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운동 초석인 평신도는 교회의 큰 희망
전 세계 운동 대표자 로마서 심포지엄·기도모임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기쁨과 체험 나눠
단체간 나눔·정보교류·협력방안 필요성 대두
[전문]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전세계 100여개 운동과 공동체들의 대표자 300여명은 로마 인근 ‘로카 디 파파’(Rocca di Papa)에 위치한 ‘몬도 밀리오레’(Mondo Migliore) 센터에 모여 심포지엄과 기도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각오를 다졌다. 이어 성령 강림 대축일인 6월 4일 전야, 3일 밤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함께 하는 기도 모임을 가졌다. 이를 기회로 보편교회 안의 평신도 ‘교회 운동과 새로운 공동체들’의 의미를 살펴본다.
“세속화된 세상 속에서 교회 운동들은 교회의 사도직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성령의 은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20세기의 후반기에 보편교회 안에서 나타난 새로운 교회 운동들은 평신도들이 자신들의 일상 삶, 세속적인 조건과 환경 속에서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있는 비오 10세 신학연구소의 교회법 교수인 아르투로 카타네오 신부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급속하게 증가한 ‘교회 운동들과 새로운 공동체들’(Ecclesial Movements and New Communities)이 하나의 시대적 징표임을 강조한다.
이번 대회는 두 번째. 역사상 처음으로 교회운동 대표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던 1998년 성령 강림 대축일 전야에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렇게 말했다.
“현대적 세속 문화가 만연한 상황 속에서 평신도 여러분은 전통적인 교회 문명을 지속적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사명을 그리스도로부터 직접 받았습니다. 따라서 평신도 여러분이 벌이는 새로운 교회 운동은 초기 교회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 평신도들의 교회 운동은 성소의 부르심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교황은, 교회 운동에 열심하신 평신도 여러분과 함께 내가 살아 있는 한 항상 함께 있을 것입니다.”
당시 교황과의 만남에 앞서 5월 27일부터 사흘 동안 열렸던 대회에는 전세계 56개 단체의 대표자들이 참석해 심포지엄을 가졌다. ‘3천년대의 교회 운동과 그 사명’을 주제로 열린 이 심포지엄과 기도 모임을 주재한 이는 바로 현재 교황 베네딕토 16세인 당시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
라칭거 추기경은 ‘교회와 인간을 위한 교회운동의 희망’을 주제로 발표, 교회운동의 주체와 목적, 전개 방법과 그 모두가 성령 안에서 조화를 이룰 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추기경은 말미에 “교회 운동의 초석이 되고 있는 평신도들이야말로 성교회의 큰 희망”이라고 강조하며 평신도들의 소명에 대한 큰 기대를 표시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지난 5월 31일, 첫 모임 때의 두 배인 100여개 운동과 공동체들의 대표자들이 다시 로마에 모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6월 3일 밤 기도회에서 “성령께서는 여러분들에게 다양성을 요청하시지만 또한 여러분이 하나의 지체로서 사도들의 후계자와 교회,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와 일치하시기를 원하신다”며 “바로 이 하나의 지체를 건설하는데 참여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즉위식 때 언급했던,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전하는 기쁨’이었다. 이 주제에 따라 사흘간의 대회 일정은 평신도들이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그것을 선포하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일깨우는 체험들을 나눴다.
평신도 운동은 교회 희망의 표징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의장인 스타니스와프 릴코 대주교는 “뿌리깊이 세속화된 포스트모던 시대에 이러한 새로운 사도직 활동들은 희망의 징표”이며 “이러한 새로운 현실들은 어느 누구도 의도하거나 계획하지 못한, 하느님 백성에 내려주시는 성령의 자유로운 은총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 은총의 선물은 오늘날 전세계에서 평신도 교회운동과 새로운 공동체들의 왕성한 활동으로 드러났다. 교황청 평신도평의회가 수년간에 걸쳐 파악한 전세계의 평신도 운동들은 목록에 포함된 굵직한 국제 단체들만 해도 100여개가 훨씬 넘는다. 하지만 지역과 교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운동까지 모두 포함하면 그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 여기에는 포콜라레 운동, 네오까떼꾸메나또, 일치와 해방, 성령쇄신, 라르쉐 공동체, 엠마누엘 공동체, 산 에지디오 공동체 등 이미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거나,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들도 포함돼 있다.
