 발전’(1971)과 ‘새로운 시대’(1992)도 ‘매스미디어의 선용’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사람 나무라기 전에 우리 신자 언론인이나 제작자들이 이러한 교회 가르침을 먼저 실천하자. ‘신자’라하지만 과연 가르침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한번이라도 제대로 읽어 봤는지 묻고 싶다. 더 늦기 전에, ‘주님 정의’라는 명분을 굳이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세상이 사막처럼 황량하게 바뀌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다면,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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