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젊은 놈이 와서는 일은 안하고 잔소리만…’
본당 발령을 받고 부임하기 전 성당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 잠시 들렸을 때의 일이다. 모 본당에서 분가하여 새로이 설립되어지는 성당. 아직 건물이 없어 인근 창고를 빌려쓰고 있었다. 방문했을 때 신자분들은 창고를 개조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아직 정식으로 부임하기 전이었던 때라 조심스럽게 신자분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런데 지붕 쪽 공사를 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아찔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하지 않고 맨손으로, 그것도 사다리 밑에 받쳐주는 이도 없이 지붕 공사를 하고 있었다.
성격대로 덜렁덜렁 거리다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입에서 나도 모르게 “조심하면서 하세요. 떨어지면 죽어요”라는 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반응이 없었다. 아무도 내 말엔 관심도 가져주지 않고, 별 이상한 놈 다보겠다는 눈치였다. 머쓱해진 나는 조용히 그 자리를 빠져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본당에 부임한 후 형제 모임에서 그 때 일을 말했다. 신자들은 웃더니 그 때 아무도 나를 신부로 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젊은 놈이 열심히 일하는데 와서 어슬렁거리더니 말로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영 못마땅했다고 했다.
신자들은 신부가 오기 전에 자신들의 성당을 하루라도 빨리 완성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번듯한 성당은 만들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이쁘고 깨끗한 모습을 부임하는 신부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위험하고 힘든 것은 그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한 젊은 놈이 와서 잔소리를 하니 일도 바쁘고 며칠동안 밤늦도록 일을 하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던 차에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나. 어느 형제님은 심지어 ‘젊은 놈이 일도 안하면서 잔소리는 왜 일케 해대냐’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었다고 했다.
참으로 이쁘다. 우리 신자들이…. 그리고 가끔은 아니 자주, 그 형제님의 소리가 들린다. ‘젊은 놈이 왜 일은 안하고, 잔소리만…’ 우리 신자들은 늘 이런 무서운 충성심으로 예수님과 사제를 위해 봉사하고 행복해한다. 나는 무섭다. 이렇게 선하고 착한 지향을 가진 신자들과 함께 사는 내가 나중에 예수님께 어떤 소리를 듣게될까.
예수님! 우리 이쁜 신자분들에게 많은 은총 주시고 혹시나 힘들고 지칠 때 잊지 말고 당신의 따스함으로 그분들을 감싸주세요. 제가 아직은 능력이 조금 딸리는거… 아시잖아요? 신자분들이 넘 넘 이뻐요….
오유성 신부(수원교구 오포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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