교회의 교도권에 일치해 활동해야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998년 모임에서 “교황은 이들 교회 운동들을 창설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교회 운동들의 대부분을 높이 평가한다”며 동시에 “이들 운동들이 사목적으로 지혜롭게, 곧 각자의 다양한 은사들을 통해 그들이 공동체를 건설하는데 기여하도록 인도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러한 교회 운동들은 그 초기에 교도권, 보편교회의 사목활동의 방향과 어긋나는 사례들이 있었고, 이에 대한 우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이들 운동들이 교회의 틀에서 벗어나거나 자기 ‘단체 중심주의’로 흐르는 경향도 발견됐다.
지난 1998년 첫 번째 대회의 개최 배경 역시 여기에 그 한 이유가 있다. 그러한 경향에 대한 성찰이 운동들 스스로에 의해서도 이뤄졌고, 교황청은 이러한 인식들을 바탕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운동을 이끌고, 동시에 운동들간의 나눔과 정보 교류, 협력과 조화와 연대의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대두됐던 것이다.
이번 2번째 대회 역시 같은 맥락을 지니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번 대회를 소집하고자 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은 지난해 5월, 교황 즉위 후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지난해 성령 강림 대축일 전날인 5월 14일 알현에서 교황은 이같은 뜻을 밝혔고, 이후 대회의 준비 과정을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왔다.
이번 두 번째 대회를 통해 현재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신도 ‘교회 운동과 새로운 공동체들’은 지금까지의 자신들의 사도직 활동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보다 성숙한 자세와 교회의 정신으로 펼치는 이들의 활동은 세속화된 세상 속에서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이 열어나가는 새로운 교회의 시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교회운동과 새로운 공동체들' 세계대회 참석한 한국평협 한홍순 회장
“평신도운동과 공동체 연대 필요”
자기 정체성·고유 카리스마 강화, 발전시켜야
교회틀 안에서 더 나은 세계 건설에 노력을
“이번 대회의 성격과 관련해, 평신도 스스로가 자신들의 사도직의 본령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식이 높아지고, 이에 대해 교황청과 교회의 교도권이 그 방향을 잡아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운동과 새로운 공동체들’ 세계 대회에 참석한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홍순 회장(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위원)은 특별히 이러한 교회의 평신도 운동과 공동체들의 연대와 협력의 측면을 깊이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회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성격의 전국적인 모임이 구상될 때가 됐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즉, 국내에서도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평신도 운동들과 공동체들 전체가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사도직을 나누고, 교회의 전체 방향에 맞춰 협력과 연대의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한회장에 의하면, 이번 대회에서는 우선 다양한 교회 운동과 공동체들이 자기 정체성과 신원, 고유한 카리스마에 대해 더욱 확고한 의식을 강화, 발전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나아가 이들이 교회의 틀 안에 존재하고 함께 협력해서 더 나은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러한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으며, 바로 이를 위한 교육 과정이 이번 대회의 중요한 한 가지 성격이었다. 여기에서 ‘일치 안의 다양성’은 그 관건이 되는 요소이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중요한 지침이 ‘사회 교리’이며, 또한 본당과의 연계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한회장은 이미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평신도 운동의 중요성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는 분임을 강조한다.
“교황 성하께서는 이번 대회 메시지에서 우선 각 단체가 자신의 카리스마, 신원을 재발견하기를 촉구하셨습니다. 아울러 친교의 열매는 선교로 드러나는 것이며, 특별히 보편교회와 지역교회의 구조와 틀 안에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이는 그리스도의 진리를 바탕으로 하는 일치 안에 수렴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교황의 지적이라고 한교수는 전했다.
사진설명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난 6월 3일 성령 강림 대축일 전야에 전세계의 ‘교회 운동과 새로운 공동체들’의 교황과의 만남 행사를 위해 성 베드로 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6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기도 모임에는 40여만명의 신자들이 참석했다.
▶미국 보스톤의 산 에지디오 공동체의 회원들이 정기모임에서 성가를 부르고 있다. 가톨릭 평신도 운동 단체인 산 에지디오 공동체는 1968년 로마에서 창설돼 기도와 자선활동을 중심으로 평신도 사도직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평협 한홍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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