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흔들리고 무너지는 고통에 떨어…
간주란성당 내려앉는 등 교회 피해 커
종교 차별한 구호품 지급에 상처 받아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이승환 기자
간주란성당은 말 그대로 폭삭 주저앉아 버렸다. 제대가 있던 자리는 무너진 지붕 잔해들로 가득했고 고상이 걸려있던 성당 옆 벽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다. 성당 입구에 을씨년스럽게 내걸린 ‘출입 금지’ 팻말은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짐작하게 만든다.
환자들 정신적 충격 커
5월 27일. 성당에서 기도하던 신자들은 갑자기 닥친 지진을 피해 밖으로 나오다 변을 당했다. 옆문으로 나온 본당 주임 에롯(Aarot) 신부는 화를 피했지만 신자 5명은 무너진 지붕에 파묻혔다. 뒷 마당에 나란히 서 있던 십자가의 길 14처도 무너졌다. 벽돌로 세워진 14처 중 열 개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을 보면 지진의 세기가 얼마나 강했는지 추측할 수 있다.
성당 옆 성 엘리자베스 병원. 앞 마당에 텐트가 쳐져 있고 환자들이 간이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텐트 병동은 지진의 충격으로 건물 안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을 위해 마련됐다. 환자들은 아직도 건물이 흔들리고 무너지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척추를 다쳐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플로렌티나(Florentina.57)씨는 “지금도 천장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고통스럽다”며 보름이 넘도록 환청과 공포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있다고 호소했다. 다리를 다친 칠순 노모가 집에 홀로 있다고 설명한 그녀는 다 무너진 집에서 끼니나 제대로 챙기고 있는지 걱정이라고 이야기한다.
반툴과 함께 최대 지진 피해지로 꼽히는 클라텐 지역 성모승천성당도 큰 피해를 입었다. 반갑게 웃으며 일행을 맞이했던 헤르마(Herma) 수녀는 지진이 일어난 당시 상황을 이야기해달라고 하자 금새 표정이 굳었다.
“성당에 있던 신자들이 다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에요. 성당은 다시 세우면 되잖아요. 하느님께서 축복을 내려주셨다고 생각해요.”
성당에서 운영하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도 피해를 입어 임시 휴교 상태다. 헤르마 수녀는 컴퓨터와 책상도 다 부서져 버렸지만 우선은 아이들의 집부터 다시 지어야 할 상황이어서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구호 식량은 떨어지고
성모승천성당에서 차로 10여분 달려 다다른 잘리 마을. 주민 250명 모두가 신자인 이 마을은 주교 1명, 신부 16명을 배출할 정도로 신심 깊은 신자 마을이다.
이 마을도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주민 대부분이 길가에 임시로 천막을 쳐 놓고 살고 있다.
이 마을 동정성모공소에서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알버트 슈로(Albert suryo.39)씨는 “정부에서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 했지만 아직까지 누구도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며 “노숙을 하다 보니 주민 대부분이 감기 등 질병에 시달리고 있고 일주일 전 받은 구호 식량도 거의 바닥난 상태”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마을 주민들이 이야기하는 어려움은 ‘차별’이다. 이란이나 터키 등 이슬람 국가에서 보내 온 구호 텐트가 이슬람 신자들에게만 배분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민들은 이야기한다. 이 마을 뿐 아니라 간주란성당 관할 마을 곳곳에서도 이슬람 신자들에게만 텐트를 나눠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앞집에 살고 있는 이웃은 텐트를 지급 받았지만 가톨릭 신자들은 종교가 달라 아직도 노숙을 해야 한다.
신부인 형으로부터 텐트를 받아 겨우 밤 추위를 피하고 있다는 살림(Salim.베드로.57)씨는 “지진이 종교를 구별해서 닥친 것도 아닌데 단지 믿음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겪는 것이 서럽다”며 재난에 이어 닥친 또 다른 고통을 호소했다.
욕야카르타시로 돌아오는 길. 구호식량과 돈을 구걸하는 아이들이 도로변에 가득했다. 위험천만하게 차를 향해 뛰어오는 아이들은 구걸하는 것이 일상이 된 듯 거리낌 없이 손을 내민다.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어요. 학교도 무너지고 집도 없으니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구걸할 정도로 가난한 아이들은 아닌데….”
인도네시아 메단 카리타스 직원 디아나씨가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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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성 엘리자베스 병원 텐트 병동에 입원해 있는 플로렌티나씨. 척추를 다쳐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클라텐지역 잘리마을 주민들. 집을 잃은 주민들은 길가에 천막을 쳐놓고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
▶지진으로 지붕이 무너져 내린 잘리 마을 한 신자 가정.
▶지나는 차량을 향해 뛰어오며 구걸하는 아이들. 반툴과 클라텐 등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지진으로 무너진 간주란성당 십자가의 길.
▶성모승천성당 성모상. 팔목이 부러지고 금이 간 성모상의 모습이 지진 당시의 상황을 증명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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