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삶은 행복해요”
어찌 이리 편안한 얼굴인지.
지난 18일 서울 아산병원 1층 로비에서 만난 전형자(캐롤린.48.원주교구 정선본당)씨는 전혀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21일에 수술하신다면서요. 걱정 안되세요?” “걱정요? 다 마음먹기 나름이죠. 기자님도 하시는게 어때요?”
전씨는 21일 수술을 한다. 아파서가 아니다.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서다.
사후기증도 아닌, 삶을 살고 있는 와중에 장기기증 이라니…
“사후기증은 가능성이 별로 없어요. 노년이면 장기가 많이 손상되고, 지방에 살면 이송도 어렵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뇌사상태에서 장기기증하는 건데, 제가 그럴리는 없어 보이고요.”
어쩜 이렇게 태연한지. 여기서 더욱 충격적인 사실 한 가지. 전씨 남편 조성현(가롤로르왕가.47)씨는 이미 간을 기증하고 회복 중인 상태라는 것.
정말 겁 없는(?) 부부다.
“올 5월이 결혼 20주년이었어요. 뭔가 하긴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것보다 뜻 깊은 일이 없더군요.”
그래서 부부는 자신들의 장기를 고통받고 있는 이웃들과 나누기로 했단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남편이 10여 년 전에 위암 판정을 받았어요. 참 힘겨워했죠. 위를 75%나 잘라냈으니까요.” 전씨는 말을 이었다. “기적인지, 남편의 수술이 성공적이었어요. 그것보다 원인이 따로 있었죠. 회복 중에 남편이 시청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문제였어요.”
전씨에 따르면 조씨는 장기를 필요로 하는 이웃들을 담은 프로그램을 보며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과 아픔을 나누기로 결심한 것이다. 조씨는 5년 전 이미 신장을 기증했다. 그리고 이번엔 간까지 기증한 것이다.
“사실 의술만 믿으면 겁나서 못했을 거에요. 하지만 우린 신앙인이잖아요. 기도를 했을 뿐이에요. 저희 힘보다 주님의 힘, 그리고 이끄심이죠.”
이들 부부의 베푸는 삶은 어디까지 일까. 전씨 부부는 가톨릭의대에 사후 시신기증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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