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사상으로 사랑 실현”
동북아 지역은 한자문화권이면서 동시에 유교문화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 유교문화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음양의 조화로 이해하며 남성중심의 가부장제를 사회의 기본 틀로 삼는다.
그러나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평등한 관계 안에서 협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더불어 리더십의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남-여 동반자적 관계
즉, 과거에는 남성위주의 지도력이 우리 사회를 이끌고 왔지만, 앞으로의 미래사회는 남성과 여성이 동반자적 관계 안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바탕으로 이 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의 의식구조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종교문화 전통이다. 한국은 다종교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각 종교전통들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여성리더십을 함의한다. 불교나 유교의 문화권에서 여성리더십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경전 자체가 여성을 차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부장제 역사의 맥락 안에서 여성리더십이 크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민중의 종교성을 대변하는 무속이나 민간신앙 안에는 여신에 대한 숭배와 더불어 여성의 지도력이 크게 부각되어 나타난다. 한국인의 문화 속에는 ‘삼신할미’로 대변되듯 지혜를 간직한 할머니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동한다. 겉으로는 남성의 지도력이 우리 사회를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어머니-할머니로 대변되는 여성의 지도력이 가정과 사회를 보살피고 이끌어나간다. 여성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는 이러한 한국의 종교문화적 토양 위에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가톨릭사상이 융합되었을 때 새로운 여성리더십이 나타났다.
가톨릭 사상은 원천적으로 하느님의 모습대로 남녀 인간이 창조되었다는 남녀평등사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성을 지니며 성차별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난다고 가톨릭교회는 천명해왔다. 가톨릭사상이 조선에 들어오면서 남녀평등사상, 근대 여성교육, 근대 여성문화 등 새로운 문화가 시작되었다.
가톨릭 종교문화와 융합
한국 근.현대 역사를 살펴보면 가톨릭사상에 입각하여 우리 사회를 이끌어간 여성지도자들이 많이 발견된다. 그 여성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였는데, 남성의 협력자 혹은 가정의 어머니라는 틀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와 지구촌 전체를 사랑의 문화로 보살피는 지도자로 등장하였다.
가톨릭 여성지도자들의 유형을 살펴보면 크게 ①교육, 계몽운동에 앞장 선 선각자들, ②사회복지 분야에서 헌신한 여성들, ③사회운동분야에서 지도력을 발휘한 여성들을 돌아볼 수 있다. 그 여성들은 가톨릭정신에 근거하여 각 분야에서 소명감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그들이 한국 사회 안에 여성지도자로서 활동할 수 있었던 정신적인 바탕에는 한국인의 종교문화 지평과 가톨릭의 종교문화 지평이 만나 서로 융합하는 차원이 들어있다.
가톨릭 종교문화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라는 장(場) 안에서 가톨릭사상을 해석하고 실천한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가톨릭사상은 근원적으로 양성평등사상을 지니고 있으며, 예수의 가르침에 바탕을 두고 사랑(caritative justice)과 정의(social justice)를 실현하도록 이끈다.
남녀평등 관계를 바탕으로 보살핌과 돌봄, 사랑과 배려의 문화를 창출해낼 수 있는 지도력은 무한경쟁시대의 승자로서가 아니라 약자를 돌보고 보살피며 아픔을 치유시킬 줄 아는 온전한 인간성을 지향한다. 그러한 여성리더십은 21세기 탈근대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지도력과 상통한다.
강영옥(가톨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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