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무시한 판타지, 혼란만 가득”
교회지도층, 영화 보이콧 등 반발
프랑스 설문서 “예수는 인간” 48%
댄 브라운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다빈치 코드’가 5월 17일 프랑스 칸느 영화제 개막 상영을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동시에 개봉됐다.
‘다빈치 코드’에 대한 각국 교회의 반응은 ‘그저 픽션‘에 불과한 것을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과 종교에 대한 모독, 신앙에 대한 해악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입장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교회에 대한 세속적 도전은 대체로 무시하면서 무대응의 전략을 구사해온 가톨릭 교회도 ‘다빈치 코드’의 강력한 대중성과 흥행성에는 적잖은 당혹감을 느끼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목적 배려는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법적조치도 고려해야
영화 개봉에 즈음해 각국 교회와 교회 지도층의 행보는 매우 바빠졌다.
가장 강력한 다빈치 코드 반대자는 교황청 신앙교리성 차관 안젤로 아마토 대주교. 아마토 대주교는 지난 4월 28일 오푸스 데이가 운영하는 성 십자가 대학교에서 가톨릭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빈치 코드의 보이콧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인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도 강력한 비판자. 추기경은 미국 주교회의가 제작한 다빈치 코드 반박 다큐멘터리 ‘Jesus Decoded’에 출연해 이 소설이 그리스도교를 모독하고 가톨릭교회를 무시한다고 분개하고, 소설과 영화가 보여주는 무례함에 대해 법적인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다큐멘터리의 스페인어판에서는 교회법 학자인 훌리안 헤란츠 추기경이 출연, 댄 브라운은 교회를 마치 시카고의 갱단처럼 묘사했다고 비난하고 이 소설이 교회의 참된 일을 무시한 우스꽝스러운 판타지라고 말했다.
교황청 시성성 장관 호세 마리아 마르틴 추기경은 이 소설이 그리스도, 교회와 복음을 믿는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일말의 존경심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이는 극도로 교만한 탓이라고 비난했다. 시드니 대교구장 조지 펠 추기경도 이 소설이 넌센스로 가득 차 있으며, 역사적인 오류들을 바탕으로 교회를 범죄자, 그것도 어리석은 범죄자로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작용 대한 사목조치 필요
영화 개봉에 즈음해 실시된 설문조사와 심포지엄 등을 통해 다빈치 코드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려할 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5월 17일 ‘다빈치 코드: 픽션-실재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교황청립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교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다빈치 코드에 대한 대처는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이는 “방어적이거나 갈등을 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신자 개개인의 양심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자들은 특히 이러한 현상이 ‘시대적 징표’를 드러내고 있다며, 하느님이 부재한 시대 상황, 오늘날의 사회와 현대인들의 종교성의 부재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또 이 소설과 영화가 식별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혼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설문조사 “내용 신뢰” 심각
한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이와 관련해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는 다빈치 코드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경우에 그리스도교 교회의 가르침과 상치되는 인식을 갖게 되는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어 그 부작용이 분명히 존재하며 교회는 이에 대한 사목적 대처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멕시코 주교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다빈치 코드의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특히 영화가 이러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영화 ‘다빈치 코드’ 개봉에 즈음해 실시된 몇몇 설문조사는 그 부작용을 계량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국에서 ‘다빈치 코드 응답 그룹’이라는 한 단체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설을 읽은 사람이 읽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약 2배 가량의 응답자가 예수의 결혼을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4배 가량이 오푸스 데이를 살인 집단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는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미국에서 5월 15일 실시된 조사는 비교적 다빈치 코드의 영향력에 가톨릭 신자들이 동요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화조사로 전국 가톨릭 신자 1049명을 대상으로 5월 2일부터 10일까지 실시됐다.
이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42%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 성경을 더 열심히 연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3분의 2는 교회의 음모에 대한 다빈치 코드의 주장을 믿지 않았지만 12%는 교회 당국보다 책의 내용을 더 믿는다고 답했다.
프랑스에서 실시된 조사에 의하면, 상황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 주간잡지사가 실시한 이 조사는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는데, 응답자 중 21%가 소설을 읽었고 47%는 다빈치 코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소설을 읽은 사람, 읽지 않은 사람,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들간에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소설을 읽은 사람은 절반에 가까운 48%가 예수를 인간이라고 생각했고,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29%가 예수를 인간이라고 답했다.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 조차 26.4%에 달하는 사람들이 예수의 결혼을 믿고 있는데, 책을 읽은 사람의 경우에는 무려 48.3%가 예수의 결혼을 인정하고 있다. 또 책을 읽은 사람의 30%는 ‘완전히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만, 똑같이 30%의 응답자는 책의 내용이 ‘비교적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5월 16일 필리핀 마닐라시 거리에 다빈치 코드 광고판이 걸려 있다. 필리핀은 이 영화를 성인관람가로 판정,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관람을 금지하고 있다. (CNS)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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