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화의 틀 속에 갇혀있는가
지난 4월 열흘간 아시아/오세아니아의 20개국으로부터 98명의 수녀들이 모인 아몰(AMOR)은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좋은 장이 되었다. 특별히 전례나 각국의 문화 소개는 다양성과 획일화된 정신문화 안에서 여성들의 삶을 잘 드러내 주었다.
아시아 다양한 문화 체험
문화의 다양함은 특별히 풍요롭고 의미있는 전례로 우리를 초대하였다. 동남아시아 수녀들은 대부분 향유와 꽃들로 전례 참석자들을 축복해 주거나 환영해 주어 우리 모두가 주님의 잔치에 초대받은 귀한 존재임을 느끼게 하였다.
형식적인 전례에 젖어있는 한국이나 일본 수녀들에게 저들의 고유 전통을 살린 전례의 다양함은 수동적인 우리의 태도를 뒤돌아보게 했다. 의례로 구체화되는 몸짓의 정형성, 정화 의식을 기억케하는 행위 등 간단한 고유 전통의 구체적인 종교문화를 그리스도교의 전례에 담은 창의적인 전례는 그들 정신문화의 깊은 뿌리를 보는 것 같았다.
한편 이들은 경제적 빈곤에서 오는 상대적 위축을 느끼는 것 같이 보였으나 각 나라 문화를 소개할 때 그 당당한 모습은 마치 자국의 문화전달을 위해 파견된 대사들 같았다.
특히 네팔 파키스탄 등 동남아 지역에서 온 수녀들이 보여준 민속춤에는 밭일하는 여성들의 삶이 묻어있는 흥과 멋, 그리고 삶의 고뇌가 배어있어 놀이문화와 여성의 삶을 연결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획일화된 일본문화에서
몸이 인간의 생물학적인 원천이고, 의식과 정신활동이 이루어지는 거점이라고 한다면 여성놀이를 통한 그들의 춤은 고된 삶 속에서 의미와 보람 그리고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의 표현, 창조에서 비롯하는 ‘삶다움’을 찾으려는 여성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좋은 매체였다.
획일화된 정신문화의 깊은 뿌리는 자기를 찾기 위해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진통, 정체감의 혼돈과 직결되었다. 이는 특히 일본 수녀들의 단막극에서 잘 드러났다.
교복의 자유화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디자인이나 다양한 색상이 아니라 한결같이 같은 종류의 색과 거의 비슷한 디자인만을 선택하는 일본 여학생들의 경향을 보여줌으로써 획일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 문화의 일면을 잘 드러내 주었다. 다른 나라의 화려한 문화 소개보다 유난히 일본의 소개가 강하게 다가옴은 우리 한국인들 안에도 이런 요소들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유교 가부장제 사회의 오랜 억압과 군사문화의 획일화 안에서 길들여진 순종과 순응성이 갑자기 주어진 자유를 받아들이는데 방해로 작용하였고 창의력을 키우는데 많은 시간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드러내기 부끄러운 자신들의 문제를 다른 아시아 여성들 앞에서 보여준 일본 수녀들의 겸손과 용기, 그리고 열린 마음은 오히려 그들의 밝은 미래와 희망을 볼 수 있게 했다.
오랜 가부장제 사회 안에서 유출된 부정적 문화가 아직도 아시아 곳곳에서 여성억압의 주체로 존재하는 현상은 우리 모두가 복음적인 문화 창출의 참 주체가 되어야 함을 요청하고 있다.
또한 가난해도 부유한 마음과 풍부한 영성으로 자기 문화에 대한 강한 긍지를 가진 아시아 여성들의 당당한 모습은 풍요 안에서 자아를 잃어버리고 불확실한 정체성으로 헤매고 있는 한국 여성과 남성들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하겠다.
송종례 수녀(가톨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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