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삶의 지표와 영성 심어줘”
가톨릭신문사가 창립 80돌을 준비하면서 지난 4월부터 두 달에 걸쳐 개최한 전국독후감공모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돼 5월 31일 오후 3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시상식을 거행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문화관광부, 서강대학교가 후원한 이번 대회에는 전국의 초·중·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과 일반인 1000여명이 응모해 성황을 이뤘다.
초등부와 중·고등부 대상인 문화관광부 장관상에는 송혜림(유스티나.광주 비아동본당.광주 미산초)양과 안유빈(인천 신흥여중)양이, 일반부 대상인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위원장상에는 문혜란(아녜스.대구 내당본당)씨가 선정돼 상금 200만원씩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각 부문별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상금 100만원, 우수상은 상장과 상금 50만원, 장려상은 상장과 상금 30만원, 가작은 상장과 부상이 수여된다.
심사는 소설가 한수산(세종대 교수), 시인 정호승씨와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장 김영국 신부가 맡았다. 두 번에 걸친 심사회의를 통해 고심 끝에 수상작을 선정한 심사위원들은 “생생한 삶의 체험이 독후감에 녹아 있는 좋은 글들이 많아 심사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현대인들에게 참된 삶의 지표와 영성을 심어주는 이번 대회가 큰 의미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대회의 선정 도서는 가톨릭계 출판사의 출간 서적으로 정해져 가톨릭신자는 물론 일반인에게까지 질과 내용이 좋은 가톨릭 도서를 널리 알리는 동시에 가톨릭 출판 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대회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다양한 계층과 연령층이 참여해 성황을 이룬 점도 큰 의미로 남는다.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지에서도 초등부는 물론 어른까지 응모했고, 자매와 남매 또는 가족 전원이 각기 연령에 맞는 선정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보내오기도 했다. 또 초등부와 중·고등부 부문의 경우, 광주대교구 영암본당과 안동교구 예천본당을 비롯한 주일학교, 경주 근화여중·고, 부산 알로이시오중·고 등이 단체로 참여했고, 시각장애인학교인 충주성심학교에서도 단체로 응모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일반부의 경우에는 84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원고지에 정성껏 독후감을 적어 보내기도 했고, 청송·여주·부산·대구교도소 재소자들도 새 삶의 희망을 가득 담은 감동적인 원고를 보내왔다. 또 수도회 신부와 수녀, 선교회 신학생은 물론 서울·광주·수원·인천·대전가톨릭대학교 신학생들도 다수 응모했으며, 개신교와 불교 신자들도 적지 않게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 일반부 대상 문혜란(아녜스.대구 내당본당)
‘나가사키의 노래’를 읽고
생의 끝에서 넘치는 ‘긍정의 힘’
책을 덮었다. 그리고 나서도 한참동안 옴짝할 수 없었다. 바늘 촉이 닿은 듯 따끔따끔하던 감동의 여운이 남아있는 명치끝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대충 넘겼던 앞장을 다시 펼쳐 사진속의 나가이와 이야기속의 나가이, 다른 사진들도 번갈아 보았다. 불에 타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미도리의 유골사진 앞에서 오래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묵주와 함께 뒤엉킨 그녀의 유골은 수도승의 사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한 여자의 지극한 사랑과 정성어린 기도가 한 남자의 정신세계와 숭고한 삶을 이끈 보이지 않는 힘이 아니었을까. 신도(神道)를 버리고 무신론에서 다시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돌아선 연유가 파스칼의 ‘팡세’ 때문이라고 하나 그것만은 아닐게다. 강인하면서도 순종적이며 신심깊은 미도리의 영향이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제게 가장 소중한 하느님, 아내가 기도하면서 죽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내의 유골을 양동이에 퍼 담으면서 오른손 뼈마디에서 묵주를 발견하고 중얼거린 기도다. 피폭으로 갑자기 죽음을 당하는 순간에도 묵주를 들고 있었던 미도리. 나가이가 새카맣게 타버린 아내의 유골 앞에서도 절망하지 않은 이유가 거기 있다.
가슴 저린 구절마다 모서리를 꺾어놓았던 책장을 펴고, 까맣게 밑줄 그은 글줄마다 형광펜으로 표시하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줄거리 위주였던 처음과는 다르게 이해가 어려웠던 부분까지 하나하나 곱씹으며 읽고 싶어서였다. 방사선의 과다 노출로 백혈병이라는 시한부를 선고받고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면 삶도 죽음도 아름답다는 대목에서 잠시 책을 내려놓았다.
