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신앙·문화 집대성한 13년의 결정판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새 교회법 토대로
8000여개 항목 종교 떠나 각계전문가 집필
13년간 긴 장정, 각계 전문가 1800여명 투입, 집필 연인원 2500여명, 순수투입비용 120여 억원. 최근 12권째 출간으로 ‘완간’이란 목표를 달성한 〈한국가톨릭대사전〉.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과 새 교회법(1983년 개정)을 토대로 기획, 집필, 제작한 세계 최초의 가톨릭 대사전이다. 독일의 〈신학과 교회사전〉이나 미국의 〈새 가톨릭 대사전〉도 2000년과 2003년 각각 개정판을 낼 때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과 새 교회법전 내용을 다루고 있으나 기존판을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가톨릭대사전은 이같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과 새 교회법에 집필원칙을 두고 있어, 공의회 정신과 현대 가톨릭교회 입장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요즘 신앙인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한국교회판 브리태니커’
8000여개 항목, 1만여점 사진자료와 도표, 전 12권 9952쪽. 한국가톨릭대사전은 분량면에서도 방대하다.
어떤 이는 한국가톨릭대사전을 브리태니커 사전에 비교한다. ‘백과사전의 제왕’이라 불리는 브리태니커 사전. 거기에 실리는 것만으로도 부러움과 영광의 대상이 되어온 브리태니커는 230여년의 전통에다 정확성과 깊이가 있는 사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천주교판 브리태니커’라 할 수 있는 대사전을 보유한 한국교회는 이제 지역교회 고유의 사전을 보유하게 됐다는 의미를 넘어, 제3천년기에 부응하는 새로운 교회의 주추를 놓았다고 볼 수 있다.
“대사전은 학문적·문화적 토양이 척박한 한국교회에 탄탄한 학문적 인프라를 구축하게 해 새로운 복음화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사전을 명실상부한 ‘한국교회 최고의 출판물’로 인정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어떤 내용 담았나
가톨릭교회와 신앙, 문화를 집대성했다. 대사전에는 △한국과 세계교회사뿐 아니라 성경, 신학, 교회법, 전례에다 △한국학, 철학, 종교학, 사회과학 등을 포함한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또한 △모든 종교와 교파에 대한 설명을 수록했고 △한 항목에서 입장이 다른 여러 학문의 관점을 동시에 담아냈다.
예를 들어 ‘가난’이라는 항목의 경우, ‘수도생활의 가난’ ‘성서에서의 가난’ ‘해방신학에서의 가난’ ‘동양철학에서의 가난’ 등으로 분류돼 있다.
이와함께 △과거로부터 현재의 경향과 미래 전망까지 자세히 서술해 놓아 체계적인 지식을 갖추게 하고 있다. 이외에도 △성인과 주요 신학자는 물론 한국의 사망한 성직자와 현재 주교들까지 다양한 인물과 국내 모든 본당사를 다루고 있다.
집필자도 이색적. 종교를 떠나 각 항목 전공자 중 국내 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학자들을 엄선해 청탁했다. 그러다 보니 개신교 신학자나 한학자, 외국인 교수도 원고를 집필했다.
왜 발간했나
한국교회사연구소는 1984년 한국천주교 200주년을 기념해 〈한국가톨릭대사전〉 단행본을 펴낸 바 있다. 하지만 단행본 간행 1년전 세계교회는 이미 새 교회법에 따라 여러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그래서 힘들게 만든 책의 일부 항목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사장되어 버렸다. 이와함께 성경과 신학, 교리를 배우려는 평신도 열의, 교회의 학문적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이유로 새로운 사전의 필요성이 급격히 부상했다.
한국교회사는 이같은 신자들의 목마름을 해소하고자 1993년 간행위원회를 구성, △한국가톨릭문화의 실상 종합 정리 △가톨릭교회와 신앙의 바른 모습 홍보 △교회에 대한 신자들의 궁금증 간단명료히 해결 등을 3대 원칙으로 설정한 후 간행작업에 돌입했다.
