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제 어떡해야 합니까!”
조선족으로 불법체류자 신세
살기 위해 밤늦게까지 노동
1천만원 넘는 치료비 막막
앉자마자 눈물이었다. 조선족 강분희(52)씨. 그녀는 입을 열 때마다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억울합니다. 몸이 아픈 건 둘째죠.”
난소암을 앓고 있는 강씨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조국, 한국이었다.
강씨는 중국에서 간호사로 생계를 꾸려갔다. 13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그녀는 가족들과 함께 한국으로 입국했다. 고향이 한국인 어머니의 뜻과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자 한 자신의 뜻이 맞았기 때문이다.
부모가 한국 국적자면 자식도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법을 믿고 입국했다. 그러나 벽에 부딪혔다. 93년, 법개정으로 국적 취득이 불가능했다.
취업을 해야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적 취득을 해야 했다. 마침 인근 개신교 목사가 접근했다. 3천만 원에 국적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었다. 사기를 당했다. 강제 추방 당할 위기. 다행히 8촌 친척의 도움으로 불법체류자 신세로 남았다.
살아야 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식당 종업원이었다. 월급 60만원.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고된 일과는 간호사로서의 고왔던 그녀의 손을 거칠게 변화시켜갔다.
그러던 어느 날. 배가 부어올랐다. 아프긴 했지만 참고 일했다. 주변에서 임신했냐는 말도 들었다. 참다못한 강씨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다. 난소악성종양. 바로 수술을 해야 했다. 엄두가 안났다. 막대한 치료비 때문이다.
살아야 했다. 자신만 바라보는 가족들을 위해 수술을 받기로 했다. 보증금 5백만 원, 월세 25만원인 방을 뺐다.
난소를 없애고 자궁을 들어냈다. 대장도 일부 잘라냈다. 어머니는 세상을 등지셨다. 죽고만 싶었다. 국적취득이 안돼 보험처리가 불가능한 그녀 앞에 1천만 원이 넘는 치료비가 놓였다.
중국에 있는 친척은 연락이 안됐다. 한국에 있는 여동생에게 연락을 했다. 폐암과 치매로 투병중인 시어머니, 지체장애자인 남편과 사는 여동생은 미안하다고만 했다.
원망스러웠다. 희망을 안고 온 어머니의 조국은 자신에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1992년까지 부모가 한국국적자면 자식도 국적취득이 가능했다. 1995년에는 부모가 돌아가셔도 자식이 국적취득이 가능했다. 1993년은 그녀에게 악몽의 해였다.
수술로 인해 2004년부터는 수입이 끊겼다. 살아야 하기에 간호사를 했던 그녀는 전문 직종을 구하고 싶지만, 절대 불가능 했다.
어느덧 그녀 앞에 눈물을 듬뿍 먹은 휴지가 쌓여갔다. “저는…이제 어떡해요. 돈을 벌고 싶어도 벌수도 없고…”
향후 4회에 걸친 항암치료가 남아있으나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다는 강씨. 그녀는 휴지를 손에 꼭 쥐고 병실 문을 나섰다.
※도움 주실 분 우리은행 1006-792-000001, 농협 703-01-360421 (주)가톨릭신문사
기사입력일 : 2006-06-25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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