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맡길 보육시설 확충 시급
우리나라 유아교육 기관 32.2%에 불과
자녀양육은 “사회 공동책임” 의식 가져야
1.08 출산율 최저시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는 평균 자녀 수) 1.08명. 사상 최저 출산율 기록을 빠른 속도로 갈아치우고 있다.
각종 조사에서 잘 알려진대로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실질적인 소득감소, 실업과 고용불안, 현실주의적 가치관 확산 등을 비롯해 자녀를 양육하기 힘든 사회경제적 환경 등이 꼽힌다. 특히 양육의 질과 비용문제는 맞벌이나 젊은 부부들에게는 갈수록 큰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쏟아지는 각종 저출산 대책을 살펴보면 주로 보육분야 지원에 집중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아이를 낳아 키우려고 해도 맡길만한 곳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경기도 오산과 서울에서 각각 직장생활을 하는 김형수(토마스.36)-이미숙(체칠리아.31)씨는 주말마다 이씨의 친정인 대전을 찾는다. 믿고 맡길 보육시설을 찾지 못해 3살, 1살 딸아들을 결국 친정에 맡겼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작가인 현미영(루시아.32)씨는 일주일에 2~3일은 4살 아들을 친정과 시댁에 번갈아 맡기느라 부모 눈치를 본다.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 아이에게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의 간식을 먹이기가 왠지 개운치 않아 집에서 돌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이의 사회성 발달 등을 놀이방이라도 보내야한다는 생각이 갈수록 커진다.
200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미혼남성의 40.4%가, 미혼여성의 경우 46.8%가 교육·양육 비용 부담을 이유로 자녀를 하나만 낳겠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일본 내각부가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5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출산 육아실태 의식조사에 따르면 ‘아이를 낳고 키우기 쉬운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이 한국인은 19%로 스웨덴의 98%에 비해 극히 낮았다. 또 아이를 더 낳고 싶지 않은 이유로 한국인의 68%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서는 육아가 무엇보다 자녀 양육이 여성 개인이나 부부만이 아니라 사회 공동의 책임이라는 의식을 갖춰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저출산을 해결한 선진국들에서는 출산과 양육을 사회 각계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문화가 자리매김 됐다. 이들 나라에서는 정부와 기업, 종교기관 등 사회단체 등이 보육인프라 구축 등에 공동으로 나서 모범적인 양육환경을 갖춰왔다.
사회 전반의 출산·양육의 책임을 사회 전체가 나누고, 개선하지 않는 이상 저출산 해결을 위한 각종 지원책들은 단발성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특히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의 확충은 절실하다.
현재(2005년 12월) 우리나라 보육시설의 공급율은 32.2%에 불과하다. 그중 직장보육시설은 0.9%에 불과하며 90% 가량이 민간보육시설이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특히 보육시설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어린이집을 만드는 것은 더욱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가톨릭계 유아시설 큰 호응
이에 따라 종교계가 운영하는 유아시설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가톨릭계 유아시설은 오랜기간 신자 뿐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어 더욱 활발한 시설 확충이 요청된다.
최근 서울대교구가 실시하고 있는 본당어린이집 설립 지원은 공동육아를 위한 모범사례로 꼽히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저출산 해결을 위한 교회의 공동육아의 노력으로 건강가정지원센터 위탁운영과 가정 내 아기돌보기 및 방과 후 교육 자원봉사 시스템 구축 등에도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요청된다.
◎서울대교구 본당별 어린이 집 설립 지원
일부 운영비 등 지속적 지원 필요
서울대교구는 지난 2004년 ‘본당 어린이집 설치 실행위원회’(위원장 곽성민 신부)를 구성하면서 본격적으로 본당 내 유아교육시설을 확충해왔다.
