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건물에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서울 조사본당 189개 중 태양에너지 활용 4곳
고효율 전구 형광등 센서 등 절약시설 설치 미비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등 태양광 시설 운용
[전문]
국제원유가격 급등으로 사회 전반에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 위기라는 발등에 떨어진 어려움과 더불어 환경파괴로 인해 맞닥뜨릴 인류의 위기를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사용으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교회 에너지 사용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안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활용 가능성을 알아본다.
한국은 에너지 과소비국
2005년도 에너지 수입액(667억 달러)이 반도체와 자동차를 합친 수출액(595억 달러)보다 많지만 한국은 에너지 과소비 국가로 정평이 나 있다.
소득이 늘어날수록 중대형 승용차를 찾고, 문 두개 달린 냉장고, 대형 TV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초록교회 만들기 프로젝트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교회 내 본당의 에너지 사용 실태도 사회 전반 분위기와 다를 것이 없다.
조사대상인 교구 내 189개 본당 중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고효율 형광등을 사용하는 본당은 절반도 안 되는 37개에 불과했다. 또 절전을 위해 방안에 사람이 있을 경우에만 불이 켜지는 센서가 설치된 본당도 30개에 그쳤다. 냉·난방기 사용기준(사용 적정온도)이 없는 본당이 66개, 105개 본당은 여름철 냉방기의 실내 자동 온도 조절기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에너지 활용 시설이 있는 본당은 고작 4개뿐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2004년 한 해 동안 본당별 에너지 사용 요금은 평균 3150만원. 전기 사용액이 15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가스, 기름, 수도 요금 순으로 나타났다. 5년간의 사용추이를 살펴보면 본당별 에너지 사용요금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와 냉난방기 사용 등 실태를 단편적으로 보여준 결과라 하더라도 유류가격이 계속 인상되고 에너지 자원은 한정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본당의 에너지 사용은 절약과 에너지 효율 증대,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활용 등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본당 예산 절감이라는 경제적 이유에서 뿐 아니라 친환경적인 공동체를 구현한다는 점에서도 에너지 절약은 꼭 필요하다. 교리실과 성당 등 공동체가 회합을 갖는 장소에 고효율 전구와 형광등을 사용하고 실내 자동 온도조절기를 통해 냉·난방기 사용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절수용 변기레버를 설치하거나 수돗물이나 빗물을 재활용하는 것도 물을 절약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에너지 고갈의 위기는 절약이나 고효율 기구 사용 등 자원의 고갈속도를 늦추는 제한적인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가 최근 들어 관심을 끌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에너지, 풍력, 수력, 지열, 해양폐기물 등 재생 에너지와 수소,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 등 신 에너지를 말한다.
기술주도형 자원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는 ‘환경친화성’, 재생가능한 ‘비 고갈성’, 연구개발에 의해 확보가 가능한 ‘기술주도형 자원’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선진국에 비해 늦었지만 정부는 지난 2002년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서 2011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총 에너지의 5%까지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2004년 ‘신·재생에너지 원년’을 선언한 정부는 기술개발과 보급을 위해 올해 4095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시작단계이지만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교회 본당·단체 사례가 속속 소개되고 있다. 서울 등촌동본당이 지난해 12월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설치한 것을 비롯,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전주교구 부안본당도 각각 태양광 또는 지열을 이용한 시설을 운용중이다. 강원도 평창 수원교구 성 필립보 생태마을은 교회 내에서는 처음으로 풍력발전기를 세웠다.
태양광시스템, 풍력발전기 등의 설치는 비교적 부담이 큰 초기설치비용 중 일부를 신·재생에너지 홍보에 나서고 있는 정부가 지원해 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직접적으로는 본당의 에너지 사용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환경 친화적인 시설을 교회가 선도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한 해 수 십여 개의 새 성당이 지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제부터라도 새 건축물에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기존 본당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도입과 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발전시스템의 경우 유휴공간인 지붕에 설치할 수 있어 공간적 제약이 없다. 본당 전체에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설치하기가 부담스럽다면 독립건물인 사제관이나 수녀원에 소규모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속돼 온 화석에너지의 사용은 한계에 부닥쳤다. ‘에너지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에너지 고갈문제는 심각하다. 에너지 절약이란 가장 초보적인 발걸음을 시작으로 교회도 화석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 시대에 발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태양광시스템 설치한 서울 등촌동본당
환경보호·지출절감 “일석이조”
전기요금 매달 30% 줄여
서울 등촌동본당(주임 백광진 신부)은 지난 해 12월 본당 성당 지붕 한쪽 면에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치했다. 한 달간의 공사를 거쳐 완공된 시스템은 30kw짜리로 100w 전지판 300개를 연결한 것이다. 전지판 300개는 낮시간 동안 태양광을 받아 전기를 발생시키며, 본당의 모든 시설은 이 전기를 사용한다.
본당이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설치한 것은 친환경적인 발전 설비를 통해 본당 전기 요금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2005년 9월 에너지관리공단에 시스템 설치를 신청한 본당은 정부로부터 1억 9845만원의 보조비를 받고 본당에서 전체 설치비의 30%인 8505만원을 부담해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공은 LS산전에서 담당했기 때문에 본당에서는 따로 인력을 투입할 필요가 없었다.
시스템이 가동된 지 5개월이 지난 현재, 본당은 매달 전기요금의 30%를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평균 100~150만원 나오던 전기요금이 80~90만 원 대로 떨어졌다.
태양광발전시스템의 수명은 어림잡아 20여 년 이상. 매달 절약할 수 있는 전기요금을 감안한다면 초기 설치비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부담이 아니라는 계산이 나온다.
본당 주임 백광진 신부는 “전기요금을 절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환경보호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정부 지원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본당 사목자가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환경도 보호하고 본당 지출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에너지 시스템 설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어떻게 설치하면 되나?
정부, 설치단가 70% 지원
에너지관리공단 부설 신·재생에너지센터 홈페이지(www.energy.or.kr)에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 태양광 주택 10만호 보급사업 등 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관련 사업이 자세히 나와있다. 또 본당이나 공동주택의 규모에 따른 지원제도, 설비 신청 방법, 모범 사례 등도 설명돼 있다.
사제관이나 수녀원 등 소규모 주택에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주택 10만호 보급사업’을 눈여겨볼 만하다. 정부는 49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올 한 해 동안 2156가구에 태양광 시스템을 보급할 계획이며, 평균 설치단가(2820만원)의 70%인 1974만원을 지원한다.
본당 차원에서 대형 태양광시스템을 설치하고자 할 경우에는 신청에 앞서 에너지관리공단 또는 신·재생에너지센터에 직접 문의하는 것이 좋다. 보급사업 기간이 정해져 있는데다 법규와 절차가 일반 주택에 비해 까다롭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에서는 지열이나 태양열, 풍력 등 기타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설치에 대해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문의 031-2604-114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사진설명
▶신·재생에너지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에너지, 풍력, 수력, 지열, 해양폐기물 등 재생 에너지와 수소,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 등 신 에너지를 말한다. 사진은 태양광 전지판.
▶태양광발전시스템의 경우 유휴공간인 지붕에 설치할 수 있어 공간적 제약이 없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가 지붕에 설치 운용중인 태양광 시설.
▶서울 등촌동본당은 지난 해 12월 본당 전기요금 절감을 위해 성당 지붕 한쪽 면에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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