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엔 생각안해…도저히 용서못했죠”
“여러분들은 살아오면서 용서 받거나 용서 해본 경험이 있습니까.”
교리교사의 질문에 예비신자들은 난감해 하는 표정이다. 한 예비신자는 “용서라는 말은 성당에 나오기 전에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나에게 피해를 주면 미워하고, 도움을 주면 감사한 것이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동안 속내를 좀처럼 보이지 않던 한 예비신자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지난 삶에 대해 한참동안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어요.”
자신과 하나뿐인 아들을 버리고 떠나간 남편.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주저 앉았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사람 생각만 하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하더니 결국에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교리실에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울음이 잦아든 후, 예비신자들은 루카복음서 7장 36절 부터 50절까지 읽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이번에는 한명이 아니었다. 3명이 함께 울었다.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하느님 앞에 나아가 용서를 빌면 모두 용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용서 받으려면 다른 사람을 용서해야 합니다.” 교리교사가 ‘용서의 신비’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고해성사 교리를 말했다.
“고해성사는 우리를 한없이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것입니다. 그 하느님 사랑을 통해 우리는 새롭게 거듭 태어납니다.”교리교사는 고해성사에는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통회가 필요하다는 것도 함께 강조했다.
예비신자들은 다시 성서를 펼쳐 읽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 23).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 19)
2시간 내내 말을 하지 않던 김태식(73) 할아버지가 불쑥 말을 꺼낸다.
“세상 사는 이치가 원래 그런거여. 벽을 쌓았으면 벽을 허물어야 하는거여~”
(취재 협조=서울 고척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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