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부모보다 낫네”
최근에는 굶는 아이들 위해 푸드뱅크 운영
뜻하지 않은 계기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두고 숙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에서 퇴계원지역아동복지센터를 운영하는 한은규(빈첸시오.40.퇴계원본당)-정미선(율리안나.44)씨 부부가 꼭 그런 경우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정미선씨가 졸업 후 첫 인연을 맺은 곳은 장애아동 생활시설인 거제도 ‘애강원’. 그곳에서 5년간 봉사활동을 하며 소외된 어린이들과 지내던 그는 주위의 추천으로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입양시설 인천 ‘해성보육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주보를 통해 지역활동가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1999년 서울대교구 선교본당 산하 ‘독립문 평화의 집’을 찾게 된 게 한씨 부부의 오늘을 있게 한 ‘운명’이 됐다.
“돌이켜 보면 한번도 아이들을 떠나지 않고 그들 곁을 맴돌았던 것 같아요.” 지역 활동을 하다 우연히 알게 돼 부부의 연을 맺게 된 것도 그러고 보면 두 사람에게는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부부가 아동센터 문을 연 것은 지난해 4월. 남양주지역에서 인가 아동센터로는 최초를 기록했다.
자신들의 힘만으로 센터를 개원하면서 염려도 없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찾아올까 하는 거였다. 그러나 그런 부부의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일주일도 안돼 아이들이 차버렸던 것. 아내의 일을 옆에서 지켜보던 한씨는 아예 아내가 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거들고 나섰다.
시간이 갈수록 부부의 욕심은 커져갔다. 아이들의 급식은 물론 다양한 실습 프로그램까지 100% 무료로 운영해오면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게 늘어만 갔기 때문이다. 서예나 미술, 도예, 영어, 피아노, 풍물, 한문 교습 등은 기본이고, 철이 바뀔 때면 새 옷과 가방, 책 등 아이들을 위한 준비를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맞벌이하는 부모나 다른 가족들이 미처 신경쓰지 못하는 부분까지 챙기는 부부의 손길은 이내 입소문을 타고 퍼져갔다.
정씨 부부는 최근 오랫동안 준비해오던 또 하나의 ‘사고’를 치고 말았다. 굶는 아동들을 위한 푸드뱅크를 시작한 것이다.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차량과 냉장시설을 마련하는 일은 오히려 쉬웠다. ‘결식아동’이라는 꼬리표로 아이들이 혹여나 상처를 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일이 더 어려웠다.
그래서 남편 한씨가 차를 몰고 다니며 음식을 수거해오면 일일이 도시락으로 만들어 직접 찾아가 전해주고 있다.
“갈수록 아이들을 향한 눈이 열리고 나누고싶은 마음이 커져만 가는 것도 저희들의 복이 아닌가 싶어요. 아마 주님께서 지피고 계신가 봐요.”
※연락처 031-575-7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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