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버리고 ‘공동선’ 살아야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야당 대표가 대낮에 괴한의 습격을 받아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상처 입은 것은 야당 대표뿐 아니다. 이보다 더 큰 상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증오와 분열을 확인했다는데 있다.
학계와 언론계는 그래서 한목소리로 “이번 사건은 ‘증오의 사회’가 부른 비극”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나만 옳고 상대방은 모두 그르다는 인식은 증오를 낳고, 그 증오는 정신적·물질적 폭력으로 이어진다.
“분노는 하느님의 의로움을 실현하지 못한다”(야고 1, 20). 성경 말씀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증오와 분노는 분명 우리 모두가 버려야할 악(惡)이다. 물론 이 점에 대해선 가톨릭과 이슬람, 개신교 등 종교도 자유롭지 않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이미 고백했듯이, 중세에는 십자군 전쟁 때 상대방의 잔학행위를 들추어내는(증오심을 유발하는) 선전이 난무했다.
엘리자베스 1세 치하의 영국 개신교도 증오심을 유발, 반(反) 가톨릭 정서(사실은 반 스페인 정서를 위한 것이었다)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었다.
보편된 교회, 가톨릭 교회는 이제 ‘공동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정치 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하여 존재하고, 공동선 안에서 완전한 자기 정당화와 의미를 얻고, 공동선에서 본래의 고유한 자기 권리를 이끌어 낸다”(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 ‘기쁨과 희망’)고 말하고 있다.
공의회는 또 이 공동선이 무너지면 “상호 불신과 증오, 분쟁과 환난이 일어나, 인간 자신이 바로 그 원인이 되고 동시에 희생제물이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증오의 피해자는 우리 모두인 셈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올해 초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우리가 진리로 여기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폭력으로 강요하려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에 위배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에게 당신의 모습을 새겨 주신 하느님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인간 마음에 새겨진 보편적 도덕률인 대화의 ‘원리’를 존중하지 않을 때, 어떻게 평화의 선이 실현되리라 희망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바로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에페 4, 31)라는 메시지를 말한 것이다.
2000년 4월 30일 부활 제2주일, 새 천년 첫 성인으로 탄생한 성녀 마리아 파우스티나 수녀(1905~1938)는 1931년 ‘자비의 하느님’의 인도로 지옥을 체험했다. 그리고 직접 눈으로 본 그 환시를 이렇게 기록에 남겼다.
“지옥에는 무서운 절망감, 증오, 천한 말, 저주와 모독이 난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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