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마다 성당 나가듯 봉사는 일상과 같은 것”
“미사만 드리는데요. 저 정말 아무것도 안해요.”
김지연(엘리사벳.22.서울 방배동본당)씨에게 교회 활동에 대해 묻자 손사래를 쳤다. 이런 경우 참 난감하다. “활동 많이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글쎄…그게 남들한테 알릴만한 건지 모르겠네요.”
김씨는 ‘모태신앙’이라는 말로 시작했다. “부모님이 신자라 자연스레 성당에 다녔어요. 어렸을 때부터 주일만 되면 성당 가시는 부모님을 따라 나섰죠.”
그렇게 성당을 다닌 것이 고등학생때까지 이어졌다. “성격이 활동적이라 단체 생활을 시작했어요. 전례부랑 안내부. 남들도 다하는 건데, 말하기 쑥스럽네요.”
민망한 표정의 김씨. 표정은 그랬지만 말투에는 점점 힘이 붙어갔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어머니께 자주 말씀드렸었어요. 대학가면 아프리카 같은 오지에 가서 봉사를 하고 싶다고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김씨는 봉사를 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수월치는 않았다. 하고 싶은 곳을 찾기도 어려웠고 막상 찾으면 기대와는 어긋났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 포착된 곳이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였다.
“마침 주보를 보니까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띠앗누리’라는 단기국제 봉사단원을 모집하더군요. 봉사에 대한 의미도 확실했고 무엇보다 교회에서 한다는 것에 믿음이 갔어요.”
지난해 띠앗누리 단원으로 몽골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돌아온 그녀. 다녀오자 욕심이 생겼단다.
“어려운 이웃들을 눈으로 직접 보니 저는 참 편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베푸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지인의 소개를 통해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 성가정입양원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어요. 아기 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느꼈고요.”
하지만 시간은 그녀를 변화시켜갔다. “이젠 아기들이 사랑을 주어야 할 대상임을 깨달았죠. 그래서 그런지 제가 돌봤던 아기들이 좋은 분들을 만나 입양되는 걸 보면 기쁘기도 하지만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많이 섭섭해요.”
매주 금요일 오전에 하는 성가정입양원 봉사. 하고 싶은 것이 한창 많을 때인 대학교 2학년. “시간도 뺏기고 힘들텐데 괜찮아요?”라고 묻자 그녀가 답했다. “전혀요. 제 생활을 다 고려하고 남는 시간에 하는 건데요.”
그걸로도 모자랐던 김씨. 그녀는 또 욕심을 부렸다. 교회 기관에서 운영하는 한 공부방에서 자원봉사 지도교사로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어려운 친구들이 있어요. 제가 가진 능력이 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죠.”
매주 수요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초·중등학생 영어를 가르치는 그녀. 아무것도 안한다던 김씨의 말은 순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계속 봉사하고 싶어요. 주일이면 성당에 가는 일상처럼 봉사활동도 한 번 빠지면 꺼림칙 하거든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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