현재까지 교구 지원으로 개원한 어린이집은 총 6개. 교구는 어린이집 설립을 위해 각 본당별로 평균 3억원까지 설립비를 지원했다. 앞으로도 교구는 현재 81개(의정부교구 포함)인 유아시설을 지속적으로 늘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없는 모든 본당의 어린이집 설립을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본당어린이집은 신자 뿐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각 시설들은 개원한 지 1개월~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입소문이 퍼져 하반기와 내년도 대기자까지 가득 찬 상황이다.
특히 이용대상은 비신자 혹은 타종교인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타지역 주민들까지도 본당어린이집을 찾는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가톨릭계 유아시설의 저력은 ‘아동’을 최고로 대우하는 기본 인프라라고 강조한다.
현재 본당어린이집에서는 교육프로그램도 몬테소리 교육과정과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교육과정 등을 적절히 조화시켜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대부분의 시설은 중상위급이라는 평가다. 교사들도 대부분 신자와 수도자들로 어린이들의 교양과 인성.감성교육 등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인다.
또 부모들이 무엇보다 신뢰하는 것은 먹거리다. 본당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의 식사와 간식 등을 최대한 유기농 혹은 우리농산물을 재료로 만들어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운영형태는 교회 부설로 특정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본당어린이집 실무자들은 실제 운영비가 일반 민간 어린이집 운영비의 2~3배를 넘어선다고 밝히고 있다. 본당어린이집은 교구와 본당 지원으로 건물 신축비용과 임대료 등 기초설립비용을 충당할 수 있어 처음부터 적자 경영을 시작하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 대부분 개원한 지 얼마되지 않아 전기세 등의 세금을 본당에서 부담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세금 등의 지원은 일시적인 것이어서, 앞으로 지속적인 지원이 없다면 적자경영에 짓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정 자격을 갖춘 교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교사들의 처우를 적정선 이상 높여주기 힘들고, 교사들 또한 종일 아이들을 돌봐야하는 어린이집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미아3동본당 ‘요한어린이집’ 원장 진예봉 수녀는 “교구의 어린이집 설립 지원은 참으로 긍정적인 시도이지만, 설립비 뿐 아니라 일부 운영비까지 지원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회도 정부와 더욱 긴밀히 연계해 지속적인 운영 지원에 더욱 적극성을 보일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어린이집 운영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본당, 교구 등과 연대해 적절한 자격기준을 갖춘 자원봉사자 등을 양성하고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볼 수 있다.
현재 교구는 앞으로 유아교육 전문 연구팀을 구성해 교육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통합지원시스템을 구축, 지원할 방침이어서 실무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행정업무의 효율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뷰/서울대교구 어린이집 설치 실행위원회 총무 지영현 신부
“지역문화 등 차이 따라 맞춤시설 설립 필요”
서울대교구 어린이집 설치 총무를 맡고 있는 지영현 신부(청소년국 유아부 담당)는 “보육시설 인프라 부족을 지적하기에 앞서 시설운영이 아이들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위해서 이뤄지는 것인지 면밀히 반성해야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신부는 “현재 국가에서는 획일적인 어린이집 운영을 강요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대상은 물론 지역별 문화적·역사적 차이에 따라 각기 다른 시설이 설립, 운영되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부모가 키우는 것이 최우선이며, 시설 교사 등은 그 아이들과 가정이 올바로 설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을 도울 뿐이다. 따라서 지신부는 부모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영·유아 양육은 태교를 통해 뱃속의 아이를 돌보는 것부터 미혼 젊은이, 기혼자 교육까지도 폭넓게 포함합니다. 올바로 교육받은 아이가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고, 올바로 배운 부모가 자녀를 가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교구 본당어린이집 등에서는 가톨릭적 교육관을 적극 펼치며, 부모들의 가치관과 신앙 교육도 직·간접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또 “앞으로 ‘유아의 날’(가칭)을 제정해 유아교육에 대한 의식개선 캠페인 등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밝힌 지신부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더욱 깊이있는 가톨릭적인 시각으로 유아교육을 전담할 수 있는 교사 양성과 지원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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