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주권자는 하느님
자살은 생명을 파괴하는 것
결코 작은 죄가 될 수 없어
[질문]
신부님 얼마 전에 가까운 사람이 자살을 하였습니다. 자살이 죄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왜 죄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자살하면 천국에 못 가나요?
[답]
눈에 보이는 물건들은 다 주인이 있습니다. 그 물건이 좋고 값비싼 것일수록 그 소유권은 중요하게 부각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사람의 생명입니다.
생명보다 귀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생명을 무엇과 바꾸겠습니까? 십자가의 성 요한은 “한 사람의 생명은 온 우주보다 귀하다”고 했습니다.
온 우주보다 귀한 생명은 하느님의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생명의 주권자는 하느님이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마음에 우리의 생명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 하느님의 영광과 영혼을 위해 영혼 육신을 보존하려는 마음을 심어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맡기신 것입니다. 우리는 생명의 관리자이지 소유주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습니다. 자살은 생명에 대한 하느님의 주권과 계획을 거부하는 것이고 생명의 연대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즉 가정, 이웃, 국가와 인류의 관계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자살은 또한 절망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희망에 대한 덕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고 하느님에 대한 신뢰도 포기한 것이며 주님의 사랑을 또한 믿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살은 결코 작은 죄가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이념에 의한 투신자살은 그 시대적 상황과 환경이 심도 있게 고려되어야 함으로 여기서의 논의는 제외합니다. 아무튼 일반적이거나 특수한 경우의 자살자에 대한 구원과 심판에 대해서는 경솔하게 미리 절망하거나 확정해서는 안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만이 아시는 길을 통해서 그들에게 필요한 회개의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살이 묵인되는 것을 피하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절망입니다. 내 생명의 주관자는 내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이라는 사실은 내게 많은 용기와 위로를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항로를 정확히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 가운데에는 자신을 위하여 사는 사람도 없고 자신을 위하여 죽는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해서 살고 죽어도 주님을 위해서 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든지 죽든지 주님의 것입니다.”(로마 14, 7~8)
김연준 신부(광주대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