타인에게 해당될 땐 그것이 보편적인 섭리가 되지만, 자신에게 닥치면 절대적 사건이 되어버리는 죽음. 생의 끄트머리에 놓인 사람이 그 절대적 사건 앞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는 것일까? 지난해 두 명의 친구가 암으로 생의 끈을 놓았고, 나는 지켜보았다. 시한부라는 안타까움은 차치하고라도 믿기 어려울 만큼 형편없는 모습으로 무너져 내렸다. ‘왜 하필 나인가’하는 하느님에 대한 원망도 따랐다. 그만큼 암의 고통은 잔혹한 것이었다. 그때의 생채기가 남아있는 탓인지 죽음과 대치중인 상태에서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가늠되지 않았다.
물먹은 스펀지처럼 내 몸 어느 부위든 누르기만 하면 눈물이 솟아 날 것 같은 적이 있었다. 삶의 오르막을 숨 가쁘게 넘을 때였다. 맨살로 세상과 맞서다보면 단련이 되고 감각기관마다 면역이 생기는 것일까. 나는 그 후 웬만한 일엔 울지도 감동하지도 않는다. 어떤 책을 읽어도 덤덤할 뿐이다. 더구나 교훈적인 책은 그렇고 그런 따분한 것이려니 지레짐작하고 만다. 그렇게 무디어진 내 감성의 한 자락을 ‘나가사키의 노래’가 흔들어 깨웠다.
“살아있다, 살아있어”
죽음을 앞둔 나가이가 잠에서 깬 새벽녘에 아이들의 숨소리를 듣는 순간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외친 말이다. 울컥 목줄을 타고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그렇다. 살아있음의 이 축복. 언제 한번 살아있음에 그토록 감격해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권태와 타성으로 견고해진 내안의 벽 한 귀퉁이가 정으로 쪼는 듯 균열이 갔다.
〈나가사키의 노래〉는 2차 대전 중 원폭이 투하된 비극의 도시 나가사키에서 짧은 생을 살다간 방사선 의학박사 ‘나가이 다카시’의 일대기다.
절망에 빠진 희생자들을 돌보고 치료하며 폐허를 재건하는데 헌신한 한 지성인의 모습이다. 그는 냉정한 이성과 뜨거운 사랑을 동시에 지닌 의사요 과학자며 평화주의자다.
독재자의 박해로 참혹한 죽음을 당한 26인의 순교지, 나가사키를 순례하고 돌아온 남편이 이 책을 들고 왔다. 별 관심이 없었다. 나가이가 숨을 거둘 때까지 머물렀던 오두막이며 우라카미 성당, 원폭추모기념관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으나 흘려들었다. 내 눈에 잘 뜨이라고 방 한가운데 책을 펼쳐두기도 했지만 나는 거치적거리는 허접물건을 치우듯 구석으로 밀쳐두곤 했었다. 마지못해 책을 펴들고서야 부실한 내 신앙생활에 대한 남편의 배려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일본’ 하면 경계의 촉수를 곤두세우게 되는 선입견도 관심을 갖지 않은 이유 중 하나였는지 모른다.
나가이는 원폭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죽어가는 몸으로 어린이와 이재민을 돌보는데 혼신을 다했다. 인간적 한계를 뛰어넘은 실천적 사랑이었다. 피폭의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한 환자 한명을 구해내지 못한 것에 두고두고 죄책감에 시달릴 만큼 책임감 강한 의사였다. 죄책감은 자기가 자기 자신에게 가하는 벌이어서 타인에 의한 벌 보다 더 고통스럽다.
그는 전쟁과 연루된 모든 사람들의 죄를 하느님께 보속하기 위한 희생 제물로 여겼다. 그런 믿음이 자신의 아픔이나 희생자들의 상처를 보듬는데도 도움이 되었으리라. 그들을 돌보면서 얻은 경험과 관찰은 다른 원폭피해자들을 치료하는데도 도움이 되었으며 피폭의 결과가 인류사회에 미치는 결과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기록을 남겼다. 홀로 남겨질 아이들의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찾아온 극심한 고통에도 펜을 놓지 않은 그의 의지와 부성애에 존경을 보내고 싶다.
