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소설 통해 신의 섭리 구현
개종이후 교훈적 작품 집필에 몰두
교황 “가톨릭 신앙의 옹호자” 호칭
100여편의 탐정소설을 쓴 시인이자 수필가, 소설가, 단편소설 작가이면서 전기 작가이고 비평가인 20세기초 영국의 대표적인 지성 체스터턴(Chesterton, Gilbert Keith, 1874~1936). 그는 자신의 저서 <정통 신앙>(Orthodoxy, 1908)의 말미에서 이렇게 토로한다.
저서 ‘정통 신앙’
“나는 일종의 확신에 다시 사로잡힌다. …고대와 현대의 스토아학파들은 눈물을 감추는 것을 자랑스러워했지만 신은 결코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신은 마치 자신의 먼 고향 도시를 본 것처럼 어떤 일상적인 광경을 보고 자신의 드러낸 얼굴 위로 그 눈물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신은 무언가를 감추었다. 종교적인 초인들과 위엄 있는 외교관들은 자신들이 분노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신은 결코 분노를 참지 않았다. 신은 신전의 앞 계단으로 물건을 집어 던지면서, 인간들에게 지옥의 저주를 모면하기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왜 그리스도인이 되었는가’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이 책에서 그는 그리스도교에 대해 매우 창의적이고 영감을 주는 설명을 하고 있다. 결코 눈물을 감추지 않고 분노를 참지 않는 신, 가식적인 인간, 마치 자신이 무엇이나 되는 양 으스대는 것과 달리 눈물 흘리고 분노하는 신은 우리에게 더욱 가깝다. 그는 이어 말한다.
“그가 기도하기 위해 어떤 산으로 올라갔을 때 모든 인간에게 숨겼던 무언가가 있었다. …신이 우리의 지상으로 걸어 내려왔을 때,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어떤 한가지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때때로 그것이 그의 환한 웃음이었을 것이라고 상상하곤 한다. …슬퍼하시고 분노하시며, 무엇보다 세상 어떤 이도 보여줄 수 없는, 이 세상을 너무도 사랑하셔서 그 슬픔과 분노와 버림받음 가운데에서도 사람들을 향해 환하게 웃어주시는 주님. 내가 왜 그리스도인인가 … 바로 내 주님, 살아계시고 웃으시는 그 주님 때문임을.
내가 그리스도인이어야 하는 그 이유, 그것은 환한 웃음 때문이다. 그 웃음은 아무리 슬프고 역정이 나도, 당신이 사랑하시는 이들에게 가장 비참하게 배신당해도 여전히 환하게 웃어주시는 예수 그리스도 때문이다.”
가족 모두 성공회
1874년 영국 런던의 중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체스터턴의 가족은 모두 성공회 신자였으나 종교적 분위기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었다.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였던 그는 미술학교에 진학했으나 도중에 그만 두고 출판사의 편집인으로 일하면서 시와 기사, 미술 비평 등을 기고하면서 명성을 얻어갔다.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30대 후반에서 40대에 이르러 이미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칼럼니스트 겸 저널리스트, 시인으로서 사회저명인사가 됐고 그 명성은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다.
1913년은 그의 생애와 사상에 있어서 하나의 전기가 된 해였다. 그는 영국의 보수적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모든 가정이 하나의 개인 사업을 가져야 한다는 ‘분배주의’ 사상을 피력했다.
그는 인간의 행복이 ‘한 사람이 하나의 사업을 소유할 때 의미가 커진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사회적 단순화가 이뤄질 때 어린이의 순진함과 경이로움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이는 인간의 행복과 자연적 신비주의의 근거가 된다. 그리고 그것이 하느님에 대한 찬미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분배주의 사상 피력
이러한 자신의 ‘분배주의’와 비슷한 선례를 그는 중세사상에서 발견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1922년에 그가 가톨릭으로 개종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의 개종은 그에 앞서 성공회 신부였다가 가톨릭으로 개종했던 뉴먼처럼 당대 유럽의 화제꺼리였다.
개종 이전부터 가톨릭에 대한 저서들을 집필했던 그는 개종 이후 예외없이 가톨릭 신앙을 옹호하는 작품들을 썼다. 이미 언급된 <정통 신앙> 외에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나 인간의 역사를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중심으로 고찰한 <영원한 인간> 역시 그의 대표작이다.
‘브라운 신부의 결백’
그가 쓴 수많은 탐정소설 중에서도 <브라운 신부의 결백>은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작품이다. 시리즈물인 이 소설은 모든 일화들이 그리스도교 인문주의를 가르쳐 종종 지나치게 교훈적이고 우화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높은 도덕성과 풍부한 상상력과 묘사로 탐정소설에 문학성을 부여하는데 기여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브라운 신부는 왜소하고 볼품 없는 탐정으로 작가는 그를 통해 신의 섭리를 구현한다.
작가이면서도 철학자, 역사가, 신학자, 사회 비평가, 문학 비평가 등 온갖 직함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체스터턴. 그는 개종 이후 보여준 가톨릭 신앙의 수호자로서의 면모를 높이 평가 받아 사후 교황 비오 11세로부터 ‘가톨릭 신앙의 옹호자’라는 칭호를 부여받기도 했다.
사진설명
100여편의 탐정소설을 쓴 시인이자 수필가, 소설가이면서 전기 작가이고 비평가인 20세기초 영국의 대표적인 지성 체스터턴. 그가 쓴 수많은 탐정소설 중에서도 <브라운 신부의 결백>은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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