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선물 널 만나길 손꼽아 기다리며
“아가야 사랑한다”
“어머! 어머!” 엄마가 깜짝 놀란다. 그리고 “까르르~” 웃는다. 뱃속에 있는 아이가 놀자며 툭툭 발로 찬다. “그 안이 좁아서 불편하니? 조금만 참아. 우리 곧 만날 수 있을거야.” 엄마는 아빠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아가야, 사랑한다.”
한국은 하루 130여건 이상의 낙태(임신중절수술)가 자행되고 있는 나라.
그래서 불임을 극복하고 어렵게 임신해 새 생명이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부부,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느님 뜻으로 받아들인 새내기 부부, 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교회 사람들, 모두 우리의 희망이다.
새 생명을 기다리는 부부들
수원교구 복음화국 선교사목부 가정사목(전담 이용기 신부)은 5월 27일 임신한 부부들을 초청, ‘제 1회 임신한 부부를 위한 생명의 날’ 축제를 열었다.
22쌍의 부부, 그리고 그들이 간직한 24명의 생명(쌍둥이 포함)이 함께한 자리. 유난히 딱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는 닭살 커플이 있다. 이재경(요셉.41)-이선희(짓다.41) 부부는 7월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임신 9개월째. 결혼 10년 만에 처음으로 생명을 품에 안았다. 병원에선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도 그동안 아이를 갖지 못했다. 마음 고생이 심했지만, 기도의 끈을 놓지 않았단다. 아내 선희씨는 “지혜롭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하느님 자녀로 키우고 싶다”며 한참동안 희망을 이야기했다. 남편은 그저 환하게 웃으며 “축복이죠”라고 했다.
결혼한지 6년째인 권태광(미카엘.39)-곽현정(예비신자.35) 부부도 4개월 전 첫 아이를 임신했다. 12월 초면 만날 수 있다. 쌍둥이다. 다니지 않은 병원이 없을 정도로 노력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더니 하느님께서 복을 한꺼번에 쌍으로 주셨단다. 아기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왜 이렇게 늦게 왔니”다.
이재성(안젤로.29)-장소형(베로니카.27) 부부. 결혼 1년도 채 안됐는데 뱃속에는 9개월된 아기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출산을 미루는 요즘 세태와는 정반대 길을 걸었다. “당초 계획은 2~3년 후에 아이를 가지는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남편이 머리를 긁었다. “낙태 유혹도 있었지만, 하느님께서 주시는 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재성씨는 “자녀는 가능한 많이, 1~2년 터울로 낳고 싶다”고 했다. 아내 소형씨가 “누구 마음대로~”라며 옆구리를 쿡 찌른다. 부부가 웃었다. 아기도 뱃속에서 함께 꼼지락거렸다.
서울 제1회 ‘부부태교교실’도
같은 날 서울 명동 전진상 교육관에선 15쌍 부부가 생명 존엄성을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가 주관한 제1회 부부태교교실.
통계는 낙태 경험자의 60% 가량이 기혼 여성이란다. 결혼 직후에는 “아직은…”이라며 병원에 가고, 첫 아이를 낳은 후에는 터울 조절이나 양육비 걱정, 가족 계획 때문에 뱃속의 아이를 포기한다.
하지만 이날 자리에 함께한 신앙인들은 달랐다. 부부들은 이날 ‘행복한 임신, 행복한 가정’을 배우고 체험했다. 전문가로부터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태교의 방법에 대해 들었고, 뱃속 아이와 함께 음악을 듣고 율동을 했다. 그리고 함께 기도했다.
“주님께서 주신 사랑에 저희 부부의 응답이 너무나 미약하오니 너그러이 용서하소서. 새로운 생명에 대한 두려움과 감동은 커다란 책임으로 다가옵니다. 저희 가정을 자애로이 굽어 보소서…”(가정 축복의 기도)
※혼인강좌 및 태교교실 문의
수원교구 선교사목부 가정사목 031-247-6242,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 02-727-2072
◎‘태교’도 이젠 본당에서
임산부교실 등 관련 프로그램 마련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태교의 중요성은 깊이 인식되었고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대한 인지도에 비해 교회 안에서 펼쳐지는 사목적 배려는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 이에 따라 신앙인을 위한 태교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최근 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회 안에서도 예비부부와 기혼자들을 위한 부부 성화 프로그램들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태교에 관한 지원은 몇몇 책자 혹은 음악태교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정도다. 본당이나 교구 등에서 실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찾아보기 어렵다. 교회가 운영하는 복지관이나 병원 등에서 개설된 프로그램도 대부분 건강교실 위주로 운영돼 일반 사설 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없는 형편이다.
본당차원의 프로그램으로는 지난 2004년 서울 성산2동본당이 마련한 ‘임산부를 위한 기도모임’이 눈길을 끌었지만,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개신교에서는 대형 교회 등을 중심으로 출산 예비학교 등을 적극 운영하고 있다. 서울 온누리교회의 경우 출산사역팀을 따로 두고 ‘출산예비학교’를 개설, 임신부터 출산 후 100일까지의 모든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중앙침례교회의 경우도 출산기도모임의 하나인 ‘임산부교실’을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예비부모 뿐 아니라 출산을 계획하는 이들도 모두 참가해 생명 존엄성과 임신, 태교, 산후조리 과정까지 습득하도록 한다.
교회 내 가정사목 전문가들은 “신앙적인 태교 프로그램은 새 생명을 받아들인 가정을 축복하고 교회 차원에서도 기쁨을 나누는 자리로도 의미가 크다”며 “올바른 태교를 위해 무엇보다 예비부부들의 신앙생활을 활성화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태교는 유년기 때부터 기혼자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교육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주일학교 교리 과목에 태교를 접목하거나 태교를 젊은이들의 정기 모임 주제와 혼인교리 과정에 포함하고, 임신한 어머니들의 모임을 활성화하는 등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담당 김완석 신부는 “제1회 부부태교교실을 계기로 앞으로 누구나 쉽게 명상 등에 참여하고, 기도생활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태교프로그램들을 연구, 개발할 계획”이라며 “특히 각 프로그램들은 지구 혹은 본당 차원에서 적극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진설명
▶수원교구 제1회 ‘임신한 부부를 위한 생명의 날’ 축제에 참가한 한 부부가 소망을 담은 쪽지를 풍선에 매달고 있다.
▶생명의 날 축제에서 한 부부가 앞으로 태어날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고 있다.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에서 주관한 제1회 부부태교교실 참가자들이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음악태교-러브노트’ 과정 중 악기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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