우리가 인식하는 여러 사건들과 선입견, 막연한 적대감 때문인지 일본에 대해서는 알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가사키의 노래〉를 읽으면서 일본에 대해 조금 다른 각도로 이해하게 되었다. 일본교회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었으며, 대다수는 선량한 국민으로 그들도 결국 전쟁의 피해자요 상처가 깊다는 것을….
오늘, 부활성야미사에 참례하고 돌아왔다. 미사가 진행되는 내내 습자지에 번지는 먹물처럼 기쁨이 전신으로 스며들었다. 나가이 다카시가 깨우쳐준 선물이다. 귀밑머리 하얀 남편을 향해 고개를 깊게 숙여 평화의 인사 대신 ‘사랑합니다’란 인사를 보냈다. 옆 사람의 손도 힘주어 잡았다. 병상에 누운 나가이 박사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일이라고 적고 있다. 미사에 건성이었던 내 신앙이 얼마나 얕은 물에서 찰박거렸는가를 돌아보게 하는 뜨끔한 구절이다. 크게 괘도를 이탈하지 않고 살았다 해도 그것과는 다르다.
“기도하시오. 제발 기도하시오.”
나가이 다카시가 죽어가면서 남긴 마지막 충고다. 우리 모두는 순례자다.
그가 이 땅의 순례자들에게 들려주는 이 충고는 우리가 무엇에 중점을 두고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쳐준다. 상처받은 사람들에게서 치유와 화해를 이끌어내고, 처절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아내어 죽음의 땅에 생명을 싹틔운 사람. 절대빈곤과 뼈아픈 상실에도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기도를 잊지 않았던 신앙인. 고통의 연속이었을 그의 삶 어디에서 그토록 건강한 긍정의 힘과 감사가 넘쳐흐르게 했을까. 아마도 하느님께서는 탐욕스럽고 감사할 줄 모르며 전쟁과 파괴를 일삼는 우리 인간들을 깨우치게 하기 위해 그를 이 땅에 보냈는지도 모른다. 〈나가사키의 노래〉는 지난시대를 살다간 특별한 사람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 신앙인들이 두고두고 가슴에 담아 실행해야할 삶의 지표가 아닐까 싶다.
■ 중·고등부 대상 안유빈(인천 신흥여중)
‘내 발의 등불’을 읽고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나’
천사 이야기는 언제든지 신비스럽고 호기심이 생깁니다. 천사에 대해서는 잘 아는 것이 없습니다. 성경 속에서 천사가 마리아님께 성령으로 잉태하실 거라는 말을 하고 사라진 것과, 교회에서도 듣고 어렸을 때는 동화 속에서도 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렇지만 천사라고 하면 누구든지 예쁘고, 착하고, 의롭게 생각됩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도와주는 아주 좋기만한 신도 사람도 아니면서 능력이 대단할 거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또 천사는 하늘나라에 산다고 생각됐으며, 하늘나라에는 완전히 평화스럽고, 사랑이 가득하고 모든 천사와 성인들이 다 하느님께 순종하면서 사는 나라처럼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는 재미 있었지만 놀라웠습니다.
하늘나라에서도 이 세상처럼, 층층이 계급이 있음을 처음 알았습니다. 계급이라고 하기는 좀 안된 표현 같지만 아무튼 그렇게 밖에 표현을 할 수 없어서 천사들께는 미안한 생각도 듭니다.
권품천사, 능품천사, 좌품천사, 주품천사, 지품천사, 치품천사의 이름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하늘나라에 있는 그 많은 천사들에게도 이세상 사람들처럼 각자에게 이름이 있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습니다.
천사들은 이름도 아주 예쁠 것 같습니다. 이제 미니멜의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하늘나라의 천사들도 이 세상 사람들처럼, 불평도 있고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신 작가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고, 교황청 직속 성서대학에서 성서학을 전공 하셨고, 신학교에서 영적지도 하시는 신부님께서 쓰신 글이니까, 신부님께서는 하늘나라에 대해서나 하느님의 말씀이나, 천사들의 마음도 거의 정확하게 아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 속에 내용이 다른 책들처럼 그냥 재미있게만 쓰신 글이 아닐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나오는 미니멜을 읽으면서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미니멜이 저를 닮았는지, 제가 미니멜을 닮았는지 분간이 안갑니다.
