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전례 활동할 때 잘 맞는 옷 입은 느낌”
“깨달은 지 얼마 안됐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책이 있죠? 삶에 대한 지혜가 이제야 하나씩 쌓여가는 것 같습니다.”
김영제(루스.32)씨는 깨달은 것은 과연 뭘까? “보람이요. 무슨 일을 하던 간에 과연 그 일이 나에게 보람이 있는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보람’이란 단어에 인연이 많은 듯 했다. 그 이유는? “고등학교 2학년 정도 되면 공부한다고 성당활동을 안하게 되잖아요. 저도 그랬습니다. 근데 그 시간에 성당을 안가도 특별히 공부가 더 잘되는 것도 아니더군요.”
그래서 김씨는 성당가서 기도하고 성가 부르는 것이 더 보람있다는 생각에 고등학교 3학년 교리를 나갔다. 이때부터 그가 추구하는 보람의 여정이 시작됐다.
졸업 후 중고등부교사회에 가입했다. “학생들의 교리교사라는 책임감이 물론 많았습니다. 하지만 교사들은 1시간의 교리 수업을 위해 며칠간을 준비합니다. 당시에는 그들보다 자기 삶을 잘 가꾸어 나가는 집단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3년간 교리교사로 활동한 후 고시공부에 몰두했다. ‘어둡고 긴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그는 성당활동에서 활력소를 찾았다. 1년에 한 번 시행되는 중고등부 여름캠프에 봉사자로 참여한 것이다.
“도저히 안되겠더군요. 한 번은 연락도 안하고 캠프장에 불쑥 나타나 봉사자로 참여한 적도 있습니다. 남들은 뭐라 하겠지만 저에게 있어 성당활동은 ‘마약’과도 같아서요.”
1997년 8월. 그는 결국 성당활동에 대한 타는 목마름을 이기지 못하고 청년 성가대에 가입했다. 물론 제발로 말이다. “저는 전혀 개의치 않았는데 무척 신기하게 보더군요. 단체에 소속되고 나니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당시 고시준비와 성당활동 두 가지 일을 병행하던 그는 곧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것은 바로 고시 준비 포기. “고시보다는 교육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만큼 보람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결정이 서자 바로 수능 준비에 들어갔다. 학력고사 세대인 김씨에게 있어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지만 지난 2002년, 결국 춘천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에 입학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주말에 서울로 올라와 본당 활동을 했다. 일상이 바빠 서울로 못올라올 경우에는 춘천교구 애막골본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김씨는 그 때 이상한 체험을 했다고 말했다. “미사를 봉헌하는데 자꾸 제 자리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성가대석에서 주님을 찬양하고 미사 진행에 일조해야 하는데…불편했습니다.”
현재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복정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씨는 앞으로의 삶도 보람으로 가득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기도, 성가, 전례, 취미활동 등 성당이란 공간만큼 보람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그 안에서 가꾼 삶이라면 미래 역시 보람되게 살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기사입력일 : 200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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