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살 조부·노환 앓는 부모·투병 아내 돌봐
동네 노인들에게도 지극정성
“당연한 걸 캐내서…. 뭐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지 몰라요.”
어버이날을 맞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김치수(요한.55.인천 고잔본당)씨는 자신의 수훈 소식에 부끄러운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에게는 아무 내세울게 못 되는 일도 하나하나 따져 들어가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앞 못 보는 105살 할아버지와 팔순이 다 된 노환을 앓는 부모, 그리고 암 투병 중인 아내를 간병하는데서 더 나아가 동네 다른 노인들 돌보는 일에까지 뻗친 김씨의 사랑은 가히 끝을 가늠하기 힘들다.
1960년대 한창 잘 나가던 인천의 한 여객회사 사장의 장손자였던 김씨는 아버지가 회사를 물려받은 후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면서 가족의 병치레도 잦아지자 참다운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한 가시밭길 같은 봉양과 간병의 길에 들어섰다.
10여년 전부터 거동이 불편해진 할아버지가 시력까지 잃게 되자 노환을 앓는 부모를 대신해 매일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욕을 시켜드렸다. 30여년간 한 차례도 어김없이 식사 수발을 드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그러다 2004년 2월 부인 신기남(데레사?45)씨마저 위암 판정을 받아 한꺼번에 환자 4명을 돌봐야 하는 처지가 돼서도 그의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하늘이 무너질 듯한 충격과 절망감이 덮쳐왔지만 부모 봉양과 간병을 잠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고심 끝에 20여년간 다니던 직장을 접고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살던 집을 개조해 절반은 세를 내줬다. 또 1t 트럭을 사 화물배달을 시작했다.
보통 사람이면 가족일만으로도 경황이 없을 법하지만 김씨는 한달에 몇 번씩 동네 노인정을 찾아 손수 만든 밑반찬으로 노인들에게 식사대접을 하는가 하면 수시로 들러 안부를 묻고 간식거리를 내놓는 등 자신의 부모 모시듯 한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 노인 모시는 일이 그냥 자연스러울 뿐인데….”
주위의 추천으로 자신이 속한 마을의 통장 일에 본당 총무일까지 맡아 마을 대청소, 불우이웃 방문 등 온갖 궂은일을 마다 않는다. “해온 일인데요 뭐…. 주위에서 그렇게 추켜세우니 쑥스럽습니다. 허허허.” 김씨의 허허로운 웃음에서 사랑이 물씬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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