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度)’를 넘은 스포츠 상업화
최근 일부 기업과 무가지, 방송사 등이 뜨거워진 월드컵 열기에 편승해 도를 넘은 월드컵 마케팅에 나서 스포츠의 순수한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국제적인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상업주의에 물들곤 하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개 인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를 고려한다고 해도 최근에 엿보이는 일부 기업의 행태는 도를 넘어서 뜻있는 이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예컨대, 한 이동 통신사는 자사 명의로 ‘초미니 입고 축구 응원~! 찰칵~!’이라는 야릇한 문자 메시지를 가입자들에게 발송했다. 여기에 접속하면, ‘탱탱 글래머 육감포즈’, ‘볼륨짱 탱글탱글 S몸매’ 등의 문구와 함께 월드컵과는 전혀 상관없는 성인 컨텐츠로 연결된다.
이같은 상업성은 방송사의 중계방송 편성에 이르면 절정에 달한다. 온 국민의 관심사와 열기를 반영하는 방송사들의 월드컵 올인 방송은 시청률과 막대한 중계권료 회수, 엄청난 광고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우리는 그 순수한 취지에서 엇나가는 스포츠의 상업성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해 9월 유럽축구연맹 대표단과 함께 한 자리에서 연설을 통해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연대를 강조했다. 교황은 “스포츠는 규칙에 대한 존중을 통해 교육과 중요한 인간적, 영적 가치를 훈련하는 도구가 된다”며 “스포츠가 모든 인종과 문화 사이의 존중과 단결에 기반을 둔 사회를 건설하는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가 참된 인류의 화합과 연대를 위해 애써야 한다고 한다면, 작금의 상업주의적 행태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교황청은 지난 2004년 8월, ‘교회와 스포츠’라는 부서를 평신도평의회 산하에 설치했다.
이 부서를 설치하면서 교황청은 “모든 사람들과 각국 정부들은 스포츠에 관련된 윤리적인 지침들에 대해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선수 연봉과 불법적인 약물 사용, 그리고 스포츠맨 답지 않은 행위 등은 인간의 몸과 마음, 정신을 고양하는 스포츠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는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지난 2002년 가톨릭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월드컵 축구는 ‘광고들의 게임’”이라며 월드컵의 비판적 측면을 지적하고 위성방송의 출현으로 스포츠의 상업화가 결정적으로 촉발됐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월드컵은 자본의 논리가 정교하게 가동되는 ‘스포츠 종교’라고 지적했다.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우리는 월드컵의 축제로서의 의미와 기회를 상실하지 않으면서도 그 이면에 깔린 고도의 상업성과 자본의 논리를 지양하려는 노력을 소박하게라도 이어가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우리는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할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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