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토속미 가득한 ‘사랑과 평화’
제주 옹기토로 빚은 작품
마치 현무암 깍아 만든듯
6일까지 가나아트스페이스
숭숭 뚫린 구멍이 영락없는 현무암의 모습이다. 얼핏 보면 현무암을 잘 다듬어 만든 조각품과 같지만 실제 작품들의 소재는 모두 흙이다. 일일히 수작업을 통해 현무암과 같은 수많은 기공을 표현하고, 유약으로 어둑어둑한 돌의 색감도 썩 잘 표현하고 있다.
허민자(율리아나.제주대) 교수는 이렇게 ‘흙’으로 ‘돌’을 구워내는 작가다.
허교수가 돌(현무암)의 매력에 빠진 것은 지난 90년대부터. 일본에서 교수생활을 하면서 ‘한국적인’ 작품 형상을 찾으며 고심하던 때, 제주도의 바닷가는 그에게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됐다.
“돌멩이 하나하나 같은 모양, 같은 색이 없었습니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어 ‘시간’과 ‘자연’ 현상이 만들어낸 돌의 모습에서는 하느님의 손길만이 여운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청자와 백자를 주로 창작하던 허교수는 단박에 흙으로 현무암을 빚어내는 작업에 빠져들었다. 흙도 철분과 염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제주 옹기토를 사용해 색감을 높였다.
작품의 주제는 대부분 ‘사랑’과 ‘평화’로 일관돼 왔다. 각 작품은 재질 뿐 아니라 형태면에서도 제주 동자석과 같이 순박하고 해학적인 제주도 토속미를 물씬 풍기고 있다.
최근 허교수는 이 현무암과 같은 흙작품에 예수 수난과 기도에 대한 상념을 덧붙였다. 수난 당하는 예수님의 모습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이 아니라 사랑으로 충만한 형상이다. 또 더불어 살아가며 사랑과 평화를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도 다정다감한 표정으로 선보이고 있다.
순수하게 신앙을 주제로 한 개인작품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교수는 “지난 30여년간 작품활동을 하면서 늘상 성물(聖物)을 만들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막상 시도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사실 허교수는 수년간 자료를 수집하고 작품을 구상해왔다. 그러나 정작 손에서 빚어진 작품들은 의도하지 않은 성과물들이라고. 삶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종교적 심상들이 작품마다 묻어나는 듯 하다.
각 작품설명은 허교수가 직접 발췌하고 쓴 성경구절과 기도문으로 대신하고 있다.
허교수의 성물 도예전은 6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아트스페이스 1층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의 02-725-9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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