저도 미니멜처럼 불평이 많기 때문입니다. 자살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늘 부럽고 자신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교회에 가서 기도를 열심히 해도 안되는 것 같아서 늘 우울합니다.
제일 크게 생각되는 것은 공부를 못하는 것입니다. 머리도 나쁘고 재주도 없어서 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친구들은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고 미술도 잘 그립니다. 그런데 저는 이중에서 잘하는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서 늘 속으로 제가 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슬픈 일은 엄마가 없어서 할머니가 키우신다는 것이 크게 불행하게 생각됩니다. 그래서 늘 불행하다고 생각됐는데, 이 책에서 미니멜이 저와 같은 생각이 들어서 지상에 있는 사람이라면 친구하고 싶었습니다.
미니멜 천사도 저처럼 자신이 다른 천사들처럼 위대하지도 못하고 당당하지도 못하게 생각되면서,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느날 하느님께 찾아가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지워달라고 부탁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미니멜의 소원대로 해주시겠다고 하시면서도, 좀더 깊이 생각해볼 시간을 주시기 위해서 결정을 잠시 뒤로 미루시겠다고 하시니까, 미니멜은 오래 기다리는 것도 싫다면서 하느님께 투정을 부리는데도 하느님께서는 화를 내지 않으시고, 미니멜에게 긴장을 풀라고 달래십니다. 그리고 미니멜의 마음을 돌리시려고 애를 쓰십니다. 미니멜을 달래시는 하느님이 꼭 우리 할머니처럼 약해보였습니다.
하느님께서 미니멜을 달래실 때, 미니멜아, 너도 인간들이 독창적이고, 희귀한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을 보았겠지?
예를 들면 “예수님의 시체를 안고 슬퍼하는 마리아상(피에타) 또는 모나리자, 시스틴 대성당 같은 희귀한 예술품을 보았겠지, 따라서 베토벤이나 아인슈타인이 아무리 많아도 무명인을 대신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인간을 복제 한다는 것은 고유성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하늘에 천사가 수십억이 있어도, 미니멜은 하나 밖에 없어서 고유한 존재고 그래서 미니멜은 하느님께 소중한 가치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시면서 하느님께서는 만일 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더할 수 없이 슬프실거라고 말씀하십니다. 마침내 미니멜도 하느님의 사랑에 감동을 받고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하느님께서 미니멜을 사랑하시는 것처럼 우리 할머니도 저를 둘도 없는 귀한 손녀딸이라고 하시는 말씀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저에게 늘 이렇게 말씀하시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하느님께서는 유빈이 너 때문에 우리집에 복을 주시는 거다”라고 하시던 말씀이 다시 생각납니다.
할머니께서는 매일같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기도를 한시간 정도 하시는데, 무슨 내용인지 모르지만, 어쩐지 저를 위해서 기도하시는 것 같아요. 할머니께서 기도해 주시니까 저도 언젠가는 공부를 잘 하게 될 것 같아요.
■ 초등부 대상 송혜림(유스티나.광주 비아동본당)
‘몽당연필이 된 마더 데레사’를 읽고
친구와 이웃 위해 기도할래요
나도 몽당연필을 좋아한다. 일기랑 편지랑 수학문제를 푸느라 내 손에서 함께 놀다가 닳아진 짧은 몽당연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더 데레사’ 수녀님께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쓰인다는 뜻으로 ‘몽당연필’로 표현한 것을 알았다.
원래는 유고슬라비아 나라 사람인데 인도에 오셔서 사신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지은이인 고정욱 선생님의 동화를 좋아해서 많이 읽었는데 이번에는 마더 데레사 수녀님을 쓰셔서 읽고 싶었다.
우리 가족 모두 2년 전에 보았던 영화 ‘마더 데레사’가 떠올랐다. 나는 우리 엄마가 특수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을 가르쳐서 장애인을 가끔 만나는데 마더 데레사 수녀님처럼 대하지는 못한다. 뇌성마비라서 침을 흘리거나 얼굴이 이상하게 보인다.
‘어쩌면 그렇게 낯설고 불쌍한 나라에 가서 죽어가는 사람들, 힘겨운 사람들을 돕고 가르치실 용기가 나셨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제일 감동적인 부분은 인도 사람을 돌보기 위해 인도 국민이 되고 수도복을 벗으시고 인도의 가난한 여인의 옷차림을 하신 것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인도는 다른 신을 믿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도와주시는 모습이 예수님을 닮은 것 같다.
