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인 희생, 독일의 아들로서 기도”
요한 바오로 2세 발자취 따르며 “그리스도께 의지하는 삶” 호소
【외신종합】 5월 25∼28일 나흘동안 이뤄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폴란드 방문은 여러 차원에서 화제가 되고 있으며,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방문은 교황의 즉위 이후 두 번째로 가진 해외순방이다. 첫 번째 해외 순방은 지난해 8월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고국인 독일을 방문한 것으로 이는 교황 자신의 계획이라기보다는 이미 선임 교황 당시 예정돼 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폴란드 방문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즉위한 뒤 처음으로 갖는 해외순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번 방문길에 앞서, 폴란드 방문이 오래 전부터 자신이 열렬하게 희망해오던 것이라고 말했다. 출발 하루 전인 24일 교황은 “친애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고국을 방문하기를 고대해왔다”며 “그분의 생애와 사제직, 주교직 수행의 현장이었던 장소들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문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자취가 서려 있는 곳들을 방문했다. 바르샤바에서 시작된 여정은 야스나 고라 수도원이 있는 체스토코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대교구장으로 있던 크라코프, 탄생지인 바도비체, 그리고 역사적인 비극의 현장인 아우슈비츠 수용소까지 두루 거쳤다.
순방에서 교황은 여러 차례의 연설을 통해 선임 교황의 위대한 삶과 그 가르침을 되새겼으며, 폴란드가 지닌 강건하고 모범적인 신앙이 유럽 대륙의 신앙적인 모범이 되어주기를 촉구했으며, 역사적인 비극을 통해 우리 인류가 참된 사랑과 평화를 향한 열망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기를 희망했다.
교황은 우선 가는 곳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흔적을 보며, 그 기억과 가르침을 상기시켰다. 교황은 순방 첫날 25일 바르샤바의 공항에 도착해서 첫 마디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생애의 발자취, 소년 시절부터 콘클라베에 참석하기 위해 1978년 폴란드를 떠날 때까지, 그 여정을 따라 왔다”고 말했다.
교황은 순방 마지막날인 28일 크라코프의 블로니에공원에서 거행된 옥외미사에서도 선임 교황의 말을 인용해 “신앙 안에서 굳건하라”고 외치고 특별히 폴란드 교회가 지닌 신앙의 보화를 유럽 교회의 복음화를 위해 나눠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폴란드 방문은 특히 유다인을 박해한 독일 출신의 교황이라는 점에서 세인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는데, 교황은 28일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독일 출신 교황으로서 자신의 특별한 감회를 언급했다.
교황은 홀로코스트가 자행된 현장인 아우슈비츠를 방문한 자리에서 연설을 통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후계자로서, 독일의 아들로서 이곳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와야만 했다”며 “진실과 정의를 위해, 그리고 이곳에서 희생당한 모든 사람을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도대체 당시에 하느님께서는 어디에 계셨던가? 왜 그분은 침묵했던가?”하고 반문하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불행들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어둠의 세력들이 인류 앞에 새로운 과제들을 던지며 하느님의 이름의 무죄한 이들에게 가하는 무의미한 폭력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오늘날 온 마음으로 하느님께 부르짖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번 방문길에서도 일관되게 진실한 신앙에 대해 강조하는 한편, 상대주의적인 가치관에 대해 비판했다.
교황은 25일 바르샤바에서 30여만명의 신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봉헌된 옥외미사에서 현대인들이 상대주의적인 가치관으로 교회의 가르침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서 비판했다.
교황은 또 사제들에 대해서는 영성생활의 전문가가 될 것을 촉구하면서 “신자들은 사제들이 하느님과 인간과의 만남을 증진하는 전문가이기를 기대한다”며 “재정이나 건축, 정치적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28일 크라코프 블로니에 공원에서 약 100만명의 폴란드 젊은이들이 모인 가운데 거행된 미사에서 교황은 두려워말고 “그리스도께 의지하라”고 호소했다. 또 “실패의 두려움은 때때로 가장 아름다운 꿈까지도 좌절시킨다”며 “두려워말고 그리스도께 의지하고, 삶의 바탕으로써그리스도를 갈구하며, 그분 위에 그분을 위해 여러분의 삶을 세우려는 꿈을 키우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5월 25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 방문을 환영하고 있는 신자들.(CNS)
▶교황이 5월 26일 체스토코바 야스나 고라 수도원 검은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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