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소녀들의 희망 시와 그림에 담아
시와 그림이 꼭 맞춘듯 하나로 통한다. 작은 화폭이지만, 단 몇줄의 글이지만 그곳에 담긴 어린이들의 꿈과 사랑, 희망은 한뜻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5월 8~14일 서울 문화일보갤러리에서는 정말지 수녀(마리아수녀회)와 정두리(세라피나) 시인의 시화전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정시인의 시와 정수녀의 유화를 한데 선보이는 자리였다.
정수녀와 정시인의 인연은 지난 2004년 12월 처음 맺어졌다. 멕시코 극빈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무료기숙학교에서 일하는 정수녀의 삶을 신문에서 접한 정시인이 멕시코의 작은 도시 찰코를 방문하면서부터였다.
찰코 소녀의 집에 첫발을 디딘 정시인은 척박한 땅을 형형색색 꽃이 만발한 옥토로 바꿔놓은 수녀들의 노고에 절로 고개를 숙였다. 특히 종달새마냥 밝고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소녀들의 모습은 정시인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학교에 도착한 첫날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한 소녀들을 만난 감동으로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순간 ‘나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지요.”(정시인)
그래서 정시인이 제안한 것이 시화전이었다. 한국에서 시화전을 열면 좀더 많은 이들에게 소녀의 집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는 화가도 아니고, 취미로 그려 후원인들에게 선물하거나 카드를 그릴 정도의 실력이었지만 정시인의 마음에 동참하고자 그림을 그리게 됐답니다.”(정수녀)
창작은 정시인이 먼저 시를 써서 보내주면 정수녀가 읽고 또 읽어 캔버스로 옮기며 결실을 맺어갔다. 정시인은 시를 쓰기 위해 소녀의 집을 세번이나 방문했다. 정수녀도 시를 방과 사무실, 화실에 각각 두고 눈을 들 때마다 읽고 묵상하며 붓을 들었다.
‘밥’ ‘파드득 나물’ ‘머리내음’ ‘운동화 말리는 날’ ‘시스터에게’….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각 시와 그림은 멕시코 소녀들의 일상에서 순간순간 번져나오는 사랑과 그리움, 배려, 희망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정시인은 가정형편 등으로 많은 상처를 안고있는 소녀들이지만 그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희망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격려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렇게 맺어진 열매는 시화집 ‘찰코의 붉은 지붕’(도서출판답게/전면컬러/1만원)으로도 엮었다. 이 시화집에는 총 135점의 시와 그림을 각각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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