요한 바오로 2세도 격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8년 최석우 몬시뇰로부터 〈한국가톨릭대사전〉을 헌정받고, “한국교회가 이 원대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며 기적”이라고 놀라워 하며 “한국어로 편집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13년간 대사전 간행을 맡아온 변우찬 신부(한국교회사연구소 부소장)는 “외환 금융위기를 겪고 학문적·문화적 토양이 척박한 한국교회 실정에서 무사히 대사전을 간행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 축복과 신자들의 기도와 성원 덕분”이라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사전으로, 이같은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변신부는 또 “대사전만 참고하면, 신앙생활에서 부딪치는 웬만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회에 봉사한 문화사업”
인터뷰/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김성태 신부
“13년 동안 연구소 주요 업무였던 대사전 편찬 작업을 끝내 큰 기쁨을 느낍니다. 연구소의 대사전 간행은 한국교회를 위해 봉사한 문화사업으로 보고 싶습니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김성태 신부는 지난 오랜 여정을 머릿속에 그리는 듯 지그시 눈을 감은 채 대사전 완간 기쁨을 환한 미소로 표현했다.
김신부는 대사전이 지닌 의의와 가치에 대해 “세계적 종교 대사전 간행에 한국교회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세계교회안에서 한국교회 위상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다만 언어적 제한으로 한국교회 내에서만 사용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사전들과는 달리 한국가톨릭대사전은 일치 교령,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관한 선언, 종교자유에 관한 선언 등 공의회 문헌에 나타난 정신에 따라 개신교 대부분 교파들과 주요 세계 종교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 큰 특징중 하나.
김신부는 “이러한 부문들을 가톨릭교회 관점에서 서술함으로써 공의회가 제시한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에 대한 가톨릭적 이해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직자들 사목활동 보조 △수도자들의 신자교육 참고 자료 △학생들 학문적 기초자료 △평신도 지도자들 강연 등에 활용 △일반 신자들의 깊은 교리지식 함양과 신심 의미 자각, 교회 상식 습득에 유용. 김신부가 말하는 대사전 활용 방안들이다.
“처음 8권으로 간행할 예정이었으나, 좀 더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 12권으로 늘어났죠. 완간을 기다리는 분들에게 무척이나 죄송했습니다.”
김신부는 “고통스러웠던 일로는 간행 원칙에 맞지 않는 일부 원고들을 싣지 못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릴 때, 아울러 원고 독촉을 할 때”, “즐거웠던 일은 1998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에게 대사전을 봉정했을 때”라고 회고했다. 또한 “연구소 창설자며 지금은 명예소장으로 봉사하시는 최석우 몬시뇰 생전에 ‘대사전 완간’이라는 선물을 드릴 수 있어 더할 나위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색인 편찬과 관련, 김신부는 “연구소가 대사전의 완전한 모습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업무”라고 강조하고 “올해 안으로 간행되길 희망하지만, 재정 확보가 문제”라고 밝혔다.
“근무 시간을 연장해가며 원고 정리를 하고 주말과 주일에는 전국 본당을 찾아 다니며 대사전을 홍보, 판매하는 일에 봉사한 연구소 직원들에게 감사의 정을 느낍니다. 더욱이 대사전 감수를 위해 밤늦게까지 작업을 해 주신 연구소 부소장 변우찬 신부님께는 말로써는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 대사전 간행 연혁
△1993. 2. 간행위원회 구성 △1994. 8. 1권 발간(가경자~교황훈장) △1995. 3. 2권 발간(교회~노예) △1996. 2. 3권 발간(노예제도~러시아 정교회) △1997. 2. 4권 발간(런던 탑~무라토리 단편) △1997. 12. 5권 발간(무류성~복음화) △1998. 3. 14 교황 요한바오로 2세께 1~5권 봉정 △1998. 10. 6권 발간(복자~상황윤리) △1999. 12. 7권 발간(새남터~수덕) △2001. 1. 8권 발간(수덕 신학~양심) △2002. 8. 9권 발간(양심법~입회 허가) △2004. 1. 10권 발간(자기 비움~천황숭배) △2005. 8. 11권 발간(철산본당~표징) △2006. 3. 12권 발간(푸네스~힐튼) △2006. 6. 9. 출판기념회
사진설명
1998년 최석우 몬시뇰(가운데)과 변우찬 신부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한국가톨릭대사전〉을 봉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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