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한 신부
우리 본당 신자들은 본당신부에 대해 물으면 다들 이렇게 대답을 한다.
“우리 신부님은 참 깜찍 하세요~”라고. 부임하면서부터, 미사 때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늘 신자들에게 “여러분 보시기에 본당신부 참 깜찍해 보이죠”라고 세뇌 작업을 했던 탓이다.
외모상 덩치도 좀 있고 눈매가 보기에 좀 그렇고 하여 항상 어디 가면 조직의 무슨 존재(?)인냥 풍기는 모양새 때문에 신자들이 가까이 하기에 꺼려했다. 그래서 난 어디가나 항상 이런 것을 세뇌시켜왔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본당 신자들은 정말 본당신부를 너무나 깜찍하게 본다. 흔히 신부들은 신자 분들이 우스개 소리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의 존재로 여긴다.
그래서 존경하고 사랑하면서도 무슨 말을 하려고 하기엔 어렵고 때론 두려운 존재가 되기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신자들의 신부에 대한 인식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본당에선 예외의 규정이라 생각한다. 어색한 인사대신 반가움의 손을 흔들고, 자신의 의견을 어디서나 자유롭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우리 본당의 신자 분들은 신부의 실수에도 미소를 지으며 덮어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신자분들이기 때문이다.
때론 너무나 편하여 조금 오버할 수도 있을 텐데, 난 한번도 신자 분들의 그런 모습을 본적이 없다. 부족함과 못남을 늘 ‘내 탓이요’로 생각하며, 귀엽고 깜찍한(?) 본당신부의 흐린 모습을 혹여나 보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 땐 참으로 미안하고 송구스런 마음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난 아직 이분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알려줄 능력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영성적으로 그분들을 이끌 만큼 실력이 되지도 않는다.
더군다나 사목적 경력은 어디다 내놓을만한 수준도 안된다. 내 능력안에선 그저 이분들이 신앙을 가지고 교회에 와서 편안함과 기쁨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정도는 될까.
그래서 늘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그런데도 이 못난 신부 하나 보고 웃음 지으며 반가워하고 손을 흔드는 신자들은 정말 본당신부를 너무나 깜찍하게 보는 것이 아닐까?
그들에게 군림하고 명령하며 위에 서서 다른 세상에 사는 신부의 모습보단 난 그들과 함께 이렇게 웃음지으며 기쁨을 느끼는 삶이 더 행복하다.
권위는 그분들이 나에게 주는 것이지, 내가 내세운다고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나 아는 것도 없고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런 나를 바라보며 존경해주고 사랑해주는 신자들이 있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그분이 나를 도구로 써주시는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예수님, 저 못난 거 알고 부족한 거 다 알아요. 그런데 당신이 저를 이곳에 불러주셨으니 책임지셔야죠? 우리 신자들 저 대신 좀 많이 많이 챙겨주세요.
이렇게 기도 드릴께요. 깜찍한 예수님. ^^
오유성 신부(수원교구 오포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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