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과 웃으며 밥 한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행복”
신부가 성당에서 점심, 저녁 시간에 일을 하고 있을 때 만약 신자들이 함께 성당에 있다면? 늘 듣는 소리가 있다.
“신부님 맛있는거 사드릴께요. 함께 가시죠”.
신자들이 왜 신부에게 밥을 사주고 싶을까, 그것도 꼭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을까. 만남 중 가장 편안하고 친근감 있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함께 밥을 먹을 때라고 한다. 신자들이 신부에게 밥을 사주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점이 아닐까 싶다.
주임 신부라는 직책은 한국 신자들에겐 사실 그리 편한 상대는 아니다. 예수님의 대리자, 전례의 집전자….
왠지 어렵고 부담스러운 존재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 바로 “밥 사드릴께요”라는 말로 나오지 않는가 싶다.
편안한 만남, 격이 없는 만남, 자신의 모든 것을 열고 싶은 마음이 간접적으로 이렇게 나오는 것은 아닐까.
사실 예전엔 난 신자들과 밥을 개인적으로 먹지 않았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꼭 거지같은 모습으로 비춰질까 싶어 계속 꺼려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신자 분들과 밥을 먹던 도중 그들의 진정한 마음을 알게 되었다.
신부가 배고프다고 얻어먹을 사람이 아닌 것 다 알고 있고, 단지 그들은 신부와 함께 밥을 먹으면서 그들이 존경하는 대상과 그저 편안한 만남을 원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지금도 생각해본다. 신부가 뭐 그리 대단할까….
밥 한 끼 사주는 것조차 그렇게 어렵게 말이 나올 수밖에 없도록 신자들을 만든 건 오히려 나 자신이 아닐까. 되도록 신자들과 함께 하려 했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내 모습은 그들 위에서 군림하는, 그들과는 다른 세상에서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모습으로 그들에게 기억되지 않을지….
편하게 밥 한 끼조차 함께 할 수 없는 모습의 사제로서 그들에게 기억된다면 분명 그것은 예수님이 원하는 사제상은 아닐진데 말이다.
난 지금까지 밥 한번 같이 먹자고 누군가에게 말 한번 해 본적 없었다.
참 당돌하고 어리석었다. 그들과의 만남조차 거부했던 사제였다. 라면 한 그릇이라도 신자 분들과 웃으면서 함께 할 수 있다면 분명 그것은 행복일 것이다. 오늘은 누구와 함께 밥을 먹을까?
예수님, 예수님도 이제 그만 빼시고 저희와 함께 해주실래요? 제가 맛있는 것도 사 드릴 테니까요.
오유성 신부(수원교구 오포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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