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축 정체성의 방향타”
7월 28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건축가 김수근(바오로.1931~86). 흔히들 그를 일컬어 근현대 한국 건축사의 거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그가 설계한 건축물, 건축사상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이해도는 그가 남긴 작품 수가 무색하리만치 낮은 것이 현실이다.
마산 양덕성당(1978), 올림픽주경기장(1977), 공간사옥(1971), 서울법원종합청사(1986)….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건축물이다. 하지만 몇몇 건축물로 ‘김수근’을 이야기할 수는 없을 듯 하다.
그는 건축가로서의 사명감, 자연과 인간의 조화, 전통과 현대에 대한 고민 등 한국 건축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한가운데에서 방향타를 움직인 인물이었다.
특히 그는 건축·미술·도시환경 전문지 월간 ‘공간’을 창간하고, 소극장 ‘공간사랑’을 세워 활발한 문화 후원활동을 펼쳤다. 건축가 양성에도 꾸준한 힘을 쏟았다. 197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는 ‘서울의 로렌초 메디치 김수근’이라는 기사가 소개됐다. 수많은 이들이 그의 생을 르네상스 시대 수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길러낸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로렌조의 생에 비유하곤 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김수근이 선종한 지 꼭 20년이 지났다. 20주기를 맡아 6월 7일부터 7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는 ‘김수근 재조명’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전시회를 펼치고 있다. 아르코미술관도 김수근의 작품이다. 이곳 전시장은 크게 건축가 김수근, 문화예술 후원인 김수근, 인간 김수근의 면모를 볼 수 있도록 꾸몄다.
문화후원 활동도
1전시실에는 김수근의 문화예술 활동을 살펴볼 수 있다. 77년 김수근이 공간사옥 내에 문을 연 소극장 ‘공간사랑’은 공옥진의 1인 창무극과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을 데뷔시키며 문화예술 탈출구 역할을 했었다. 이곳 전시실에서는 옛 공간사랑의 공연모습을 재현하듯 각종 공연을 끊임없이 선보인다.
2전시실에서는 김수근의 대표적 건축물들이 사진으로 전시된다. 김수근의 건축을 이해하는 대표적 작가인 일본인 사진가 오사무 무라이의 작품들이다. ‘휴먼스케일’ ‘모태공간’ ‘인간과 자연의 조화’ ‘네거티비즘’(비움과 선을 강조하는 건축기법으로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생태건축과도 맥을 같이한다) 등 김수근 건축의 주요 특징들이 실제 건축물에서 어떻게 구현되는 지 살펴볼 좋은 기회다.
이어 3전시실에서는 ‘인간’ 김수근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어록과 동영상, 스케줄 노트, 활동사진 등을 관람할 수 있다. 13, 20, 27일과 7월 11, 18, 25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건축 심포지엄과 강연 등도 열린다.
※문의 02-760-4602
사진설명
올림픽주경기장. 건축가 고 김수근의 작품을 일본인 사진작가 오사무 무라이가 찍었다. 김수근은 건축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꾀했다.
왼쪽 상단은 김수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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