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살려고 노력한다”
생명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일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더 큰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위기에 처한 생명을 쓸모없는 것으로 혹은 참을 수 없는 짐으로 여기며, 이런 저런 ‘합리적인’ 논리를 내세워 그 생명을 거부하기도 한다.
배아연구, 인공피임, 불임시술, 낙태, 안락사 등의 허용을 마치 진보의 표지와 자유의 승리로 해석하고,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진보와 자유의 적으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심지어 생명을 지적 호기심, 연구의 자유, 경제적 부가가치 등의 충족을 위한 수단으로 삼기까지 한다. 기본적이며 결코 양도할 수 없는 생명의 권리가 법률에 의해 거부되기도 한다.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는 이런 일들을 보고 우리는 경악한다. 그리고 이 생명의 위기를 어떻게 치유할까 고민한다.
성 프란치스코의 영성
이러한 생명의 위기 시대에 성 프란치스코의 생명 사랑의 영성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암시해준다.
그는 ‘태양의 노래’에서, “지극히 높으시고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주여! … 당신의 모든 피조물 그 중에도, 언니 햇님에게서 찬미를 받으사이다. … 누나 달이며 별들의 찬미를 내 주여 받으소서. … 언니 바람과 공기와 구름과 개인 날씨 그리고 사시사철의 찬미를 내 주여 받으소서. … 쓰임 많고 겸손되고 값지고도 조촐한 누나 물에게서 내 주여 찬미를 받으시옵소서. 아리고 재롱되고 힘세고 용감한 언니 불의 찬미함을 내 주여 받으옵소서. … 내 주여 누나요 우리 어머니인 땅의 찬미 받으소서. … 당신 사랑 까닭에 남을 용서해 주며 약함과 괴로움을 견디어내는 그들에게서 내 주여 찬양받으사이다. … 내 주여! 목숨 있는 어느 사람도 벗어나지 못하는 육체의 우리 죽음, 그 누나의 찬미 받으소서. … 내 주를 기려 높이 찬양하고 그에게 감사드릴지어다. 한껏 겸손을 다하여 그를 섬길지어다.”라고 기도하면서, 모든 피조물이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임을, 그리고 우리는 주님 안에서 겸손해야함을 전하고 있다.
생명사랑의 영성 회복
생명의 위기는 정신의 위기다. ‘삶의 질’이라는 미명하에 점점 더 높은 생활수준을 요구하면서, 물질중심주의, 이기주의, 현세주의에 빠져 생명의 고유한 가치를 망각하고, ‘나 중심’, ‘현재 중심’, ‘효율 중심’, ‘경제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정신의 위기다.
정신의 위기에 빠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나도 별 수 없어요”라고 자기를 정당화하면서 생명의 신비에 눈감는다.
제12회 생명의 날을 맞이하여 생명 사랑의 영성을 되새기자. 생명 사랑의 영성은 생명의 핵심에 있는 신비를 드러낸다. 생명은 살려고 노력한다.
그 살려고 노력하는 생명을 나의 편의나 이익 또는 지적 호기심을 위해 해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하려는 사람들을 묵인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시대의 징표를 읽고 생명의 복음을 전하고 지키는 사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 주변의 생명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자.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계명에 머물지 말고, 생명을 사랑하고 키우는 데까지 나가자.
그런데 이러한 노력은 우리 인간의 힘만으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우리에게 ‘생명의 빵’으로 오신 그리스도께 겸손하게 의탁하고 일치해야한다.
홍석영(경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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