우리 아빠 친구 분도 여러 나라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선교사로 해외에 나가 계신다. 이런 분들이 계셔서 내 마음이 행복하다.
원래 수녀님은 아녜스였는데 서원 때 ‘소화 데레사’를 본받고 싶어서 데레사 수녀님이 되었고, 사랑의 선교회를 만들면서 ‘마더(어머니) 데레사’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나도 내 생각만 하지 말고 친구, 이웃, 우리나라, 전 세계를 생각하면서 기도하고 싶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도 항상 기도하면서 용기를 얻었던 것처럼 늘 나도 기도하는 유스티나가 되어야겠다.
◎심사평
‘삶의 성찰’ 중요한 잣대로
가톨릭 독서운동 차원에서 처음 실시된 이번 독후감 모집에 총 1천여 편의 작품이 투고되었다. 아마 이런 기회를 통해 평소에 좀 등한시했던 가톨릭 서적을 찾아 읽음으로써 신앙의 깊이와 넓이가 더 깊어지고 넓어졌으리라고 생각된다.
선자들은 글쓴이의 문장력과 독해력 등을 염두에 두면서 읽은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어느 정도 성찰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중시했다. 무엇보다도 진실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감동이 있는 글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단순히 줄거리를 요약한 원고들은 먼저 제외되었다.
일반부에 투고된 원고들은 특별히 뛰어난 원고가 있었다기보다 전체적으로 고른 수준을 유지했다. 전종대, 원수빈, 김혜영, 문수경, 서숙자, 김경민, 윤효주, 문혜란, 이신창, 박숙녀, 박정은씨 등의 원고가 최종에서 논의되었다. 이 중에는 독서 대상으로 정해서 읽은 책과 읽은 이의 삶이 연결돼 있지 않는 원고들이 더러 있었다. 읽은 책에서 이탈된 수기 형식의 글도 있었다. 독후감은 어디까지나 독후감이기 때문에 읽은 책과 읽은 이의 연관관계가 중요하다. 대상으로 선정된 문혜란의 ‘신앙인을 위한 지표’는 〈나가사키의 노래〉를 읽고 쓴 글이다.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탄이 투하되었을 때 아내를 잃은 나가이 다카시의 삶을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읽어내었다. 글 짜임새도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평범하게 오늘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깊은 신앙적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중·고등부는 독후감 대상이 된 책을 읽고 싶도록 촉발하는 원고들이 많았다. 다른 사람이 쓴 독후감을 읽고 ‘나도 이 책을 꼭 읽어보아야겠구나’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독후감이 지닌 큰 미덕이자 장점이다. 김희은, 오예빈, 이지영, 정영훈, 김민주, 최정민, 김진호, 이호철, 안유빈, 이정원, 김지현 등이 최종심까지 올라왔으며, 이들은 대부분 중학생들이다. 고등학생보다 중학생들의 글에 보다 더 진솔한 면이 있었다. 고등학생들이 쓴 편지 형식의 독후감은 쓰기 쉬운 형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다소 점수를 잃었다. 대상을 받은 안유빈의 ‘천사 미니멜’은 〈내 발의 등불〉을 읽고 쓴 글로 천사에 대한 생각이 인간적이고 긍정적이었다. ‘천사 미니멜이 저와 같은 생각이 들어서 지상에 있는 사람이라면 친구하고 싶었습니다’라고 할 만큼 순수한 마음이 돋보였다.
초등부는 책의 줄거리를 요약한 글들이 많았다. 책 내용을 발췌하거나 인용한 글이 대부분이었으며, 부모나 교사의 도움을 받은 글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최혜랑, 김재현, 최예지, 김주희, 정봉수, 이지수, 송혜림, 배승빈 등이 끝까지 논의 대상에 있었던 어린이들이다. 대상으로 뽑은 송혜림의 ‘몽당연필이 된 마더 데레사를 읽고 나서’는 어린이다운 천진한 생각과 그 표현을 높이 샀다.
-심사위원-
김영국 신부
△1977년 사제수품 △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 교의신학 전공 △현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장
한수산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문단 데뷔 △ 1977년 장편소설 〈부초〉로 ‘오늘의 작가상’수상 /제36회 ‘현대문학상’수상 △현 세종대학교 국문과 교수
정호승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제3회 소월시 문학상, 제10회 동서문학상, 제12회 정지용 문학상, 제9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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